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청소년들과의 미술관 관람
자립청소년들과 진행한 바리스타 11회 차 수업이 끝난 뒤, 나는 그들에게 미술관 관람을 제안했다.
기대 이상으로 아이들은 기쁘게 응답해 주었고, 각자의 바쁜 일정 속에서 어렵게 교집합을 만들어 마침내 오늘, 우리는 세종미술관으로 향했다.
마지막 수업 이후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자리라 그런지, 그들보다 내가 더 설렜는지도 모른다.
미술관 입구에서 마주한 아이들의 얼굴에는 여전히 밝고 해맑은 미소가 번져 있었다.
11시에 도슨트 투어가 예정되어 있어 우리는 서둘러 전시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 전시는 르네상스부터 인상주의까지 600년의 미술사를 한 번에 조망할 수 있는 특별한 자리였다.
미국 샌디에이고 미술관이 소장한 65점의 작품들이 한국에 온 뜻깊은 전시.
도슨트의 설명은 르네상스의 섬세한 균형미에서 출발해 바로크, 로코코, 사실주의, 인상주의, 그리고 20세기 모더니즘에 이르기까지 600년의 시간 속을 우리를 태우고 1시간 남짓한 여행을 이어갔다.
사조의 복잡한 구분을 이해하는 것보다
한 점의 그림과 마주하며 스스로 의미를 발견한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많은 그림 중 한 점의 그림을 고르는 일은 나의 결과 맞닿는 지점을 발견하는 일이기도 했다
전시장엔 처음 보는 그림들이 많아 더욱 신선했고, 각자 눈에 띄는 작품 앞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머물렀다.
도슨트 투어가 끝난 뒤, 우리는 다시 처음 전시실로 돌아가 각자가 가장 마음에 들어온 그림 한 점을 골라
그 앞에서 조용히 감상을 적어보기로 했다.
놀랍게도,
이 친구들이 처음 글쓰기를 한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깊고 사색적인 문장들이 차분히 흘러나왔다.
평소 일상 언어로는 들을 수 없었던, 그들의 내면이 그림이라는 매개를 통해 조용히, 그러나 힘 있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바로 이것이 오늘 우리가 미술관에 온 진짜 목적이기도 했다. 서로를 더 깊이 알아가는 일.
그리고 예술의 언어로 마음을 만나보는 일.
그림 한 점으로 시작된 감상은
식사 자리와 카페로 이어졌다.
넓은 카페는 사람들이 오가는 발걸음으로 복잡했지만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만큼은 고요하고 따뜻했다.
한 해를 돌아보고, 내년의 계획을 나누고,
서로의 삶을 응원하는 말들이 오갔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오늘 우리가 나눈 마음만큼은 오래 남을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잠시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