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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담다 Jul 09. 2024

첫 일

파트너가 되다.

오늘은 회의가 있는 날이다.

지역 로컬콘텐츠를 만드는 기업과 인쇄업체, 그리고 패브릭 제품을 만들 나, 이렇게 3팀이 만나는 날이다. 이 인연의 시작은 공방을 창업했던 6년 전부터다.     


지역의 문화예술공간 개관에 맞춰 기념품을 제작해야 했던 로컬기업이 소량의 굿즈를 제작할 곳을 찾다가 지인을 통해 소개받고 찾아왔다. 관사촌이었던 곳이 문화예술공간으로 바뀌면서 곳곳에 남아있는 문양들을 패브릭에 인쇄해서 제품을 만들길 원했다. 제품의 수량은 에코백과 파우치 각각 200개씩이었다.     

공방을 열고 첫 일, 첫 고객이었으며,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는 인연의 시작이었다.     


대부분 주문 제작을 할 때 대화는

“15에 10cm 지퍼 파우치 100개면 단가가 어떻게 돼요?”

고 시작한다.     


어떤 용도로 쓸 예정인지 패브릭에 인쇄하고자 하는 이미지는 어떤 의미인지 설명하지 않은 채, 기성품을 주문하듯 물어올 때가 많다. 그러면 가격만 알려주는 선에서 대화는 끝난다. 가격을 비교해 보고 저렴하다 싶으면 다시 문의 전화가 오는 식이었다. 지금은 싼 반제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주문 제작 문의도 뜸하다.     


그런데 이들은 처음부터 달랐다. 개관할 공간에 대한 설명을 먼저 했다. 자신들이 디자인한 문양들을 일일이 보여주고 어떤 문양이 제품으로 만들 때 적합한지 의견을 나눴다. 패브릭 인쇄 업체에 대해서는 나에게 의견을 물었고, 샘플이 나온 후에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냥 원단을 인쇄해서 가져와서 크기만 이야기하고 만들어달라고 해도 해줄 텐데, 꼭 이런 과정을 거쳤다. 그래서일까. 알지 못했던 공간, 행사에 관해 관심이 커지고, 더 노력을 기울여서 작업을 했다.

 

지금은 주문을 위한 전화를 받으면 조금은 집요할 정도로 묻는다. 용도, 이미지 인쇄 여부, 예산, 제품의 전체적인 느낌, 포장(환경) 여부, 사용의 지속가능성 등을 질문한다. 용도에 대한 설명을 듣고 다른 제품을 안내하기도 하고, 받은 굿즈를 오래 사용하게 하기 위해 라벨이나 이미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한다. 특히 제품 포장에 대해서는 과한 포장은 피하거나 포장 자체를 하지 말자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오늘 회의도 지역의 행사에 대한 전체적인 설명, 물품에 대한 의견을 기탄없이 나누고 추가로 제작할 제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단순히 물건만 만들어주는 업체가 아니고 파트너로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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