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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 am as I am May 27. 2024

17 인생에 한 번쯤 건너야 하는 강이 있다.


산다는 것은 내 앞에 닥쳐오는 굴곡들을 얼마나 초연하게 대면할 수 있는가에 있다. 굴곡 없이 평탄하게 평범한 궤도 위를 살아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작은 굴곡이라도 마주치게 되는 것이 인생사이다. 왜냐하면, 삶이란 것이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들이 내 뜻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주어진 부모님 아래에서 주어진 교육과 주변 환경, 사회적 시스템과 제도 안에서 내 뜻을 펼치면 얼마나 펼칠 수 있을까? 인간에게 완벽한 자유는 이러한 면에서 인류가 생겨났을 때부터 애초에 불가능하게 설계된 것이다. 때때로, 어느 정도의 무심한 태도와 씁쓸한 타협을 통해서 깎이어진 자유 안에서 자유 의지라는 명목으로 발버둥을 칠 수밖에 없다. 

인생을 상류에서 하류로 흘러가는 강이라고 본다면, 태초에 주어진 숙명을 따라 살아가는 방법도 있겠지만 숙명 같았던 인생에도 강을 건너가야만 하는 변화의 순간들이 분명히 닥친다. 멀쩡히 화이트 컬러로 고층 빌딩을 오고 가던 회사원이 택배 박스를 포장하고 배달하는 배달원이 되기도 하고, 작은 가게에서 도넛을 팔던 사장님이 해외의 여러 국가를 오고 가는 다국적 기업의 사장이 되기도 한다. 인생 강이 직선으로 올곧게 뻗어 있다면 단조로운 삶에 만족할 수 있을까? 인생 강이 고불고불 곡선으로 험한 줄기를 이루고 있다면 다채로운 삶에 만족할 수 있을까? 우리는 강 너머를 항상 동경한다. 내가 둥둥 떠 있는 강에서 바라보는 저 너머의 강을 바라보면서 강인한 동기부여를 가지고 인생에 한 번쯤 은 강을 건너보려는 시도를 한다. 

작게는 살아가면서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을 처음 혀에 갖다 대어 본다든가, 한 번도 꺼내어 본 적 없었던 내면의 아픔을 끄집어내어 누군가에게 털어 보려 한다든가. 여러 가지로 우리는 늘 해왔던 방식이나 습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한다. 이러한 시도가 깎이어진 자유 안에서 자유 의지를 발휘하는 순간들이다. 자유 의지를 발휘하는 순간, 내 의도가 세상에 반영되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드러날 때, 어쩌면 우리가 가장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는 순간인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 자기 의도를 반영하여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욕망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이 올 때까지 ‘살아있음’을 꾸준히 지각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인생에서 한 번쯤 은 강을 건넌다. 나의 강에서 저 강으로 가보아야만 내가 흘러왔던 강을 정확하게 직시할 수 있다. 강의 흐름 안에서 떠밀려 가는 동안에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저 강으로 넘어가 강의 물살이 달라짐을 느낄 때서야 내가 강을 건넜구나. 넘어오기 전의 강이나, 넘어온 강이 모두 물살만 다를 뿐 흘러가는구나. 왔다 가는구나.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법의 이치를 유한성 속에서 체험한다. 오늘 당신은 어떤 강을 건너려고 하는가? 강을 건너려는 것은 살아 있음이며, 깎이어진 자유에서 자유를 찾고자 하는 것이니 어차피 이도 저도 흘러가는 강이라면 어떤 강인들 어떠하리. 건너보자. 



앨리스가 고양이에게 물었습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말해 줄래?"

"그건 자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에 달렸지." 체셔 고양이가 대답했습니다.

"어디든 상관없어." 앨리스가 말했습니다.

"그럼 어느 길로 가도 상관없지." 체셔 고양이가 말했습니다.

"어디든 가기만 하면 돼." 앨리스가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충분히 멀리 가기만 하면 분명히 도착할 걸세." 체셔 고양이가 대답했습니다.

_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_


#나는나인데 #IamasIam #LightyourLight #인생 #도전 #변화 #모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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