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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가족 순장

중년백수 일기

by 일로

어제는 의정부에 있는 아나키아 카페를 다녀왔다.

다녀 본 카페 중에 가장 럭셔리하고 분위기가 좋았던 카페였는데, 또 가고 싶지는 않았다.

규모와 시설이 층마다 놀랄 정도로 멋졌지만, 커피 맛과 빵이 별로였기 때문이다. 호기심에 한 번씩

와 볼 수는 있어도, 매력적인 장소는 될 수 없었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겉으로 화려하고 성공한

모습이어도, 사람이 별로라면 그다지 부럽지가 않다.


우린 때로 보이는 것에 흔들려, 정작 중요한 인생의 행복을 잊고 사는 것 같다.

음식점은 맛이 있어야 찾게 되고, 사람은 매력이 있어야 보고 싶다. 맛과 매력이 있어야 행복해지는 것이다.

행복을 찾아 먼 곳으로 달려 가보지만, 결국 행복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서만 느낄 수 있다.

남들에게 보이는 모양보다는, 보이지 않는 것들에 집중하는 삶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보이지 않는긍휼을 베푸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긍휼을 받는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되기 때문이다.


오늘 2년 가까이 있던 순에서 나왔다. 아내가 처음 생긴 새 가족순의 순장을 맡으면서 순원들과 작별을

했다. 갑자기 나오게 돼 마음이 무거웠는데, 순장님의 기도를 받고 잘 마무리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우리 교구에 처음 오는 성도님들을 한 달 정도 함께 하면서, 교회 소개와 정착을 도와주는 역할이다.

아내는 너무 잘할 것 같은데, 내가 서포터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거기다 순장교육과 제자훈련까지 받아야 해서, 주일은 하루 종일 교회에서 보내야 할 것 같다.


믿음이 크지 않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이 허락하신 길임을 믿는다.

아내도 직장을 그만두고, 나도 더 이상 일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제는 지금까지 부어 주신 축복들을

조금씩 주변에 흘려보내는 시간들을 만들어야 한다. 언제나 내 계획을 뛰어넘는 하나님의 섭리로 여기까지

왔음을 고백한다. 아마도 내가 붙들어야 하는 건, 겉모양보다는 내 안의 긍휼히 메마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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