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시간>을 보고

우리는 왜 원인을 추적하려 할까

by 별달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의 시간'은 일단 원테이크 작품이라는 것에 있어서 주목을 많이 받은 작품이다.

다만 나는 범죄스릴러물에 크게 흥미있는 타입은 아니어서 이 작품을 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직접 시청하기 전, 지인에 의해 해당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를 접했다.


주인공 소년이 범죄의 가해자이며, 범죄의 이유는 소녀가 자신을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소년의 아버지가 분노조절에 미숙한데, 그 영향을 소년이 받았을 거라 유전적인 요소(분노표출)가 많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 생각은, 단순히 부계적인 유전적 요소가 소년의 범죄이유를 설명하기엔 타당하다고 보기 어려우며, 단순히 그걸 말하기 위해서 이 다큐시리즈를 내놓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시리즈를 다 본 뒤 내 감상은, 위 스포일러에 해당하는 해석이 틀렸다고 보긴 어렵지만 꽤나 표면적인 해석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자, 소제목에 집중해 보자. 우리는 왜 원인을 추적하려 할까?



살짝은 멍청한 질문일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떠한 사건이 발생했을때 가해자나 피해자의 내외부적인 걸 연결해서 왜 이런 사건이 발생했는지 파헤치는 걸 좋아한다.


가해자가 어떠한 성격적인 결함이나 외부환경요소로 인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파악되거나

또는 피해자가 심각한 언어폭력이나 잘못을 저질렀다면 저래서 보복을 당했군? 이해할 순 있듯이


어느정도 인과관계를 파악하여 한 사람을 이해 혹은 파악하려고 함으로써 사람들은 안심하려고 하는 것 같다.



소년의 시간 3화를 보면, 몇 회차의 상담으로 주인공(소년)과 라포 형성을 나름대로 잘 쌓은 상담사가

이제는 소년의 성격형성에 영향을 많이 끼쳤을 아버지의 존재가 소년에게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하였는지, 평소 행동이 어떠하였고 그게 소년이 생각하기에 어떠했는지 가늠해 보려고 하는 것 같다.


어쩌면 쉽게 소년을 파악하고자 한다면

3화와 4화를 연결지어서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그릇된 태도(혁대로 아이를 때리며 분노표출하는 행동)를 통해

아들에게는 폭력을 전가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아들의 부끄러운 모습을 외면하려고 한 태도(운동에 있어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지 않는 아들의 모습을 바라볼 때) 또는

가족에게 폭력은 전가하지 않았더라도 욱하거나 혼자서 화를 내는 폭력적인 모습등에서 보고 배우게 되는

폭력성이 유전적인 결함이라는 형태로 대물림 되지 않았나 싶게도 보이지만,


내겐 이런 식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표면적인 해석만 하는 느낌이었다. (표면적인 해석은 = 이해하기 편한 해석이기도 한 것 같다)


1화에서 부터 나오는 사이버 불링~ 의 문제나 sns의 폐해 등

4화에서 아버지는 일로 바쁘고, 엄마는 아버지보단 집에 일찍 들어왔으나 크게 다를 건 없었다,

둘 다 좀 더 아들에게 신경썻어야 했나, 라는 대화

그리고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딸의 모습을 보면서

저 아이는 어떻게 우리가 만들어낸 걸까, 라는 식의 아버지의 질문에서 아내는 제이미를 만들어낸 방법으로 만들었지 라고 표현한다.


이런 대화들을 바라보았을 때 부모가 아이에게 영향을 주로 끼치는 건 맞지만,

아이는 온 가족 온 마을 온 세상이 키운다는 말이 난 더 와닿는 것 같다.

여기서 나오는 가족의 형태는 제이미라는 소년을 방임하는 형태의 가정과는 그래도 거리가 멀지 않나 생각한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소년을 축구나 운동등의 취미를 갖도록 내모는 아버지의 모습은 아들의 성격적인 특성이나 기질을 온전히 이해한 태도로 보긴 어려우나 자신이 알고있는 대로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그것이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었던 것 같다.


(나는 이 아버지의 성격적인 결함이 두드러지는 4화를 보았을 때, 이 아버지의 성격이 욱해서 아들도 욱했던 것이구나 라는 걸 보여주는데 그친 장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가정 내에서 각 인물 아버지,어머니,딸 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제이미의 아빠,엄마,누나란 이유로 사회적 편견에 맞서야 하고, 그럼에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가야 한다. 제이미가 살인혐의를 받고 구금되어 있는 충격적인 상황에서도 이 가정은 생활비를 충당하며 이전과 똑같은 상황이나;그렇지 않은 현실(주변인들의 달라진 태도등 사회적 시선)을 감당해내야 하고 있다.

그래서 아버지가 표현해내는 감정은, 어떻게 보면 이 상황을 감내하고 있는 한 개인의 마땅한 표현이라고 까지 여겨진다. 나름대로 잘 이겨내려 해 보지만, 주위에서 자꾸만 자극이 들어오고, 그걸 참고 견뎌낼 만큼 마음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을 테니까)


분명히 해야 할 부분은,

제이미(소년)은 가족 곁에서만 인생을 살아가고 있지 않다. 학교도 다니고, SNS에 관한 사이버 불링도 경험하고 있다. 아버지의 무심한 태도(자신이 운동을 잘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돌리는,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걸 나타내는 모습) 상처를 입었다곤 하더라도, 그게 모든 걸 설명해 주진 않는다.

