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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망심리 Sep 17. 2023

그녀가 피하려던 것은
쌍년이라는 비난

마망심리 사례20

편집증(파라노이아)은 지적인 정신증(정신병)으로서 강박증 바로 옆에 있다. 강박증의 강박 관념이 어떤 갈등 때문에 생기는 것처럼 편집증도 그렇다. 어떤 것에 대해 편집증적(파라노이아적)이 되는 것은 그것을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편집증은 병적인 방식의 방어이며, 편집증자들은 그런 심리적인 소질을 가지고 있다. 그런 소질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프로이트가 드는 예는 다음과 같다. 




이미 성숙한 처녀(서른 살가량)가 남동생과 언니와 함께 살았다. 그들은 아는 사람에게 방을 하나 빌려주었는데, 그는 여행을 많이 하고, 약간 비밀스럽고, 아주 재주 있고 똑똑한 사람이었다. 그는 그들과 1년 동안 같이 살았고, 그래서 그들의 가장 좋은 동료이자 동무가 되었다. 그 후에 그는 그들을 떠났다가, 6개월 뒤에 다시 돌아온다. 그런데 이번에는 비교적 짧게 머물렀고, 그는 그것을 마지막으로 사라진다. 두 자매는 그가 없는 것을 애석해 하면서, 그에 대해 좋은 말만 한다. 그러다 여동생이 언니에게, 그가 언젠가 자기를 유혹하려고 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녀가 방 청소를 할 때, 그는 아직 누워 있었다. 그는 그녀를 자기 침대 곁으로 오게 하더니, 그녀가 아무런 의심 없이 가까이 가니까, 그녀의 손을 자기의 페니스에 갖다 댔다. 그 이방인은 후속 장면 없이  얼마 뒤 그 집을 떠난다.  




그런 경험을 한 여동생은 그 뒤 몇 년 동안 병이 들었다. 그녀는 괴로워했고, 관찰 망상과 피해 망상이 나타났다. <이웃 여자들은 그녀를 불쌍히 여겼다. 왜냐하면 그녀는 남자에게 버림받았고, 아직도 그 남자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그녀에게 그런 종류의 암시를 계속 주었고, 그 이야기를 계속 떠벌렸다.> 


프로이트는 <난처한> 일이 그녀에게 일어났는지 알아내려고 그녀에게 질문 공세를 폈지만, 그녀는 아주 단호하게 부인했고, 프로이트는 그녀를 다시 보지 못했다. 그녀는 모든 것이 자신의 신경을 너무 거스른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저항이다! 그녀는 누군가가 그것을 자기에게 상기시키는 것을 원치 않았고, 의도적으로 격리(억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무언가를 피하고 싶어 했고, 그것을 격리(억압)하고 있었다. 그녀가 피하려고 했던 것은 <쌍년schlechte Person, bad girl>이었다. 그녀는 이웃 여자들이 자신에 대해 쑥덕거린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왜 이웃 여자들이 자신을 관찰하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피해 망상이 생긴 것일까? 프로이트는 <모든 것의 자리가 바뀌었는데도, 실제 내용은 그대로였다>고 말한다. 즉 자기에 대한 내부의 비난이 밖으로 전위된 것이다. 자기가 자신을 쌍년이라고 비난하는 것이 밖으로 나가서 이웃 여자들이 비난한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왜 이런 자리 바뀜이 일어난 것일까? 심리 내부적으로 내려진 심판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지만, 밖으로부터 오는 것은 거부할 수 있다. 우리 심리는 <비난하는 심역>인 초자아와 <비난 받는 심역>인 자아로 나뉘어져 있다. 초자아가 자아를 비난하자 우리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이므로 피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것을 밖으로 내보내어 남들이 나를 비난한다는 망상을 만든다. 그것이 관찰 망상과 피해 망상이다. 그런 식으로 심판과 비난은 그녀의 자아로부터 멀리 떨어져 유지된다. 


따라서 편집증(파라노이아)의 목표는 자아와 양립할 수 없는 표상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그 내용을 외부 세계로 투사하는 것이다. 








* 이 글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의 탄생』(열린책들, 임진수 옮김)에 나오는 <원고 H>를 참고하여 정리한 글이다. 

* 격리(억압) : 프로이트가 사용한  ‘ Verdrängung’  을 억압이라고 번역하지만 사실은 그것의 의미는 ‘따로 떼어 보관하다’ 는 뜻이므로 ‘격리’ 로 번역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억압’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 격리’ 로 번역하고 ‘억압’을 괄호로 처리했다.

* 정신증 : 대개  ‘psychosis’ 를 정신병으로 번역한다. 그런데 이것은 ‘ neurosis’ 를 신경증으로 번역하는 것과 걸맞지 않다. ‘ neurosis’ 와  ‘psychosis’ 는 모두 정신적인 염증을 의미하는 <-osis>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신병은 정신증으로 번역해야 두 용어가 잘 어울리고 정확한 표현이 된다. 이 논리는 프로이트 라캉학교의 임진수 2014년, <정신분석 용어해설> 세미나를 참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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