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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커 Jun 23. 2023

회사 빌런 (헬스장)

정말 빌런 맞나요?

회사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외부로 알려지지 않는다. SNS를 통해 알려지는 회사 이야기가 웃음을 자아내거나 공감을 사기도 하지만 보통 회사 일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다. 간혹 사건/사고가 보도된다면 이상한 사건이거나 시기적으로 공론화 의미가 있을 경우이다. 회사에서 흔히 일어나는 '나와 상관없는' 일에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는 "초대박" 사건이 된다. 사건들은 '나와 상관있는' 회사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무료한 일상의 주간 베스트 대화 주제가 된다. 자극적인 이야기가 부풀려져 돌아다니는데, 사실을 확인하면 자극은 반감되고 공감되는 사건이 되기도 한다.


드라마에서처럼 회사에서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 지난주 헬스장에서 있었던 사건 알아?

- 완전 대박? 그래서?


아침, 점심, 저녁 시간에 직원들이 헬스장을 찾는다. 트레이드밀이 20대 정도 있으니 꽤 큰 공간이다. 나도 점심 혹은 저녁 시간에 헬스장을 종종 이용했다. 난 아침잠이 많아서 아침에 죽어다 깨어나도 운동은 할 수 없는 생활 패턴을 가진 사람이다. 내가 아침에 헬스장을 찾는 이유는 샤워하기 위함이다. 늦잠을 잤을 때, 회식 다음 날 정신없이 출근한 경우 회사에서 샤워했었다. 내가 자주 다닌 그 공간(헬스장)에서 사건이 일어났다.


이상한 헬스장 사건


헬스장 이상한 사건은 뉴스를 통해 알려졌다. 한 매체에서 OO동 소재 회사의 탈의실 사건을 보도했다. 딱 우리 회사였다. 순식간에 소문이 퍼졌고 관련 부서에 있는 사람을 통해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된 시점은 3~4일 후였다.


지하에 위치한 헬스장 여자 탈의실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보도 내용만 보면 변태가 회사에 나타난 사건이다. 보도는 한 남성이 회사 헬스장 여자 탈의실(샤워장)에 몇 차례 출입해 신고된 내용이다. 여성 탈의실에 출입한 남성을 발견한 여성 직원의 신고로 그가 잡혀갔다. 새벽 시간이었다.


아마 신고한 직원은 밤샘 업무를 하고 샤워하러 갔거나, 새벽 업무를 위해 일찍 출근했을 것이라 추측한다. CCTV를 확인한 결과 우연한 출입이 아닌 걸로 밝혀졌다. 이 남성은 상습범이었다.


- 왜?


세상 끔찍한 사건이 되었다. 회사 샤워장 괴담은 마치 화장실 몰래카메라 괴담같이 회사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었다. 그는 왜? 회사에서 CCTV가 있는데? 그런 짓을 했을까?


며칠 후 알게 된 이 사건의 전모는 요즘 성인지감수성으로 볼 때,


- 이게 범죄인가?


의구심을 들게 하는 사건*이 될 수도 있다.


이 남성은 성정체성에 혼란을 겪은 사람으로 아무도 없는 새벽 시간대에 여성 탈의실에서 놀았다. 여성의 옷을 입고, 화장하며 자신의 욕구를 해소했다. 수차례 아무도 없는 회사 여성 탈의실을 자신의 '성정체성' 해방구로 삼은 셈이다. 개인적인 은밀한 욕망을 회사에 와서 해소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에게는 회사가 적합한 장소였던 모양이다. 혹은 회사의 탈의실이 유일한 공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사건의 본질은 회사와 가정에서 남성으로 살지만, '성정체성' 혼란을 겪는 남자의 이야기가 되었다.


