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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우 이은주 Jul 07. 2024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었어. 서툴러서 미안해


20살 너무 이른 나이에 결혼해서 내 나이 28살에 아들 둘에 딸 하나의 엄마가 되어 있었습니다. 20살에 남편을 만났고 21살에 큰아들 23살에 작은 아들 28살이 막내딸을 낳아 키우는 동안 저의 20대 청춘은 없어져 벼렸습니다. 청춘이 뭔지도 모르고 아이 낳고 키우다 보니 후루룩 바람처럼 지나가버린 10년.


 엄마라는 일을 처음 겪어본 나의 20대는 좌충우돌 정말 정신없이 흘러갔습니다.  녹녹지 않은 달 세 살이 형편은 삶을 펼쳐 보지 못한 붉은 청춘의 발목을 잡았고 아이들을 잘 키워내지도 못했고 나의 삶도 추스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는 동안 아이들이 이렇게 자랐습니다.






별별시간들이 다 흘러갔겠지요. 가난했던 엄마로 큰 아들의 밥상에 쥐포 반찬을 올려 주지 못해 끌어안고 울기도 했고 작은 아들은 시장 어귀에 파는 바나나빵을 안 사주고 보채는 아이를 때리기도 했던 마음도 몸도 정신도 가난했던 엄마입니다. 몇 해 전부터 작은 아들이 종종 하는 말입니다. 






엄마


내가 다운 시장에서 바나나빵 사달라고 했는데


엄마가 안 사주고 


때렸어






엄마인 나는 잊고 있었던 일인데 때린 줄도 모르고 지나간 일인데 그 말을 들었던 2년 전 어느 날 미안함에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땐 놀라서 사과도 못했습니다) 아마도 아이는 예닐곱 살이나 되었을 텐데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간간히 가슴속에 송곳처럼 서움함이 일어 콕콕 찔리며 살았겠지요.


그리고 며칠 전 32살이 된 작은 아들이 또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


어젯밤에 꿈을 꿨는데 


이번에는 엄마가 바나나 빵을 사줬어


그런데 사주면서 


이 자식에 처먹어 라며 욕을 하더라


20년이 지난 바나나빵이 꿈속에 까지 나와서 괴롭히나 봅니다. 작은 아들의 내면 아이는 아직도 서운함에 울고 있나 봅니다. 급한 대로 쿠팡에서 엄선된 재료와 더 업그레이드된 바나나 빵 10개를  아이가 사는 집으로 로켓배송 시켰습니다. 빵을 먹는 사진을 찍어 보낸 아들이 전화가 왔습니다. 잘 먹었어라고 할 줄 알았는데






엄마


미안해


바나나 빵은 얻어맞으면서 먹어야 맛있나 봐


이 빵 맛없어


웃자고 하는 말인 줄 알는데도 어떤 위로도 어떤 사과도 아이의 마음속 바나나빵은 녹지 않은 화석이 되었습니다. 


가난한 엄마여서 미안했고 


엄마가 처음이라 미숙해서 미안했고 너무 일찍 아이를 낳아 제 앞가림도 못했던 엄마라 미안한 아들아~


앞으로 바나나빵 90개 더 보내줄게. 늙은 엄마의 가슴에서 미안함이 사라질 때까지~









그제는 부산 상공회의소에 강의가 있어 다녀왔습니다. 부산 시내를 운전해서 다니기도 겁나고 대중교통이 좋겠다 싶어 KTX를 타고 부산역에 도착해서 택시로 상공회의소에 도착했습니다. 9시에 시작한 강의는 오후 4시가 되어 마쳤습니다. 해운대 있는 딸아이가 지하철을 타고 강의장 앞에 왔습니다. 어미의 얼굴을 본다는 것은 핑계이고


집에서 먹으라며 빵을 한 가방 사 왔네요.  해운대까지의 거리를 물어보니 상당히 먼 거리라고 합니다.


엄마 알아서 집에 갈 테니 사 온 빵만 주고 가라고 했더니 뜬금없이 엄마 피자 사주까?라는 말에 


딸아이 집과는 점점 더 멀어지는 부산역으로 갑니다. 








요즘 아이들 핸드폰 속 세상은 안 되는 게 없잖아요. 이런저런 검색하더니 이제모 피자 도착.


태블릿으로 뚝딱 주문하더니 핸드폰으로 결제~ 엄마 카드 쓰라고 했더니 기어이 돈 번다고 딸이 결제하네요.


피자를 먹는데 가슴으로 먹는지 입으로 먹는지 두어 조각 먹고 주스는 먹는 둥 마는 둥 했지만


가슴이 불러옵니다. 












이제 지하철 타고 해운대 가라고 했더니 엄마 기차 태워 주고 간다네요. 사실 처음 가본 부산역이라 기차표가 있어도 이런저런 흘러가는 전광판을 읽어야 하니 성가신 일인데 말입니다.






엄마 


어묵 사줄까?


엄마 


화장품 필요한 거 없어?


엄마


미사 줄까?






역사 안에 들어서니 이런저런 상가가 있네요. 많지 않은 월급쟁이가 뭐라도 사주려고 이런저런 말이 겁니다. 









차시간이 가까워 오니 전광판에 탑승 게이트가 들어왔습니다. 이제 됐어 가라고 했더니 기어이 따라와 자리를 찾아 주고 앉은 것 확인하고 출발 시간 조금 남았다며 옆자리에 잠시 앉았다가 떠나는 딸


나가면서 어미의 모습을 찍었나 봅니다.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온 딸아이를 생각하니 왜 이렇게 몇 며칠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잘 키웠고 다 키웠고 이젠 결혼을 시킬 나이가 되었는데 


서로 말은 하지 않지만 딸은 엄마가 애잔한가 봅니다. 저는 딸에게 미안한 것이 많아 말도 못 하는 게 너무 많은데 말입니다



유년 시절 잘해 주지 못한 미안함이 가슴에 쿨럭쿨럭 걸리는 요즘입니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었어


다시 하라고 해도 힘들 거야


아들들아


딸아


엄마가 미안해 그냥 다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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