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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해한 May 19. 2023

목적 없이 행복한 삶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행복할 수 있을까?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힘든 순간이 오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라고 말하곤 한다. 이 말이 무책임하다고만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그만큼 요즘 현대인들의 삶이 힘들고 고달프다는 생각에 안타깝기도 하다. 이 드라마는 한 직장인이 우리들의 상상을 실현해 주는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여름은 직장 내에서 은근한 따돌림과 괴롭힘을 받는 사회초년생 직장인이다. 어느 날 아침 출근 지옥철에서 한 아저씨의 가방에 여름의 이어폰이 걸린다. 여름은 걸린 이어폰을 따라가다가 지하철에서 나오게 된다. 그때 여름은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아름다운 벚꽃나무들을 보게 된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여름은 오늘 회사를 가지 않는다고 선언하며, 울려대는 팀장의 전화에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한다. 여름은 자신의 집에 있는 짐들 중에 정말 필요한 짐들을 배낭에 넣어 안곡이라는 곳으로 간다. 여름은 안곡의 한 당구장에서 살게 된다. 그런데 그 당구장에서 예전에 사람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 여름에게 계속해서 안 좋은 일들이 생겨난다. 여름은 도서관 사서인 대범이라는 남자를 알게 되는데, 그가 어릴 적 당구장에서 살았으며, 대범의 누나와 엄마가 그곳에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안곡에서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여름에게 친절하게 다가 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여름이 의도치 않게 안곡의 많은 사건들에 휘말리게 되어 사람들의 계속되는 회유에 여름은 “내가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좋았을 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대범의 도움으로 안곡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해결하게 되어 사람들의 신뢰를 얻게 되고, 마침내 안곡 사람이 된다.


 

여름이 안곡에서 사귄 가장 친한 친구 김봄. 봄이는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를 대신해서 할머니와 동생의 생계를 책임지는 소녀가장이다. 그런 봄이를 괴롭히는 아이들과 계속해서 폭력적으로 변하는 아버지에게 큰 상처를 받는다. 봄이는 갈 곳이 없어 여름에게 가고, 여름은 그렇게 어린 나이에 많은 상처와 아픔을 안고 살아가야만 했던 봄이를 위로한다. 안곡이라는 곳에서 외톨이로 살 것 같았던 여름과 봄이는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주며 새로운 의미의 가족이 된다. 어쩌면, 우리가 어떠한 이유로 혼자가 되었을 때 세상에는 내 편이 없다고 느껴질 때 주위를 둘러보면 이런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https://youtu.be/hTL3zQtr31M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역시나 처음에 여름이 회사생활에서 도망을 가는 장면이다. 그저 보기만 해도 너무 자유분방하고 행복해 보이는 장면과 안곡의 바다가 어우러져 시원한 느낌을 받았다.

 언제부턴가 우리들은 ‘자유’라는 단어를 들으면 바다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 것 같다. 무엇이 우리를 자유롭지 못하게 만들고 있을까? 나는 여름의 인생 파업을 예전에 보았다면 자신의 삶과 직장을 포기하는 것이 무책임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아주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다. 이러한 힘듦을 알아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당신이 힐링이 필요하다는 의미인 것 같기도 하다. 물론 힘들고 고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서는 이 드라마에 나오는 장면들이 현실과는 동떨어진 판타지 같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내용은 마냥 아름답기만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현실에도 굴하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사랑의 힘으로 이겨내는 모습이 판타지, 낙원의 이미지보다 아름답다고 느낀다.


 힘드니까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닌, 목적이 없어도, 대단한 일들을 이뤄내지 않아도 누구나 충분히 느끼고 누릴 수 있는 행복들을 우리에게 잔잔한 위로의 말을 전해주고 있는 드라마이다. 우리는 행복을 너무 멀리 있는 이야기로만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가? 남들이 추구하는 행복에 우리를 맞추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불행의 늪으로 점점 빠져들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너무 급하게 살아가기보다, 나의 주변에 예상치 못한 곳에서 행복들을 발견하며 어쩔 때는 차분하게, 어쩔 때는 진득하게 삶을 살아가자. 그래서 나중에 각자의 인생을 되돌아보았을 때, 후회 한탄이 아닌, 감사와 추억으로 남겨져있으면 좋을 것 같다. 


 지금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앞으로 다가 올 행복을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나의 모습이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당신의 오늘과 내일을 마음 다해 응원한다.





사진출처 : ENA 공식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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