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7월 6일 토요일.
여느 때처럼 평범하게 흘러갈 줄만 알았던 오늘이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하루가 되었다. 출근시간을 알리는 알람보다 먼저 나를 깨워준 것은 여보의 전화였고, 갑작스레 우리 숲이가 나올 것 같다는 징조가 보인다는 말에 나는 너무 놀라기도 했고, 너무 일찍 나오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아기가 나오는 날은 아기 마음이라고 하던데. 알고 보니 오늘은 우리가 결혼한 지 딱 1,000일이 되는 날이었으니 아무래도 우리 숲이가 여보와 나의 기념일을 축하해 주려고 오늘로 날을 잡았나 보다. 마음씨 고운 우리 딸 고마워!
기대 반, 걱정 반. 떨리는 마음으로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다행히도 양수만 터졌을 뿐, 진통은 없다며 씩씩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던 우리 연수. 해맑게 웃으며 검사받으러 가는 모습과 자기는 잘 있다며 셀카도 찍어서 보내주는 것을 보니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였다.
그래도 막상 수술실로 들어가고 나니 초조하고, 떨리고, 긴장되고.. 진짜 얼마 만에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아 해 본 기도인지.. 제발 우리 연수랑 숲이 모두 건강하게 잘 나오기만을 빌었다.
7월 6일 오후 3시 26분. 2.26kg.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온 우리 이숲이. 처음 수술실 앞에서 마주했을 때는 실감이 나질 않았다. 정말로 나온 건가..? 우리 딸 숲이 맞아..? 너무너무 작고 소중해. 한 달이나 먼저 나왔기 때문에 우리 아가 아픈 데는 없는지 너무 걱정이 됐다. 의사 선생님께서 아가 상태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해 주시는데 마음속으로 계속 간절하게 기도했다. 부디 건강하게 잘 자라주기를. 다행히도 아기 혈당이 조금 낮다는 것 말고는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
1분도 채 되지 않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이숲이와 첫인사를 나눈 뒤 대기실에 앉아 기다리다가 신생아 집중치료실에 들어가 다시 이숲이를 만났다. 들어가기 전에 가운을 입고 손을 닦는데, 진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제일 열심히 손을 닦은 날이지 않을까 싶다.
이숲이와의 두 번째 만남. 인큐베이터 안에서 두 팔과 다리를 힘차게 뻗으며 울고 있던 우리 숲이. 너무 작고 소중했다. 소중하다는 단어의 진짜 의미를 이제야 제대로 깨달은 것처럼.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우리 딸 숲이. 한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과 감정을 느끼며. 그리고 다짐했다. 이 작고 소중한 우리 딸 이숲이는 내가 평생 지켜주겠다고.
이숲이와의 감격스러운 두 번째 만남 후에 한참을 기다리다가 다시 만난 우리 여보. 아직 마취가 덜 풀렸는지 눈을 제대로 못 뜨고 있었고, 조금씩 수술부위에 통증이 느껴지는지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아홉 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숲이를 품고 있느라 고생했을 텐데.. 이렇게 또 큰 고통을 느끼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프고 같이 아파해줄 수 없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 손을 꼭 잡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던 여보의 모습을 절대 잊지 않을 거야. 별 탈 없이 건강하게 다시 돌아와 줘서 고마워.
사랑하는 우리 여보 연수야. 엄마가 된 걸 축하해! 언제까지나 여보와 숲이 옆은 내가 지키고 있을게. 사랑하는 우리 여보, 그리고 숲이야 우리 행복하게 잘 살아보자!
그리고 멀리서 우리를 응원해 준 우리 첫째 아들 두치. 고마워 우리 귀염둥이 두치야. 그리고 오빠가 된 걸 진심으로 축하해! 그리고 사랑해!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우리 가족.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