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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정완 Jan 29. 2024

케르베로스

케르베로스 Cerberus,  acrylic on canvas,  80.3X116.8,  2024

케르베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상상의 동물로 여러 신화에 등장하며 다양한 모습으로 기술되지만 대부분 머리가 셋 달린 개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하데스가 다스리는 명계를 지키는 문지기로, 살아있는 사람의 출입은 막고 지하세계로 들어온 영혼은 이승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는 역할로 알려져 있다. 이승과 저승을 나누는 하나의 구분점에 서 있는 동물인 것이다.


현대 사회에도 구분점이 존재한다. 흔히들 말하는 사회의 표준이 그렇다. 표준은 평균, 보통, 일반적인 등의 단어들과 함께 사용되면서 사회 안의 하나의 틀로 규정되고, 그 틀을 벗어나는 사람들을 비정상적으로 바라보며 차별한다. 이런 모습은 삶의 영역 대부분에서 나타난다. 어렸을 때는 평균 성적을 통해 위와 아래를 구분하고, 성인이 된 후에는 평균 연봉과 거주하는 부동산의 평균값, 나이대별 모아놓은 자산 평균 등이 지표로 등장하면서 평균보다 아래에 위치한 사람들을 무능력하게 바라보며 멸시한다.


이런 표준에 대한 집착은 스스로가 세운 가치관이 아닌 타인들이 정해놓은 가치를 쫓게 만든다. 표준에 부합하는 조건을 마련했을 때 오는 안정감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한다. 언제 또 표준을 이탈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회적 승인을 갈망하는 모습은 결코 현명한 삶의 자세라고는 보기 힘들 것이다.


앞서 설명한 케르베로스는 저승 세계의 문지기로 흉포한 동물로 알려졌지만, 신화 속에서는 대부분 주인공들의 꾀에 넘어가 문지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넘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던 관문을 생각보다 쉽게 넘어가는 모습을 통해 이야기에 재미를 더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구분점으로 활용되는 표준이라는 기준 역시 엄격하게 지켜져야 할 규칙은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케르베로스가 등장하는 신화처럼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어 사회가 정해놓은 구분을 넘나들며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를 찾는 것이 더 즐겁게 삶을 맞이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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