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선곡
G. Mahler
Symphony No.8
Neeme Järvi
Gothenburg Opera Orchestra
Gothenburg Symphony Orche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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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숨은 명반을 꺼내본다. 브릴리언트 말러 박스(11CD, "대지의 노래", 교향곡 10번은 없다)의 네메 예르비, 예테보리 오페라 오케스트라-예테보리 심포니 오케스트라 <말러 교향곡 8번>은 말러리안들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인정받는 음반이다. '72분'이라는 러닝타임이 말해주듯 어느 부분 하나 머뭇거림을 찾아볼 수 없는 장쾌한 초스피드 연주이며, 예르비의 거침없는 해석과 오케스트라, 합창단의 깊고 탄탄한 앙상블은 그야말로 흠잡을 곳 없는 최고 수준을 보여준다. 게다가 실황 녹음(공연 장소와 날짜 정보는 없고 박수소리는 녹음돼 있다)이라는 것이 또 한 번 놀랍다. 성악진 또한 모두가 훌륭한 가창을 들려줘 이 음원에 대해 그 어떤 불만도 가질 수 없게 만든다. 그저 매 순간 놀라고 또 놀라는 가운데 1부가 눈 깜짝할 사이 눈부신 총주로 마무리된다.
이 연주의 진정한 가치는 2부에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Poco adagio'로 시작되는 5분 여의 고요한 서주부가 격정적인 현의 보잉으로 이어지며 작품이 지닌 깊은 고양감에 청자의 마음을 오롯이 빼앗는다. 합창단의 음성이 전하는 서늘함이 지나가면 테너의 묵직한 울림으로 본격적인 치열한 앙상블이 펼쳐진다. 결단코 주저함이란 찾아볼 수 없는 예르비의 불꽃 튀는 해석과 오케스트라의 눈부신 질주는 지루할 틈도 주지 않고 진격한다. 혹자는 무자비한 돌격적인 흐름에 질색팔색할 수도 있겠지만, 어느 파트 하나 앙상블의 흐트러짐을 찾아볼 수 없으니 그들의 거대한 음향의 파도에 휩쓸리다 보면 어느덧 종착점에 와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장엄한 코다가 장중한 울림으로 종결되면 잠시 정적이 흐른다. 청중들 역시 이들의 연주에 잠시 정신을 잃은 탓일까? 아니면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큰 감동을 받았기 때문일까? 이유가 무엇이든 이 음반의 가치는 감상자 모두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놀라움을 안겨준다는 점이다. 음반들을 감싸는 브릴리언트의 무성의한 재킷이 너무 미안해질 정도로 연주는 모든 부분에서 대단히 훌륭하다. 그들의 가치를 내실로 가득 채운 숨은 명반이라는 것에 더욱 큰 의의를 두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