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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 am as I am May 22. 2024

13 완벽해야 해? 만족스러우면 통과!


“너 완벽주의 아냐?”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었다. 아주 작은 것까지 정확하게 맞아야 하는 유형의 완벽주의는 절대 아니다. 나는 어떤 면에서 허당 끼를 가지고 있어서 일을 할 때는 허당  끼를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은 하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들어맞을 때까지 놓지 못하는 유형의 완벽주의들과는 확실하게 선을 긋고 싶다. 대학교 전공은 통계 학과였지만 숫자가 정확해야 하는 회계나 재무 쪽이 아닌 숫자를 활용하는 마케팅을 선택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학창 시절 수학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정석보다는 응용 수학이 좋았다. 숫자를 정확하게 계산하여 답을 맞히어 가는 과정에 흥미가 있었 다기보다는 숫자를 활용해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흥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케팅은 시장과 고객, 광고 데이터를 활용해서 매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브랜드 전략, 콘텐츠 콘셉트, 매체 소재와 예산 기획을 하는 업무이니 흥미 있었던 응용 수학의 과정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마케팅에서는 허당 끼도 때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연결되기도 한다. B급 콘텐츠도 완벽성과는 거리가 있지 않은가. 어딘가 부족하지만 그것이 친근함과 유머러스 함에 가깝고, 아이디어는 고착화된 고정관념에서는 뻔한 것들만 나올 수밖에 없지만, 관념과 경계가 없는 말랑말랑한 상태에서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회사를 다니면서 마이크로 완벽주의자들을 여럿 보았다. 그들은 실수와 실패가 두려운 사람들처럼 늘 곤두서 있었고, 결정의 순간 뒤로 물러섰고, 어떤 일에 대한 피드백을 달라고 하면 상위 전략에서의 의견보다는 실무적인 단위에서 피드백을 주느라 진행이 느렸다. 


인생을 완벽주의로 마주하려면, 우리는 실수와 실패가 두려워서 늘 곤두서 있어야 하고, 결정의 순간은 늘 뒤로 미뤄지고, 상위 전략에서 인생을 끌고 가기보다는 별스럽지 않은 것 들에도 모두 반응하느라 진행이 느릴 수밖에 없다. 조금 틀려도 괜찮고 망해도 괜찮다. 만점만 받으면서 어떻게 인생 게임을 전부 통틀어서 만점 게임으로 끝낼 수 있으랴. 수능 만점도 전국에서 1-2명 나오는데 우리 모두가 수능 만점을 받겠다고 게임에 뛰어든다면, 게임 1단계부터 재미를 잃어버릴 확률이 얼마나 큰가 말이다. 인생이 1단계에서부터 몇 단계까지 있을지 어떻게 알고 1단계서부터 만점을 받겠다고 매달려 있다면, 1단계 게임을 수십 번 하다가 흥미를 잃고 “아! 재미없어!!!!” 하면서 게임을 삭제하지 않을까? 


인생 게임은 한판이 아니다. 몇 단계 레벨이 있는지 보너스 게임이 언제 나올지 아무것도 알 수 없고 서버 용량을 많이 먹고 있는 다차원의 게임이다. 그러니 때로는 실수도 실패도 웃어넘기고 큰 방향성과 전략에서 옳다면 작은 것들은 눈감아 주는 미덕도 필요하다. 떡볶이 식당에서 떡볶이는 맛있는데 오뎅 국물이 맛이 없어도 되고, 떡볶이 배달이 15분 늦을 수도 있고, 어느 날은 떡볶이보다 오뎅이 더 들어올 수도 있다. 반드시 모든 것이 완벽하게 5점일 수는 없다. 물론, 떡볶이를 너무 사랑하는 손님 입장에서는 화가 날 일이긴 하지만, 때로는 4점도 3점도 2점도 받을 수 있다. 5점을 쌓으려고 댓글 알바까지 써야 한다니, 완벽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게임은 모두에게 피로 사회를 만든다. 

완벽한 것보다는 ‘만족스럽다.’ 정도의 표현으로 넘어갈 수 있다면 오늘의 게임은 오늘 끝내고 내일로 넘어가 보자. 만족스러운 오늘도 꽤나 성취하기 어려운 높은 목표인 것 같기도 하다. 완벽한 것은 객관적이지만 만족스러운 것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내가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느끼는지에 관한 내 몫의 감정이다. 내 마음에 만족스러우면 PASS~!!



“주어진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 나가는 것 - 객관적으로 당신이 그 경기에서 질 것이 확실하더라도 - 이 훨씬 더 영예롭다고 생각한다. 경기에 계속 남아 있으려면 완벽함에 대한 자신의 환상부터 놓아 버려야 한다. 완벽함 이란 사실상 도달 불가능한 상태다. 날조된 신화고, 함정이고, 당신이 끝없이 달리다 못해 지쳐 죽어 버리게 만들 햄스터의 쳇바퀴 같은 것이다. 완벽주의란 결국 두려움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완벽함 보다는 그저 그 작업을 끝낸다는 자체가 영예로운 성취이다.”

_ 엘리자베스 길버트 <빅매직>_




#나는나인데 #IamasIam #LightyourLight #완벽주의 #허당 #실패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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