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구글에서 검색해서 무료 이미지를 넣었습니다. 문제가 있으면 삭제하겠습니다.>
우리 치과 주변에는 초등, 중학교가 몇 군데 있어 많은 수는 아니지만 학교 구강 검진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행정적인 절차가 뭔가 복잡하게 달라졌고, 검진해야 하는 학생수도 많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전에는 치과의사협회와 학교 간에 계약을 맺어서 어느 학교를 다니던지 자기가 원하는 치과에 가서 검진을 받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각 학교와 개별치과가 계약을 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서 학교에서 지정한 치과에서만 학교 구강 검진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주변 학교 몇 군데에서 학교 구강 검진 요청이 들어왔고, 우리가 소화할 수 있는 인원의 학교들과 계약을 맺었다. 솔직히 안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지만 기존 학생 환자들과 학부모님들의 요청이 있어 시작하게 되었다. 내키지 않는 일을 해서인지, 아니면 검진해야 하는 학생수가 많아져서인지, 검진 기간 동안 참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었다.
Episode 1.
각 학교와 구강 검진 계약을 해야 할 때 학교 담당자분들에게 연락이 왔다. 적은 비용이지만 공공기관과 돈이 오가야 되는 상황이니 계약서를 비롯한 몇 가지 서류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담당자들 중에 대뜸 전화해서 우리에게 학교 구강 검진 시행에 대한 계약 서류를 준비하라는 분이 있었다. 우리도 처음 해보는 형태의 계약인지라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모르고, 치과의사협회에서 지침이 온 것도 없는 데다, 무엇보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서류가 아닌 것 같아서 담당자분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런 것도 모르냐는 투로 말하는 불친절하기 그지없는 담당자분이 다음 날 전화해서는 본인들이 준비해야 하는 서류 양식이라며 몇 장의 서류를 팩스로 보냈다. 작성하려고 보니 병원과는 전혀 상관없는 서류들을 준비하란다. 그것도 당장 내일까지. 이건 우리에게 해당되는 서류도 아니고, 당장 서류를 준비할 시간적, 인력 여유도 없다고 연락을 하니 다시 알아보고 연락하겠단다. 게다가 학교마다 다 다른 서류를 요구하니 준비하기가 너무 어려워지겠다 싶어, 여차하면 못하겠다고 말하려고 하고 있었다(우리는 병원도 작고 사람수도 적은 점빵이다).
며칠이 지나 각 학교 담당자들끼리 연락을 해서 정리가 된 것인지, 공통적인 서류들 몇 가지로 줄어들어 있었다. 살펴보니 처음에 요구했었던 대부분의 서류들은 필요 없는 것이었다. 학교 쪽에서는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 몇 마디만 하면 되겠지만 우리는 계약절차도 익숙하지 않고, 행정을 따로 담당하는 직원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기들 편의대로 준비하라 말하고, 이게 아니면 말고 식의 태도에 화가 났다. 막말로 우리가 갑과 을의 관계도 아니고, 딱히 구강검진으로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태도로 나오는 것인가 싶었다. 그러니 점점 더 학교 구강 검진을 안 하겠다는 치과들이 많아진다는 생각은 안 드는 건지...
Episode 2.
우여곡절 끝에 몇 군데 학교와 서류를 작성했고, (이전에도 문제가 있었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담당자가 있는 한 군데 학교는 못하겠다고 말하고 진행을 멈췄다. 각 학교 담당자분들이 가정통신문이 나갈 것이라며 요청사항이 있으면 말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병원 휴무 날짜와 환자들이 많이 내원하는 요일, 가급적이면 학생들이 기다리지 않고 검진을 볼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간결하게 정리해서 보냈다. 진료 예약과 맞물려 예약 환자와 구강 검진 학생들 모두가 대기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그로 인해 학생들이 오래 기다리거나, 학부모님들이 불평하는 것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우리 병원 식구들이 너무 큰 것을 기대한 것일까... 우리 직원의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 나온 가정통신문을 보니 우리가 요청했던 진료 시간 안내나 대기에 관한 말은 한마디도 적혀있지 않았다.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었지만 대다수가 비슷했다. 치과이름, 전화번호, 문의사항이 있으면 치과로 연락해 보라는 가정통신문에 치과 식구들 모두 황당해하며 앞으로 얼마나 전화연락에 시달리게 될까 싶었다. 그럴 거면 뭐 하러 요청사항을 말하라고 한 걸까...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서류는 무사히 정리되었지만 결국 구강 검진 학생들의 내원 시간은 들쭉날쭉하게 되었고, 예약 환자 내원 시간과 겹쳐져 환자들과 구강 검진 학생들 모두가 대기하게 되는 불편한 일들이 반복되었다. '학생 구강 검진 몇 시에 가면 되냐'는 전화가 수시로 걸려오고, 편리한 시간을 안내하면 '왜 다른 시간은 안 되냐, 왜 그 시간에 가면 기다려야 되냐'는 불평과, '그까짓 학생 구강 검진하는데 뭐 그리 시간 걸린다고 시간까지 정해서 오라고 그러냐'는 말들을 들어야 했다. '왜 휴무일이 안내가 안되어서 검진받는다고 휴무일에 왔다가 헛걸음하게 하냐'는 불평도 우리가 감내해야 하는 말들이었다. 아이들을 보는 거니까 돈이 되던 안되던 꼼꼼하게 보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계속 이러다 보면 점점 더 대충, 빨리 볼 수밖에 없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어릴 때부터 학교는 늘 불친절한 곳이었으니까 그러려니 이해하려 해도, 정확하지 않은 업무 처리와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학교의 태도에 이만저만 실망한 게 아니다. 그래서 내년에도 이걸 해야 할지는 미지수이다. 그나마 착하고 성실한 우리 직원들 덕에 무사히 끝나고 있어서 참 다행이다.
<2편 에피소드도 가급적 써보려 합니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