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선곡
G. Mahler
Symphony No.8
Soprano I/ Jane Eaglen
Soprano II/ Anne Schwanewilms
Soprano III/ Ruth Ziesak
Contralto I/ Sara Fulgoni
Contralto II/ Anna Larsson
Tenor/ Ben Heppner
Baritone/ Peter Mattei
Bass/ Jan-Hendrik Rootering
Prague Philharmonic Choir
Netherlands Radio Choir
Riccardo Chailly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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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르도 샤이의 말러는 그만의 아우라가 있다. 고금의 연주와 확연히 구분되는 "샤이-말러"의 특징은 텍스트를 X-ray 사진 촬영하듯 투명하게 비춰준다는 점이다. 서두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여유로운 템포변화로 모든 파트를 낱낱이 드러내는 그의 완벽주의적인 기질은 역설적으로 감상자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가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품의 세부 구조를 친밀하고 편안하게 안내한다. 여기에 더해 장엄한 음색과 광활한 공간감으로 진한 여운과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말러 교향곡 8번>은 그의 강박적인 성향이 더욱 두드러지는 연주이다. 악보 상의 모든 음표를 모조리 다 보여주려는 듯이 섬세하게 세공된 음향과 강력한 인토네이션, 그 어떤 흠결조차 찾아볼 수 없는 앙상블로 모두를 압도한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이질적인 뉘앙스도 강하다. 테너 벤 헤프너의 미성은 푸치니의 오페라를 듣는 듯 감미롭다. 바리톤, 베이스를 비롯한 캐스팅도 마찬가지이다. 리카르도 샤이의 성악 기용은 한 편의 오페라적 진용을 방불케 하는 극적이고 탐미적 음색으로 가득하며 바로 이런 접근 방식이 다른 연주들과 본질적으로 방향을 달리하는 부분이다.
2부 테너의 아름답고 격정적인 아리아는 이후 '영광의 성모'가 등장하는 순간까지 고막을 울리는 황홀경을 선사한다. RCO의 현은 해맑고 순수하며, 따스하고 청명한 목관군과 깊은 울림의 금관군이 우릴 천국으로 안내한다. 솔로 바이올린이 아름다운 음색으로 마음을 스치면 소프라노, 콘트랄토의 중창이 더해져 폭발적인 격정과 애절함으로 가슴이 저며온다. '영광의 성모'의 짧지만 극적인 등장은 환상적인 극한의 카타르시스를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다. 미성의 테너 벤 헤프너가 등장하면서 사랑의 아리아를 부른다. 합창단이 그의 격정적인 세레나데에 금빛의 꽃가루를 흩날리면서 두 대의 하프가 천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피날레 총주는 웅장한 공간감을 극대화한 연출로 깊은 여운을 안긴다. 그러나 최고조의 클라이맥스에 이르는 과장된 몸짓이 아니라 지극히 진중하고 논리적인 종착점이다.
뜨겁고 진취적인 연주를 선호한다면 샤이의 접근 방식은 그리 진한 감흥을 느끼기 어렵다. 다만 오롯이 음악 자체에 집중한 그의 해석은 말러의 이면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감성을 벗겨낸 '이성적인 말러'의 전형을 이 연주를 통해 오롯이 느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