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욱 작가 사진전(11/26-12/2) 포토하우스 2층 인사동
한지 위에 펼쳐진 한국의 산하는
마치 오래된 숨결이 빛으로 되살아난 듯 고요히 피어올랐다.
한지의 결 사이사이로 스민 바람과 시간은
나무 한 그루, 능선 한 줄기의 형상을
푸른빛으로, 때로는 붉은빛으로 살며시 물들였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만난 이 산하의 깊이는
말없는 위로처럼 다가왔다.
눈을 뒤덮은 봉우리들을 따라
먼 곳까지 이어지는 산맥의 흐름은
운무의 품속에 잠겨
가늠할 수 없는 아득함으로 나를 데려갔다.
붉게 깨어나는 하늘이 봉우리를 감싸는 순간,
그 풍경은 태고의 숨을 품은 채
지금 이곳에 조용히 서 있는 듯했다.
산은 바다처럼 넓고 깊었고,
능선은 파도처럼 부드럽게 굽이치며
서로에게 기대어 끝없이 이어졌다.
그 푸른 능선들을 바라보는 동안
내 안의 고요한 시간이 천천히 올라왔다.
한국의 산하가 품은 친근함과 장대함,
그리고 말로 옮기기 어려운 따뜻한 떨림이
가슴 깊이 스며들었다.
일출의 금빛을 머금은 능선들은
겨레가 걸어온 오랜 길을 닮아 있었고,
피처럼 뜨거운 생명의 온기가
그 속에서 조용히 뛰고 있었다.
오늘 마주한 블루 마운틴은
장엄한 태초의 풍경이자
우리의 숨결이 머물러 있는 자리였다.
나는 그 산의 노래를 마음속에 고이 담는다.
발로 내딛어야만 닿을 수 있는 곳,
오르고 또 걸어야만 내려다볼 수 있는 자리.
그곳에 스친 바람과 시간의 결을
이 한 폭의 사진이 고스란히 품어내고 있었다.
오늘, 나는 한국의 산하 한 줄기를
가만히 가슴에 품고 돌아간다.
말러 교향곡 4번이 갤러리안을 장엄하면서도 고요히 흐르면 산하가 서사를 쏟아내는 신묘한 경험을 하게된다.
- 작가노트 -
산의 초상은 사람의 얼굴
산의 풍경은 사람의 모습
산의 파노라마는 사람의 인생과 닮았다.
나는
산을 통해
나 자신을 만나고
내삶의 모습을 바라보며
내 인생의 파노라마를 펼쳐본다
내가 산을 작업한다는 것은
그 산과 하나가 되는 길이다.
쪽빛으로 물드는 산,블루마운틴
오늘도 그 산을 만나러 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