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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h Kim Nov 27. 2023

꿈을 그린 화가의 유쾌한 상상세계

바르셀로나, 호안미로 미술관에서

'유대인의 산'이란 뜻을 가진 몬주익 Montjuic에 올라,

해 질 녘의 바르셀로나 도시 풍경을 본다.


11월의 시원한 바람

바르셀로나 시내가 한 눈에 보이는 몬주익 언덕


해 질 녘 도시뷰가 낭만적이던 이 몬주익 언덕은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우리나라 황영조 선수가 마라톤 금메달을 딴 장소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선풍기 하나에 처절하게 더위를 부탁해야 했던 8월의 여름밤, 너무 더워 밤잠을 설치고 깨니,

엄마가 혼자 거실에서 올림픽 마라톤 경주를 지켜보고 계셨다. 태극 마크를 단 작은 체구의 선수가 묵묵히 달리던 그 걸음걸음을 열렬하게 응원했던 그 순간이 스냅사진처럼 아스라이 떠오른다. 문득.

진라면 X호안미로 스페셜 에디션 [사진=오뚜기 제공]


몇 년 전, 한참 마트 진열대는 제품마다 명화 아트 디자인 포장지로 가득했던 때가 있었다. 그때 국민 간식 진라면 30주년 에디션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진라면은 ‘호안미로’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유쾌한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캐치프레이즈하에  ‘진라면 X 호안미로’ 아트콜라보 디자인을 탄생시켰다. 주말에 마트에서 장 보던 나는 라면 포장지가 인상적이어서 무심코 진라면을 골랐던 기억이 난다. (라면 광고 아니에요^^) 그때 이후 진라면은 브랜드 강화에 더 박차를 가할 수 있었을까?



바르셀로나에는 수많은 명소들이 있지만 내가 꼭 가야 할 핫스폿들 중 하나였던

몬주익 언덕 위의 호안미로 미술관.

호안미로 미술관 가는 길 : 메트로 2-3호선 Paral-lel역에서
등산열차(푸니쿨라르)를 타고 종점에서 하차해 도보로 5분 거리 (매주 월요일 휴관)


호안미로 미술관은 1975년 호안미로가 친구이자 건축가인 루이스 셀트에게 직접 설계를 의뢰하여 지은 미술관이다. 세상 여러 곳의 미술관을 다녀 봤지만 스페인의 호안미로 미술관은 정말 손꼽히는 미술관중 하나라 말하고 싶다. 바르셀로나 공황 벽화부터 람블라스 거리의 모자이크 보행로까지 여행객들은 곳곳에서 미로의 자취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스페인 La Caixa 은행 로고 디자인은 별을 사랑한 이 화가, 호안미로가 직접 제작하 것이다.


스페인 곳곳에서 볼 수 있는 La Caixa 은행 로고 디자인


바르셀로나에서 호안미로의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고 싶다면 호안미로 미술관은 머스트 해브 방문코스가 아닐 수 없다. 바르셀로나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야외 테라스까지 갖춘 이곳은 미로가 기증한 200여 점의 그림과 150점의 조각과 태피스티리, 5000점의 스케치등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 기차는 멈추지 않는다

미로는 쓰레기 더미에서 이 문구가 적힌 녹슬고 오래된 철도 표지판을 발견하고, 그 문장을 평생 자신의 예술인생의 모티브로 삼고 작업실에 걸어 놓았다. 멈추지 않는 상상력과 생명력으로 충만했던 카탈루냐 출신의 화가. 호안미로는 추상미술과 초현실주의를 결합하여 자신만의 독특하고 창의적인 작품세계를 보여준 화가다. 그는 피카소, 달리와 함께 스페인의 대표 3대 거장으로 꼽힌다. 80세까지 장수하며 작품활동을 했으니, 미로는 부와 명예를 모두 얻고 비교적 행복한 예술가의 삶을 살았을 것이다. 가난하게 단명한 만인의 화가 빈센트 반고흐와는 다르게 말이다. 호안미로의 작품은 노랑, 빨강, 파랑 등의 원색을 사용해 밝고 율동적인 구성과 단순한 이미지가 특징이다.


이곳 호안미로 미술관에 방문하면, 추상미술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어딘지 동심을 담은 유쾌 발랄한 그림들로 기분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미로의 조각 작품을 전시한 옥상은 훌륭한 야외 갤러리이자 바르셀로나의 시내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뷰포인트다. 오랜 비행으로 쌓인 여독을 풀기에 그야말로 딱인 장소다!

바르셀로나 시내는 늘 관광객들로 북적북적 붐비는데 하루 한나절은 호젓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당신을 안내할 것이다.

호안미로 미술관 옥상 야외 갤러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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