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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화래진 Aug 11. 2022

존재만으로도 의지가 되는 사람

슬기로운 대학원 생활 -의지편-

 슬기로운 대학원 생활에 한줄기의 빛이 군대로 떠나고 새로운 무지개가 나타났다. 표현이 이상하긴 한데 실제로 보면 이런 느낌이 강하다. 둘 다 입학하고 나서 내가 참 많이 좋아하고 의지를 많이 했던 사람들이다. 현재도 마찬가지고.

 



우리 과는  학교 연구실과는 다르게 입학하고 나서 연구실을 선택할  있었다. 물론 입학 전에도 컨택으로 가능하기는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1 생활  연구실 면담을 통해 원하는 연구실을 들어간다. 간혹 너무 많은 인원이 몰리면 부득이하게 다른 연구실로 임의 배정된다.  불편하고 불합리한 시스템이다. 그만큼 모든 교수님들께서 능력도 있고 좋고 다재다능하기 때문에 하나의 1지망 연구실이 아니어도 나쁘지는 않지만 좋지도 않다. 내돈내산이 전혀  되는 느낌이랄까?


무튼 그렇게 후배 연구생이 들어왔다. 꽤나 쟁쟁한 경쟁률을 뚫고 우리 연구실에 입성했다. 수업시간에 그 친구는 말을 차분히 잘했다. 본인의 생각을 조리 있게 설명하는 게 어려운 나는 내심 멋진 친구가 들어왔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지금 나의 애제자 자리를 놓칠 수도 있겠다는 옹졸한 마음까지 가졌었고. (누구도 나를 애제자로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빛군에게 말했다. 야 지금 경쟁자 들어왔어.라고




무지개양이 대학원의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봤고 나는 열심히 대답했다. 연락하다 보니 너무 재밌어서 언제 한번 보자고 했는데 그렇게 보고 영혼의 단짝이 되었다.


무지개양은 나랑 너무 비슷한 사고 회로를 가지고 있었다. 마치 내가 아이폰이라면 그 친구는 맥북 같달까? 똑같은 OS를 장착한 것처럼 상대의 생각에 이해하지 못한 적이 없었다. 물론 다르기도 많이 다르지만 그걸 상상하는데 많은 시간이 들지 않았다. 대략적인 설명만 있다면 납득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필터 없이 온전히 내 생각만을 말한 게 처음이었고 만나기만 하면 몇 시간을 떠들었다. 가치관, 사회, 문화, 종교 종목 상관없이 대화를 통해 내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친구를 만난 것이다. 단점은 정작 둘이 만나면 논문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더불어 사고도 둘이 같이 쳤었다.




무지개양은 모르겠지만, 존재만으로 의지가 되는 사람이 있냐고 물어보면 지금은 지체 없이 그 친구 이름을 댈 수 있다. 의지가 되어 주고 싶고, 학교 일로 힘이 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다. 우정이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도 하지만 나는 사랑보다는 그 친구를 존중하고 있는 것 같다. 가끔 예민한 마음에 불안이 넘쳐오면 무지개양의 안정적인 정서를 모방해 이불처럼 뒤집어 쓴다. 간접적으로나 직접적으로나 내게 참 의지가 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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