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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 am as I am May 28. 2024

18 출렁이는 날 뒤에 잔잔한 날도 오겠지.


생물학적인 나이가 들어갈수록 노화는 자연스럽고 신비한 신체의 변화인 것 같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검정 머리가 나던 곳에서 흰머리가 나고 있다. 체력도 이전과 다름을 느끼고 체중도 이전과 다르게 먹어도 살로 가지 않던 이전과 다르게 먹는 만큼 살로 가는 게 느껴진다. 최근에는 조금 심각성을 크게 느꼈다. 작년에 넉넉했던 바지의 품이 어딘가 불편하게 꽉 끼는 느낌이 들고 이러다가 집에 있는 옷들 중에 입을 수 있는 옷이 몇 개 남지 않겠다 싶었다. 건강을 위해서도 있지만 체중 감량을 위해서도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들을 태가 나게 입고 싶은 마음에 운동을 아주아주 열심히 해보기로 다짐했다. 아침에 하루 걸러 천 따라 러닝을 다시 시작했고, 헬스장에 주 3회 가서 유산소와 무산소 운동을 1시간 30분 정도 하고, 일주일에 한두 번은 자전거를 타려고 한다. 


어제는 천을 따라 러닝을 했다. 겨울 내내 겨울잠을 자듯 움츠려 있었던 몸의 근육들이 봄의 연둣빛 새싹들처럼 싱그럽게 되살아 나는 기분이 들었다. 겨울 동안 두어 달 러닝을 하지 않은 것 치고는 달리기가 수월하고 재미있게 느껴져서 지방 살이 근육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싶었다. 나이키런 앱을 통해서 기록 중인데 작년 말보다 달리기 속도도 약간 빨라진 것이 이게 무슨 일이야? 근육들도 운동이 하고 싶었나 보다. 천을 따라 러닝을 하고 반환점을 돌아 되돌아 오늘 길에 마지막 피날레는 천 가운데에 놓인 돌다리를 건너는 것이다. 한바탕 땀을 내고 마지막에 돌에서 돌로 한 발 한 발 건너갈 때는 몸 자체가 가벼워져서(정확히는 가벼워진 것인지, 아님 힘이 빠진 것인지 모르겠다) 텅~ 비어 있는 존재로 천을 바라보게 된다. 오른쪽과 왼쪽의 천의 느낌이 다른데, 오른쪽은 큰 바위들로 만들어진 돌 댐이 있어서 물살이 출렁이며 거칠다. 왼쪽은 작은 바위들이 드문 드문 놓여 있어서 물살이 잔잔하다. 어떤 날은 오른쪽 같고, 어떤 날은 왼쪽 같다. 젊음은 오른쪽 같기도 하고, 나이 듦은 왼쪽 같기도 하다. 오늘은 잔잔한 왼쪽이 끌리는 날이었다. 물론, 하루에도 왼쪽 오른쪽을 왔다 갔다 하기도 한다. 그래도 여전히 물은 흘러간다. 고여 있지 않으니 출렁이는 날 뒤에 잔잔한 날도 오겠지. 잔잔한 날 뒤에 출렁이는 날도 오겠지. 그렇게 돌과 돌 사이를 건넜다. 



"우리의 삶은 천국과 지옥 사이를 오가는 여정이다. 기쁨과 슬픔은 우리의 존재를 형성하는 두 축이다. 하나 없이는 다른 하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으며, 둘 다 경험해야만 진정한 인간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_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_


#나는나인데 #IamasIam #LightyourLight #인생 #좋고싫음 #즐겁고슬픈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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