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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했을때 효과가 있지만 자주 하면 효과가 떨어지는

말은? Apple

 아빠인 내가 육아휴직을 내고 딸아이와 함께 단 둘이 뉴질랜드에서 살고 있는 지금.


 이 삶도 끝이 나려고 한다.

2년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나는 복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곳에서의 삶이 만족스러웠던 불만족스러웠던 관계없이 우리는 한국으로 7월 돌아갈 것이다. 딸아이는 영어라는 강력한 '무기'를 얻었고 난 쉼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었다. 결국 남는 장사였다.


 나는 지금으로부터 2년 전에 역이민을 하는 교민분의 짐을 '살림 통매매'라는 거래를 하였고, 지금 것 잘 써왔다. 사실 잘 쓰는 살림만 잘 썼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이겠지.. 그래도 내가 한국으로 가야 하는 시점에 누군가에게 나도 다시 '살림 통매매'를 해야 하고 그분들에게 무엇이 필요할지 모르니 2년 동안 고대로 잘 간직을 해왔다. 하지만 이곳으로 오는 유학가정이 없다면 말은 달라진다. 최대한 살림을 줄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걱정은 현실로 이어졌고, 살림 통매매가 아닌 개별판매로 전환하는 순간 내가 받을 스트레스는 불 보듯 뻔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 잘 마무리하고 가야지. 누구보다 정성스럽게 개별판매를 시작했고 꽤 많은 물품들이 정리가 되었는데 갑자기 일괄인수자가 나타났다. 기적이었다.



 그렇게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했지만, 이야기는 지금부터이다.


 해외 특성상 내가 한국 가기 전까지 쓰고 갈 물건들이 있기 때문에 살림 판매를 하면서도 바로 판매가 안 되는 물건들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 인수가 가능하다고 하여 예약을 받은 물건들이 꽤 되었다. 그중에서는 예약금을 주신 분도, 아예 완납(?)을 해주신 분도, 그냥 사겠다고 말로만 하신 분도 계셨다.


 일괄 인수자가 나타나고 이분들에게 모든 살림을 통으로 넘기면 나는 너무나 편한 일이었다. 몇만 원 몇십만 원 아끼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개별판매를 시작하고 예약을 해주신 분 그리고 계속 문의를 통해 거래를 하려는 분들에게는  판매를 하고 싶다고 양해를 부탁하여 일괄인수자분에게 그만큼의 금액은 빼고 나머지 살림에 대해서만 계약을 완료하였다. 얼굴 한 번 본 적은 없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개별로 판매하면서 거래했던 분들에게  할 수 있는 나의 최대한의 배려였다.


하지만 나만의 배려였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 $5(4,000원) 놀이매트를 팔았는데 사진을 보더니 이상해 보인다고 해서 구매를 안 하셔도 된다고 했더니 찾아가면서, 생각하고는 다른데 그냥 쓰겠다는 분 여운을 남기셨던 분.

- 굳이 네고까지 요청하셔서 군말없이 알겠다고 했는데 거래 당일 본인이 필요 없어졌다고 안 사겠다는 분.

- 예약을 해서 거래일을 기다리는데 다른 판매글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안 하겠다는 분.

- 차량을 보고(화요일) 가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알려주겠다고 했는데 어제(토요일) 우연히 마주쳤는데 차를 구매하기가 어렵겠다는 분 (살림을 일괄로 구매하시는 분께서 차량도 구매하고 싶다는 걸 거래 중이라고 해서 그분은 그사이 다른 차를 구매하신 상황)


 위 분들은 한결같이 죄송하다. 미안하다라고 한다.

남에게 사과를 입버릇처럼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죄송하다. 미안하다는 말이 참 쉽다. 진정성도 의심이 된다.


"진짜.. 미안하다고 생각은 하는 걸까?"


저런 사람들에게 내가 한마디만 더 했다가는


"제가 그래서 죄송하다고 했잖아요!!"라고 버럭 하면서 되돌아올 말은 뻔하다.


대한민국에서 죄송하다고 하면 어느정도 아규(argue)는 끝난다. 에이 미안하다고 하잖아요~ 죄송하다고 하잖아요~ 하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효과가 나타난다.


완벽한 사람도 없고 완벽한 인생도 없지만

되도록 남을 배려하면서 살아야 함은 참으로 중요하다. 역지사지

https://brunch.co.kr/@alldaywdaddy/49




자기의 잘못을 빠르게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잘못을 안 하는 것이 더 중요하겠다.


미안하다고, 죄송하다고 하면 가해자는 말 한마디로 끝이 나지만,


피해자는 미안하다고 하는데 안 받아주면 이해심이 부족한 사람이 되고, 그로 인한 최소한의 수고로움이 더해진다.


미안하다는 분들에게 회신을 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괜찮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겪은 일은 안 당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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