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떰띵두 Apr 27. 2024

노하우

언제부터인지는 모를 일이다.

매일이 즐거울 수 없고 그렇다고 매일이 고통스러운 것도 아니며 일상이 행복으로 가득 찰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일상이 불행할 수만 도 없으니 그런 일상을 살아가는 나는 나름 나만의 방법으로 내 하루를 만들고 저장하고 쌓으면서 나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런 나의 방법이 한동안은 스스로를 힘들게 만들기도 하고 나와 연관된 이들에게서 오히려 스트레스 받게 되고 그들과 함께 하는 일상이 불편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러한 과도기를 지나 온 덕에 홀가분하면서 담백하게 행복한 일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지나온 날들 또한 사랑스럽지만도 않으며 그렇다고 지우고픈 일들로 채워진 것도 아니기에 그런대로 나름의 이 방법이 나는 참 좋다.

그러니 이것을 나는 나의 노하우라 말하고 싶다.

누군가도 필요하다면 나의 노하우를 공유해봄을 추천해 본다.


시간이 조금 여유를 부릴 때 그때는 기억 저편에 접어두었던 것 중 하나를 끄집어내어 찬찬히 살펴본다.

접어둔 기억이란 것이 그냥 불쑥 고개를 내밀지 못하는 것이니 애써 내가 끄집어내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억을 되감고 되감고 살피고 살펴 진짜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자꾸 돼 감아 보다 보면 그 기억에서 달콤하고 향기로운 내음을 맡을 수가 있다.

그 달콤한 향에 나만의 해석을 나만의 의미를 얻어 데코를 마무리해 본다.

그렇게 때 묻은 기억에 새 옷을 입히고 내 추억앨범에 꽂아 넣는다.

차곡차곡 채워지는 앨범은 평온한 나를 만들고 평온함을 아는 나는 오늘 별거 아닌 이 일상에 나만의 해석을 나만의 의미를 부여해 별 꺼로 만들어 스스로 감탄하며 행복한 하루를 만들어 낸다.

이렇게 과거부터 현재까지 나는 요즘 충실히 추억앨범을 만들고 있다.

식하지 못한 채 행해왔던 나의 노하우를 이제는 식하고 즐기고 있다.

되짚어도 그리 우울하지 않은 사랑스러운 지난날이고 아프지만 스스로 만족했던 지난날인 것이 어찌 보면 식하지 못했으나 행해온 나의 이런 습성 때문일 거라 여겨진다.

그래서 나는 요즘 좀 더 충실히 묻어둔 기억을 꺼내보려 애쓰고 있다.

나를 좀 더 풍요롭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 발동한 것이다.

이 욕심은 그 끝이 어디에 닿아 있을까 하는 생각도 나는 종종 깊이깊이 한다.


내 욕심의 끝.

그것은 아마 내 고등학교 어느 날의 고민과 연결되어 있다 생각한다.

나름 삶과 죽음에 몰입해 있던 시간이었다.

그때 나의 결론은 이러했다.

삶은 주어진 것이니  사는 것은 철저히 내 몫이고 죽는 것은 내 몫은 아닌 듯하니 어느 날 내게 죽음이 찾아온다면  다만 나의 죽음은 평온하고 담백했으면 했다. 좋은 죽음을 맞고 싶다는 생각으로 결론 내렸었다.


좋은 죽음.

그렇다. 내 욕심의 끝은 내가 바라는 좋은 죽음에 맞닿아 있다.

나의 좋은 죽음은 몸도 마음도 정신도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이며 어느 날 찾아 올 죽음이 친구와 조우하듯 그렇게 평온하게 맞을 수 있고 나의 죽음 앞에  사랑하는 이들이 며칠 슬퍼하고 애달파하니  이들의 가슴속에서 기억 속에서 어쩌다 한 번씩 꺼내어져 보게 되는 그런 사람의 그런 죽음.


오늘 이 시각 이렇게 주절거림으로 그냥 묻힐 별거 아닌 나의 하루를 별꺼인 하루로 만들게 되고 나는 이 특별한 하루가 있어 내가 잘 살고 있음을 확인한다.

순간순간에 의미를 담고 그 의미에 나의 공감이 더해지면 나의 철학이 되는 것이라 착각하며 사는 것.

착각일지라도 그 철학에 나름의 가치를 담으면 착각 속에 사는 것도 나름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다.


별 꺼 아닌 것을 별 꺼로 만드는 것은 그것에 나를 담아 보는 것이다. 나를 담을 때 나는 행복을 배운다.







작가의 이전글 모처럼의 아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