* 최근 미국 시애틀 '올림푸스 스파' 사건이 있었다. 한국 스타일 스파에서 '생물학적 여성'만 여성 전용 스파에 입장하게 한 조치는 업체 잘못이라고 판결한 뉴스가 있다. 사건의 여성은 '생물학적 남성(수술하지 않은)'으로 여성 전용 스파에 출입 거부당하자 소를 제기했다. 아직도 '생물학적 성'으로 남성 전용, 여성 전용 공간에 출입하는 것에 대한 찬반 논란이 미국에서 진행 중이다.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다른 사업본부의 일이었기에 난 '잠깐' 관심사항에 올렸다가 내려놓았다. 어느 정도의 처벌을 받았는지는 알지 못한다.



헬스장에 미친 사람들


회사 헬스장에는 운동에 미친 사람들이 산다. 아침에 샤워하러 가도 그들이 있고, 점심, 저녁때 가끔 운동하러 가도 있다. 외로운 늑대형 헬스에 미친 사람은 보통 목에 수건 한 장 두르고 허름한 운동복을 입으며 이어폰을 끼고 혼자 몸 만들기에 열심이다. 삼삼오오 모여서 단체로 미친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보통 잘 갖춰 입은 복장에 웃음꽃이 피우면서 '회사에서' 운동한다. 외로운 늑대형이든, 삼삼오오 그룹이든 그들은 트레이드밀에는 다가오지 않고 그들의 영역에서만 움직이는 야생동물 같았다.


난 가끔 매트에 앉아 스트레칭, 줄넘기, 걷기 운동하는데, 그들이 사용하는 벤치프레스와 바벨을 보면 난 약간 위압감이 느꼈다. 부러움이었나? 난 육상 선수 같은 몸매를 지향하기에 그들의 근육이 부럽진 않았던 것은 확실하다. 난 그 야생동물의 영역으로 들어가 아둥바둥 턱걸이하거나, 바벨을 들 때면... 내가 여기 있으면 안될 것 같은 압박감을 느꼈다.


* 아침, 점심, 저녁으로 회사에서 운동하는 그들은 직원일까? 직원 맞다. 심지어 일도 잘한다. 인사부 직원은 개인적으로 알지 못해도 이름만 알면 그들을 문서상으로 어느 정도 알 수가 있다.



헬스장 빌런


회사에서 고용한 헬스장 관리인이 있었다. 그는 학생이면서 아르바이트 형태로 정해진 시간에 일했었다. 그 아르바이트생은 헬스장 물품관리와 운동 코칭의 역할을 맡고 있었다. 회사 행사를 하면서 총무부서 헬스장 관리 직원과 아르바이트생의 도움을 받다 보니 친분이 생겼었다. 그들과 식사를 하던 어느 날, 헬스장 복장과 수건의 도난이 빈번하다고 아르바이트생이 토로했다. 심지어, 샤워장의 샴푸를 훔쳐 가거나 샴푸액을 퍼서 가져갔다고 했다.


" 운동복, 수건 외부 반출 금지 "

몇 개월 후 헬스장 출입구에 공지가 붙었다. 그리고 헬스장 복장과 수건 대여료 명목으로 500원을 지불하게 되었다. 수건 재구매 비용과 세탁 비용 명목이었다. 그런데도 수건이 사라지는 일은 계속되었고, 심지어 운동복까지 사라지기 시작했다.


회사 내에서 여러 부서를 돌아다니다 보면, 헬스장 수건이 자리 이곳저곳에서 발견되었다. 심지어 체육대회를 하면 1~2명은 꼭 헬스장 상의를 입고 나타났다. 직원들은 헬스장의 허락을 받고 빌려가는 일도 있었지만, 무단으로 가져가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회사는 사람 사는 곳이고 사람마다 상식은 다르다. 그 상식에 반하는 이상한 놈들은 꼭 있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다. 500원의 대여료를 내고, 당당하게 가져간 것이다. 돈을 내면 더욱 뻔뻔해지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부끄러움을 모르면 회사에서 빌런이 되기 쉽다.


회사 헬스장에 몸을 예쁘게 만들기 위해 미친 사람들이 텃새처럼 상주하고 있고, 정체성(마음)이 쪼개진 사람이 가끔 출몰하기도 한다. 샤워만 하러 찾는 사람도 있고, 집에서 쓸 샴푸를 훔치러 빈 플라스틱 통을 들고 오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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