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이야기들을 주고받던 와중에 '변화'라는 키워드가 나왔다. 요즈음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너무 빨리 변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관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대화를 잠깐 나누었다. 매체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며 고쳐 쓰는 것이 아니다."는 말들이 너무 오랜 세월 당연하다는 듯이 쓰이고 있다 보니 매체에 노출된 많은 사람들은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환상과 착각에 빠져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은 변하는 유기체라고 본다. 몸도 마음도 변화한다. 지금도 내 몸과 마음에서는 역동적인 변화의 움직임들이 세포와 호르몬에서 진행 중이라고 본다.
나는 종종 나의 얼굴이 담긴 셀카를 찍곤 한다. 셀카를 찍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내 얼굴에 담고 있는 감정이나 이야기들이 그때그때 달라짐을 느낀다. 어제의 얼굴이 오늘의 얼굴과 어떻게 이렇게 다른 느낌이지? 싶은 날들이 있다. 핸드폰 사진첩에 차곡차곡 쌓인 나의 사진들을 돌려보면 1년 전, 2년 전, 3년 전의 모습들이 어딘가 모르게 다 다르다. 세월이 흘러서 이전보다 젖 살이 빠졌다든가, 광대가 드러났다든가, 주름이 생겼다든가 와 같은 신체 나이의 생물학적인 변화 외에도 분위기나 느낌이나 어디를 봐도 같은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이때 이랬었 네? 이러한 변화가 단지 외모적인 부분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나의 몸을 이루고 있는 뇌의 의식과 무의식을 이루고 있는 보이지 않는 감정과 생각들도 매해 변화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나는 계속 변화하고 있는 유기체이다. 과거의 경험 들로부터 자리 잡은 자아(ego)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수는 있지만, 끊임없이 나를 붙잡고 있는 자아정체성이 마치 지금의 나인 것 마냥 지켜내듯 움켜잡고 있지는 않다. 내가 자유의지로 선택한 경험도 있겠지만, 자아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는 대다수는 나의 자유의지가 아닌 과거의 부모나 교육, 사회가 옳다고 그것이 답이라고 심어 놓은 가치에 불과하다. 작은 자아에 가로막혀서 드러나지 않는 큰 자아를 발견하는 것이 '변화'의 과정이며, 우리들은 모두가 변화하고 있다. 사람은 변화를 두려워하면서도 변화를 갈망한다. 현재의 나(자아)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더 평온해지고 싶고, 고요해지고 싶고, 불안이나 두려움 없이 큰 걱정 없이 안정된 삶을 살고 싶은 것이 사람인데,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은 환상이고 착각에 불과하다. 매체 라든가, 사회라는 곳은 어떤 면에서 폭력적이다.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자유의지와 선택지를 가질 수 있는 틈을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람들의 뇌에 특정 메시지를 심어 놓기 때문이다. 너무나 많은 고정관념들이 세상에 존재하며, 사람들로부터 분별을 만들어 조작해 낸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변화가 더디거나 거의 없을 수도 있다. 만약, 그러한 사람이 있다면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회에 뿌리내린 고정관념에 너무 깊게 사로잡혀 있어서 나는 변화하지 않을 거야.라고 굳게 믿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정도 미세하게 변화하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더 나은 사람으로 되려고 하는 의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에서는 '0세부터 6세까지의 경험과 기억이 평생을 결정짓는다.'는 이론의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결정론적 심리학보다는 '한 사람의 과거가 그 미래를 결정할 수 없다. 우리의 미래는 반드시 긍정적으로 바뀌게 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하는 인본주의의 개인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의 이론을 따르고자 한다. 이미 세계적으로 프로이트의 결정론 심리학을 고전 심리학으로 분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20대까지만 해도 나는 심리학자 하면 당연히 프로이트가 최고인 줄 알았다. 대학교 교양수업으로 들었던 심리학 수업들에서도 대부분 프라이드의 심리학을 한 학기 내내 다루었고, 나는 그것을 맹신하면서 무조건적으로 암기를 하였다. 0세부터 6세까지의 단계별 경험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만큼 삶에 큰 좌절이 어디 있을까? 아무것도 모르고 태어난 세상에서 내가 어떤 선택도 할 수 없던 순수했던 6년 동안 집어넣은 경험과 서사들이 나의 미래까지 결정짓는 다니.. 이러한 내용을 교육받으면서 A+ 을 받기 위해서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하였으니 그 이론이 세상을 잠식하고 있다 생각했다.
교육의 내용은 그래서 중요한 것 같다. 어떤 한쪽에도 치중되면 안 되는 것 같다. 최대한 다양한 이론이 이 세상에 존재하며 이것도 저것도 옳고 그른 것이 없으며 이것도 저것도 모두 답이 될 수 있다는 열려 있는 교육이 필요한 것 같다. 어떤 누가 이 세상에 답을 낼 수 있을까? 답은 없다. 내가 어떤 것을 취할지 선택은 자유의지이다.
"우리의 진정한 자아는 고정된 어떤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경험하고 배우며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서서히 형성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만들어가는 지속적인 창조물이며, 이 과정에서 우리는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성공하면서 끊임없이 변화를 겪는다. 이러한 변화는 때로 고통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즐겁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에는 우리를 더욱 풍부하고 깊이 있는 존재로 만들어 준다. 우리의 지혜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발견해야 하는 것이며, 이는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여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 여정은 고독하고 험난할 수 있지만, 결국에는 우리를 진정한 자아로 이끌어준다."
_마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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