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 중에도 반칙을 선언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인간 사회에서 소비하는 여러 콘텐츠들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것 중 하나는 스포츠일 것이다. 축구, 크리켓, 농구, 배구, 럭비 등 다양한 종목이 있고, 그 종목별 팀이나 각 국가의 대표들이 벌이는 경기들을 우리는 즐겨보곤 한다.
스포츠 경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경쟁에서 오는 승리의 쾌감이나 한 팀을 응원하는 데서 오는 연대감, 예측하지 못한 상황들이 만들어 내는 재미 등 스포츠 경기만이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매력이 있기에 이렇게 많은 인기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공정한 규칙안에서 이뤄지는 경쟁이라는 점이 스포츠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사회에서 공정과 공평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지만 그 가치가 지켜지는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다. 애초에 삶의 시작점부터 다르며 그 기울기 또한 천차만별이기에 공정, 공평의 가치는 항상 이상에만 머문다. 그와 달리 스포츠는 똑같은 규칙안에서 순수하게 자신들이 노력해서 만들어 낸 실력으로 자웅을 겨룬다. 그렇기에 사회에서 보지 못하는 공정한 경쟁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런 스포츠 경기의 공정성을 지키는 것이 심판의 역할이다. 심판은 해당 종목의 규칙들을 숙지함과 동시에 올바른 판정을 내리기 위한 빠른 판단력과 결단력을 통해 경기 내에서 벌어지는 반칙 행위들을 잡아내어 경기가 공정히 이뤄지도록 조율한다. 이때 심판이 사용하는 도구가 레드카드와 옐로카드다. 레드카드는 스포츠 경기 중 규칙 위반에 대한 퇴장의 의미로 사용되는 카드로 경고의 의미로 사용되는 옐로카드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축구, 럭비, 배구, 핸드볼 등의 스포츠에서 사용되며 경고 누적이나 악질적 반칙을 범한 선수를 경기에서 곧장 퇴장시킬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이다.
사회에도 분명히 정해진 규칙이 존재한다. 근대 국가에서는 법을 통해 제도화되고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그러나 문제는 항상 원칙은 그 원칙 안에만 머문다는 것이다. 법은 권력에 의해 남용되기 쉽고 그 안에서 공정은 깨져 나간다. 사회에서 심판의 역할을 해야 할 법체계가 힘의 논리에 눌려 제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그 안에서 피해를 받는 것은 항상 권력을 가지지 못한 약자들의 몫이다. 이렇게 자신의 역할을 잊고 규칙에서 벗어나 권력에 붙은 법체계의 눈앞에 과연 누가 레드카드를 꺼내 놓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