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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 cozy Sep 04. 2024

바닷가 호텔에서의 하루

동생의 고마운 생일 선물

내 생일을 맞이해서 동생이  해변가나 숲 속에서의 하루를 선물하겠다고 한다.

사실 엄마의 재수술이 남아있는 상태라 고맙지만 맘이 편치 않아 이번 생일은 그냥 조용히 집에서 지내겠다고 했지만 동생은 완강하게 선물해주고 싶어 했다.


그렇게 나와 남편 강아지는  노동절을 앞둔 토요일,  동생 덕분에  호텔 근처 동네들을 구경하고  밥을 먹고 작은 조각케이크도 사 먹으며  한가로운 오전을 보내고 4시 체크인 시간에 맞춰 호텔로 향했다.

우린 체크인을 하고  예약된 방을 열어 보곤 깜짝 놀랐다. 5~6명은  족히 머물 수 있는 부엌과 거실, 다이닝 공간까지 있는 우리가 머물기엔 너무나 큰 스위트룸을 예약해 놓은 거였다.

난 사실 바다가 조금만 보여도 좋았기에  partial view room을 예약해 달라고 했었는데 동생은 언제나 이렇게 예상치 못한 통 큰 선물을 해준다.

우린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머무는 게 처음이어서  

사방이 바다로 둘러 쌓여있는 객실을 이리저리 구경하며 신나 했다. 남편은 바다뷰를 잠시 감상하곤

 "못 보던 영화들이 나오는  케이블 채널을 봐야지!" 하며 느긋하게 거실 소파에 앉았다.

 순해는 처음 온 공간이 낯선지 이곳저곳 두리번거리며  나만 졸졸 쫓아다녔다.


" 우아 바다 다아아..!!!"

 베란다 너머 펼쳐진 바다뷰가 너무  예쁘다.

'이런 바다뷰를 즐기기 위해선  이 정도의 비용이 드는구나'

내 돈이 귀한 만큼 동생돈도 귀하기에 난 자연스레 가격 대비 가치를 생각 보고 있었다.

사실 의자 하나만 놓인  작은 베란다만 있어도 난 만족했을 텐데   커다란 베란다가 무려 세 개라니..  

먹을 수 있는 위의 양은 한정된 있는데  맛있는 음식들이 너무 많아 이걸 어떻게  다 먹고  소화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듯  생각이 많아졌지만 눈앞의 푸른 바다를 보니 마음이 벅찼다.

동생은 저녁과 아침 식사도 호텔에서 시켜 먹고 자기 카드로 지불하라고 했다.

원조 소금쟁이인 나는 호텔 라운지 바에 앉아 무시무시한 가격의  메뉴들을 보며 뭘 시켜야 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이 상황을 편하게 즐기는 이가 있었으니 우리 남편이었다.

 남편은 오랜만에 좋아하는 럼앤콕을 연달아 마시고  평소 안 먹어보았던 튜나 요리를 시켜 먹으며 행복해했다.

"동생 덕분에 오랜만에 운전 생각 안 하고 편안히 마실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술에 취해  행복한 아이처럼 웃으며  남편이 말했다.

" 담에 동생 놀러 오면 더 좋은 곳에서 묵게 해 줘야지"  

 행복해 하는 남편을 보니 내가 쏘는것 마냥 기분이 좋다. 동생과 남편은 서로 베풀고  챙겨주려는 맘이 있기에 받을 때도 흔쾌히 고맙게 받을 줄 안다.

호텔을 둘러보며 저녁 산책을 하고 집에 돌아온 밤,

하루종일 햇빛아래 걸어 다녀서 졸음이 밀려왔지만 일찍 잘 수 없었다.

고요하고 잔잔한 밤바다와 저 멀리 별처럼 반짝이는 다리와 도시의 불빛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싶었다.

졸린 눈을 부릅뜨고 베란다 쪽으로 푹신한 소파를 끌어와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다가

힘들어도 항상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우리 엄마와   매번 누나를 챙겨주는  맘이 따뜻한 동생 생각이 난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들이 매 순간 파도처럼 밀려오지만  너무 감정에 휩쓸리지 말고  밝게 생각해야지.

그리고 가족들이 준 사랑을 잊지 않고  앞으로 내가 더 아끼고 사랑해 줘야겠단 다짐을 하다 새벽 두 시가 다 돼어 잠에 들었다.



아침 6시 반,  바다를 바라보며 잠이 깼다.

호텔을 나가기 전까지 알차게 바다뷰를 즐기고 가야 하니 평소보다 더 부지런히 일어나게 됬다.

호텔짐에 가서 오랜만에  러닝 머신 위에서 30분을 뛰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데 너무 상쾌했다.

러닝을 시작하기 전엔 호텔까지 와서 누가 짐을 가나 했는데 내가 그렇게 됐다.  

러닝 2년이 넘어가니   이젠  호텔에 와서도 자연스레 뛰고 싶어진 나를 발견한다.


강아지 밥을 먹이고 아침 산책을 했다.

바닷가에서 맞이할수 있는 오랫만의

구름 끼고 흐린 아침이었다.

남편은 카페에서 커피를 샀고

방에 돌아온 우리는  베란다에 앉아 고요한 아침바다를 바라보며  조식을 먹을 수 있었다.




짐을 다 정리하고는  체크아웃 시간까지 쭉 베란다에 앉아 있었다.

바다에서  패들보딩 하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읽다 만 책을 다시 읽고

바닷가 호텔에서의 하루를 어떻게 글로 남길지 생각했다.

그렇게 떠나기 전까지 동생이 준 선물을 한시라도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시간을 꽉꽉 채워  바다를 눈에 가득가득 담고서 집으로 향했다.

우리가 행복했던 만큼 다음엔  가족들도 함께   머물자고 남편과 얘기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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