또한 상담사와 대화할 때 상담사가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를 파고들자, 아버지의 폭력적인 분노표출 방법(화가 나서 창고를 망가뜨림)에 대해 이야기 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아버지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 폭력성은 부계의 폭력성에게만 전가할 게 아니라 모든 복합적인게 작용한 결과일 테다.

욱하는 성격이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하긴 어렵다.


그리고 3화에서 주인공이 가짜뉴스를 언급하거나 4화에서 철물점 직원의 태도를 보건대 그저 주인공의 변명일 뿐이거나, 범죄를 지지하는 어리석은 사람일 수도 있지만

명백한 사실증거(영상) 이 있음에도 주인공이 범죄를 저지른 것은 정말 확실한 건지 의문이 든다.

영화에서도 확실하게 의사를 표명해 주고 있진 않다.

그 만큼,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건 이 소년이 정말 범죄를 저질렀을까? 저질렀구나 안 저질렀구나 하는 흑백논리에서 벗어나, 이 소년의 감정변화와 주변환경, 인터넷 세상 등 주변환경을 총망라하여 이 사건 자체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누구네 삶 속에서 모두에게 나타날 수 있는 사건임을 시사하고 있다. (제작기 영상을 보면, 이 작품의 사건을 특별하게 생각할 게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임을 알길 바란다고 한다)


누쿠이 도쿠로의 <미소 짓는 사람> 이란 책과 연관지어 생각해 보자.

꽤 예전에 읽은 책이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진 않을 테지만,

이 작가는 꽤 예전부터 범죄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대개 인과관계와 원인등을 파악하여 이해하려고 하지만

사실상 그런 인과관계와 원인이 없어도 우발적인 살해 또는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건 신선한 충격을 주는 발상이었고, 현대 사회에서 더 이해가 가는 발상이지 않나 싶기도 하다.


주인공 소년에게 있어 범죄를 저지를 만한 동기가 있기는 하지만, 동기가 있다고 해서 모두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또, 욱하는 성격이 있다고 해서 모두가 우발적인 범죄를 저지르진 않는다.

더하면 동기도 충분하고 욱하는 성격이 있다고 해서 모두가 우발적인 범죄를 저지르진 않으며,

동기와 욱하는 성격이 없더라도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

어쨋든 '우발적'이니까.


그래서 원인을 찾아서 인과관계를 연결짓고 안심하는게 과연 나은 일일까, 좀 의문이 든다.

이해할 수 있으면 좋기야 하겠지만, 뭐든 사건이 발생한 뒤엔 늦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사회적인 시스템으로 사이버불링을 예방하는 방안을 찾아내는게 좀 더 생산적이지 않으려나.





더하여, 해당 작품에 나온 인물들에 대한 짧은 견해.


1. 3화의 cctv 직원

: cctv를 확인하며 상담사에게 말을 주로 거는 (직업도 자신과 바꾸면 좋겠다고 말하는)직원이 한명 나오는데, 나는 이 역할이 하는 대사가 흥미로웠다.

이건 마치 이 작품을 보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관점을 보여주는 듯 했기 때문.


단순히 이 소년을 파악하고 범죄의 원인을 파헤치려고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

그리고 그런 걸 직접적으로 파악하는 직업;심리상담사의 직업을 사회적으로 더 낫다고 생각하는 데에서 뭔가그들을 우월하게 바라보는 것 같기도 했다.


반대로 낮잡아 본 걸 수도 있다. 약간의 조롱을 포함해서.

이미 영상증거(사실)이 있음에도 소년의 내면을 파악하려는 상담사의 일을 어쩌면 무용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지.


2. 심리학자 (여기선 심리상담사로 부르겠다)

심리상담사는 소년을 대하는 태도로 보건대 자신의 판단을 개입하려고 하진 않는다곤 하지만, 어쩌면 부계를통해서 나타난 폭력성이라고 소년의 범죄를 정당화하려고 보이는 것 같다. 이미 그러한 판단을 내린 느낌?

그리고 판단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도 이미 판단을 내린 걸 수도 있고,


아무리 자신의 판단을 개입시키려 하지 않는다곤 하지만 결국 내놓는 결과물이 자신이 배우고 겪어온 걸 총망라한 판단이지 않나 싶었다.

샌드위치를 권하는 사람에서, 소년이 한입 베어 문 샌드위치를 건들기도 싫어하는 사람으로 변모하는 태도.

사람은 판단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을까.


또, 어느정도 답변을 받은 후에 마지막 방문임을 이야기 하는데 그건 이제 결론에 도달해서 더이상 방문이 필요치 않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저 방문횟수가 다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저 결론에 도달한 것 뿐이라면 약간 안타까움이 남는다.


3. 수사 담당 형사 (루크 배스컴 경위역)

해당 사건을 좇다가 2화에서 아들에 의해 사건을 잘못 해석하고 있음을 알게된다.

아들에 의해 사이버 불링의 존재를 알게되는데

그나마 이 역할이 어른의 긍정적인 형태를 표방하고 있지 않았나 싶다.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건 자체만을 바라보려던 어른의 모습에서

->아들이 말해준 걸 토대로 사건을 다시 바라보게 되며

->사건의 해석을 떠나 일단 자신의 삶으로 되돌아가 아들에게 관심을 가지려고 하는 게 나름 긍정적인 태도이지 않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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