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옥지원 May 05. 2023

이준석이 <반지의 제왕>을 다시 봐야하는 이유

최근 이준석 전 대표는 김기현 대표를 사루만에 씌인 세오덴이라고 했다.


사루만의 주문에 걸려 제대로 된 사리판단을 하지 못하는 꼭두각시 상태의 세오덴 왕


아마 이준석은 사루만을 윤 대통령 내지는 윤핵관으로,

자신을 그런 세오덴을 구해내는 간달프로 은유한 모양이지만,

그는 반지의 제왕을 제대로 보지 않았나보다.

시각의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해석한다.

오히려 그는 절대반지를 갖고 있는 프로도를 집요하게 따라다니면서 괴롭히는 사루만의 악령, '나즈굴'이 아닌가한다.


잊을만하면 출몰해서 사람 피곤하게 하는 나즈굴


흥미롭게도, 과거에 이 전 대표는 배현진, 조수진 의원에게 나즈굴, 골룸이라고 한 일이 있다.

투사(projection)이 아닐까. 재밌는 점은 윤핵관 의원들은 꽤 많은데 그는 유독 여성들만 콕 집었다는 점이다.


엘프족 공주 아르웬


<반지의 제왕> 세계관에서 골룸은 엘프족(아름다움과 기품을 지닌 종족, 즉 여성성으로 대변되는)과 관련된 모든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오늘의 복선)

본론으로 다시 돌아오자.


세오덴(국민의힘, 혹은 김기현 대표)은 분명 위기에 처해있다.

그러나 그런 세오덴을 구해내는 것은 영화에서처럼 '의외의 사람'일지도 모른다.

비록 겉으로는 힘이 없어보여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사실은 적의 보스를 물리칠 수 있는 힘을 지녔고,

비록 세는 없지만 마법으로 불리한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1. <반지의 제왕> 영화 내 세계관에서, 인간(man, 남자)은 나즈굴을 죽이지 못한다.

나즈굴의 대왕인 마술사왕을 물리친 건 용맹한 기사가 아닌 여인, 인간계 공주 에오윈이다.


반지의 제왕 마지막 편 <왕의 귀환> 최종의 결투에서, 아버지인 왕 세오덴이 말에 깔려 위기에 처한 걸 보고 달려온 에오윈과 메리는 나즈굴의 수괴, 마술사왕을 맞닦드리게 된다.


마술사왕의 사슬철퇴는 에오윈으로 향한다.

공주, 여자의 신분인 것을 숨기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몰래 보병으로 위장해 참전했기 때문에

투구와 갑옷은 그녀의 몸에 맞지도 않고, 칼은 다 녹슬었다.

날렵한 올블랙의 갑옷과 철퇴, 날개달린 공룡을 타고 날아다니는 마술사왕의 위세와 극적으로 대비되는 장면이다.


그러다 에오윈은 어깨에 철퇴를 맞고 쓰러지게 되고, 마술사왕은 그녀의 목을 죄며 말한다.

"멍청한 것, 인간은 나를 죽일 수 없다. 죽어라."


이 틈을 타 쓰러졌던 메리가 칼을 빼들어 마술사왕의 다리를 찌르는데,

칼이 튕겨나가고 오히려 메리의 팔에 전기가 통하며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남자는 정말 마술사왕을 죽일 수 없음이 확인된 순간.)


이 때, 에오윈이 투구를 벗고 긴 금발의 머리를 휘날리며 말한다.

"나는 남자가 아니다.(I am no man.)"

그녀의 칼이 마술사왕의 얼굴을 찌르자, 빛이 파박하며 비명소리와 함께 뚫릻 것 같지 않던 갑옷이 스스로 일그러지며 쪼그라들고, 마술사왕은 소멸한다.


에오윈은 그렇게 아버지인 세오덴을 마술사왕의 마수에서 구해내지만,

세오덴은 그전에 입은 상처로 에오윈의 품 안에서 눈을 감으며 세상을 떠나게된다.


통곡하는 에오윈.

"내가 아버지를 구할 거에요."

"넌 이미 나를 구했잖느냐. 나를 보내주렴.

나의 선조들께 가야겠구나. 위대한 선조의 선당에 들어도 난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을게야."

그렇게 딸의 이름을 부르며 세오덴은 임종한다.


혹자는 세기의 명화 <반지의 제왕>도 페미 영화라고 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해보라.

J.R.R. 톨킨은 왜 나약한 여자가 강력한 마술사왕을 죽일 수 있다는 설정을 만들었을지.

왜 아라곤이나 레골라스, 또는 세오덴의 아들들이 나타나 진검승부를 벌이며 죽이는 장면이 아니었을지.

모두가 그렇게 두려워하는 존재가 남성들은 힘이 없다고 생각한 여성의 강인함으로 물리쳐진다는 스토리.


2. 나즈굴 부대의 추격을 받아 위기에 몰린 프로도 일행. 아라곤은 프로도를 보호하는 임무를 아르웬에게 맡긴다.

호빗들은 자신들이 생각하기에 한 주먹꺼리(?)도 안 되보이는 여자한테 왜 그런 중책을 맡기는지 이해 못하며 아라곤을 질타한다.


그러나, 아라곤은 수많은 전투를 치뤄본 명장군이다.

더구나 아르웬은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다.


아라곤은 알고 있다.

그녀는 작고 못난 호빗들이 자신들 수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그냥 여자'가 아니다.

엘프인 그녀에겐 호빗들이 없는 능력이 있다.

나즈굴과 대항할 수 있는 마법을 부릴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생명을 나누어줄 수 있는 영생의 힘.


첫째로 나즈굴 무리에게 추격당하자, 아르웬은 자신이 타고 있는 백마에게 주문을 걸어, 이동속도를 순간적으로 높여 앞서나간다.


그리고는 나즈굴이 타고 있는 흑마들이 본능적으로 싫어하는 '물'이 있는 개울가로 간다.

나즈굴들은 개울 앞에서 프로도를 내놓으라고 하고, 그녀는 칼을 빼들고 자신있으면 건너오라고 한다.


나즈굴들은 억지로 말들을 채찍질 해 개울을 건너려하고,

아르웬은 주문을 외워 순간적으로 강물의 수위를 높이고, 수마(水馬)를 소환한다.

'물'과 천적인 나즈굴들은, 멀리서 쏟아지는 수마에 휩싸여 힘없이 한꺼번에 쓸려나가 버린다.


아르웬이 오로지 자신만의 능력으로 혈혈단신으로 승리하는 장면이다.


이렇게 <반지의 제왕>에서 여성들은 누군가에게 '보호받아야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결정적인 순간에 국면을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엘프족 공주 아르웬도, 인간계 공주 에오윈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던져 싸우고 남성들이 해낼 수 없는 일들을 해낸다.


<반지의 제왕>은 '협동'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남녀노소 누구의 시각에서 보더라도 각자 감동받는 포인트가 있는게 아닐까.


이준석에겐 내가 꼽은 이 두 장면들이 아마 높은 확률로 기억도 나지 않겠지만,

이는 분명 삼대녀인 내가 감동받은 부분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한국 경제가 도약하기 위한 조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