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워커 Jun 08. 2023

사내 연애 (평범한 스파이)

인사플랫폼 활용자(알레그레토)

직장 생활을 하면서 사내 연애를 수없이 목격했다. 선남선녀가 만나는 이유는 다양하고 저마다 사연이 있었다. 청첩장을 받을 때 주변 동료가 놀라는 사내 연애부터 사귀는 즉시 공개하고 그중 한 명이 다른 조직으로 발령 가는 일도 있다. 한 조직에서 부부가 있다면 한국 사회에서는 그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일하기란 쉽지 않다. 회사는 덕담만 오가는 조직이 아니니까 그래서 비공개 연애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공연한 비밀 되겠다!


내가 목격한 사내 연애들은 평범하지 않았고, 각자 사건 사고가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사내 연애로 시작으로 결혼했다. 나의 사내 연애를 이야기하면 수십 페이지의 소설이 나올지도 모른다. 헤어짐 사이에 감당하기 힘든 감정의 소용돌이와 지금도 눈앞에 선한 총천연색 사건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내 연애는 주변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더 굴곡져진다. 특히 비공개 연애를 하는 경우, 듣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듣게 된다. 호사가들의 관심 주제이며, 그들의 입술에 오르는 이야기가 아름답지는 않다. 무미건조한 회사 생활에서 사내 애정 관계 이야기가 얼마나 재미있을까? 뒷담화하는 사람들에겐 이야깃거리이고 당사자들에게는 인생을 건 결정의 연속이다.


'이 대리와 김 과장이 사귄대'

'장 사원과 최 대리가 헤어졌대'


쉽게 오르내린 말들 사이에 그들은 3~4페이지의 설레는 감정들과 숨 막히는 사건이 있을 것이다.



여기 작은 첩보 연애 이야기가 있다.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 약간 추측을 더 한다.)

     

연애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이지만, 그 사람의 배경을 무시할 수 없다. 그 사람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목적의 배경 탐색에 그치지 않고, 그 사람을 판단하는 목적으로 배경을 파악하기도 한다.


인사담당자들은 그 배경 탐색을 업무적으로 한다. 궁금해하는 사람도 많고, 또 그 배경이 그 사람을 규정 짓은 대표적인 전통적인 여러 가지 프레임 중 하나다. 학점을 성실함의 지표로 사용하거나 출신 학교를 성취력의 지표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학위 과정에 있거나 자격증이 있다면 성장 욕구가 강하다는 식의 '분석'을 장착할 수 있다. 인사담당자가 그와 같은 정보를 '인사'에만 사용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채용 인사담당자는 입사 프로세스를 진행하면서 지원자들의 가이드 역할을 한다. 지원자는 인사담당자를 선배 혹은 본인이 알고 싶어 하는 중요한 정보를 가진 권위를 가진 사람으로 생각한다. 실상 전혀 그렇지 않다. 채용 진행 인사담당자는 지원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겠지만 채용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진 못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지원자와 좋은 관계가 형성되고, 그 관계가 발전하는 경우가 아주 드물게 있었다.


내가 있었던 조직에도 인기 있는 채용담당자가 있었다. 그 후배는 지원자나 합격자들의 구애를 받았었다. 후배는 구애자 중 ‘선택’ 할 만큼 인기가 많았다. 사내 구애자 채용이 벌어진 것이다. 결론적으로 그 후배가 선택한 친구와 사내 공개 연애를 했고,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 여기까지 행복한 사내 연애 이야기이다.


그들이 결혼한 후, 호사가들의 입을 통해서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다. 그 후배는 수많은 구애자들 중에 배우자를 '선택'했다고 한다. 호사가들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연애의 기승전결 중 가장 자극적인 주제만을 선택하여 소문내기 때문에 앞뒤 정황을 잘 살펴야 한다.


- BB가 AA에게 대쉬 했다더라... 근데 AA가 깠다고 하더라

- CC와 AA가 몇 번 만났다가 AA가 결국 싫다고 했다더라. CC 정말 괜찮은 사람인데...


그저 그런 그 친구의 사내 연애 이야기인 줄 알았다.


AA는 인사담당자였고, 인사 정보를 참고해서 자기의 연인을 골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난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인사담당자는 직원들의 정보를 알 수 있다. 요즘은 입사하더라도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지만, 과거에는 입사자들에게 아주 많은 개인 정보를 요구했었다. 정보의 불균형 상태에서 연애는 어떠할까? 상대방의 출신 학교와 학점, 부모의 정보(요즘은 부모 정보를 요청하지 않는다.) 본인과 부모가 사는 곳까지 모두 알 수 있다.


호사가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는 그 친구는 상대방의 집 주소나 부모의 집 주소를 알고, 그 집의 시세를 알아봤다는 이야기였다. 결혼정보회사를 통하지 않고 '조건'을 살펴 사귈 사람을 만난 시대를 앞서간 발칙한 플랫폼 활용자였다.


관심있는 사람이 어디에 사는지 궁금할 수 있다. 부모님이 어떤 분인지 궁금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행동은 이해할 수가 없다. 벌써 15년이 넘은 이야기이다. 소문으로 들었던 이야기지만 나에겐 적잖은 충격이었고, 채용에 관련된 정보를 제외한 개인정보를 적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 계기가 되었다. 정보와 시스템을 악용하는 사람들은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회사 회식 (만취가 기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