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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걷는 문학기행 3일차

삿뽀로 문학기행

by 청일

새벽에 잠이 깼다.

더잘까 일어날까 고민하다가 그냥 일어나 대욕장으로 향한다.

뜨거운 물에 온몸을 담글 수 있다는것이 너무도 좋다

한산한 욕장을 전세낸듯 여기저기를 오가며 온천욕을 즐겼다

호텔 창문으로 바라본 아침 풍경

간밤에 눈이 내려 도로마저도 하얗게 단장을 했다

오늘의 첫 일정은 마에다 신조의 탁신관 갤러리이다.

근처에 자작나무 숲이 있다고 하니 눈오는 날 눈덮인

자작나무 숲을 거닐 생각에 한껏 기대에 부푼다

하얀 눈으로 덮인 구릉에 나무 두그루가 다정히 서있다

하늘인지 땅인지 구별조차 되지 않는 순백의 세상에

나무 두그루만이 이곳이 땅임을 증명하고 있다

갤러리 옆 자작나무 숲은 고즈늑하고 아늑했다

길게 뻗은 자작나무 숲길을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내며 거닐어 본다

매일의 일상에서 벗어나 이국의 설원을 거니는

일은 생각보다 기분 상쾌해지는 유쾌한 일이다

전시관은 정확히 10시에 오픈을 했다

신발을 벗고 나무 바닥을 밟으머 들어가니 작품들이

눈에들어온다

북해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전파한 사람이다

북해도에 대한 사랑과 긴 관찰과 응시가 만들어낸

천상의 작품들이다.

이동하는 내내 창밖을 바라보며 끝없이 펼쳐지는 설원의 세상을 감상했다

보지 못했고 접해 보지 못했던 설원의 풍경은 경이로움으로 다가왔다. 풍경 하나하나가 사진속 작품같았다.


다음 목적지인 철도원의 배경이 된 호로마이역으로 향했다.

도착해서 보니 며칠전 영화로 보았던 배경들이 그대로내눈에 들어왔다. 오로지 철도원으로 인생을 살아왔던 그였기에 딸과 아내의 죽음마저 끝내 침묵하고야 말았던 고지식한 역장의 안타까운 삶이 어른거렸다.

지금에야 남편의 역할이 가장의 무게에서 조금 벗어나 육아까지 공동부담 하는 부부 협동체의 삶이지만 남자이기에 가장이기에 스스로 짐지웠던 삶의 무게가 느껴지기도했다


세번째 목적지는 영화 러브레터의 배경인 오타루로 향했다

극중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했던 병원 자리는 시청이었다고한다. 근무중인 시청을 관람객이 되어 둘러보았다.

오타루 관광지를 거닐어도 별다른 감흥이 없고 오르골의 화려한 상품들을 보아도 손이 가지 않았다.

나이탓인가 하는 생각도 드는 순간이었다

저녁을 먹고 대욕장에서 하루의 피곤을 풀기위해

뜨끈한 욕장에 몸을 담궜다. 욕장 차창밖으로 인적이 드문 한가한 오타루 운하가 보였다

눈발이 날리는 오타루 운하는 운치를 한층 북돋아준다

대욕장 휴게실에서 바라본 오타루 운하

여행의 피로가 쌓인듯 피곤함이 엄습한다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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