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 만들기
매일 아침 거실로 내려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거실 한 모퉁이 내 책상의 램프를 켜는 일이다.
'지혜의 등불'. 내가 램프에 붙여준 이름이다.
이 램프처럼 오늘도 나의 지혜가 좀 더 밝아지길 바라며 아침의식처럼 램프를 똑딱 키며 하루를 시작한다.
공복상태로 7~10킬로미터를 뛰고 샤워 후 얼굴에 마스크팩을 붙이고 책상에 앉는다.
비 오듯 땀을 흘리고 깨끗해진 상태로 자리에 앉을 때의 후련함. 아침부터 사우나 같은 바깥온도를 견디고 난 후 시원한 실내에 앉아있을 수 있다는 감사함. 또 땀을 뻘뻘 흘리고 나서 벌컥벌컥 들이켜는 물의 시원함은 어떤 인공적인 음료수들보다 달고 맛있다.
거실 한 편의 내 책상에 앉아 전자책을 펼친다. 요즘 재밌게 읽고 있는 책들은 통역사, 판매원, 방송국 PD, 교수등 다양한 일을 해온 김민식 작가의 책들이다.
작가는 월급의 절반을 저축하며 일을 그만두어야 할 때마다 모아둔 돈으로 직업의 이동이 가능했다고 한다. 적은 월급을 받을 때부터 차곡차곡 돈을 모으고 돈이 들지 않는 취미들을 즐기다가 그 취미로 또 다른 부수입을 만들어 내는 작가의 이야기들이 참 흥미로웠다.책을 읽고 매일 글을 쓰고 산책을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재밌다는 작가를 보며 나 또한 그렇게 살고 싶어진다.
나이가 들수록 재밌으면서 지속 가능한 취미로 독서와 운동만 한 것이 없다. 지속 가능하다는 건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 또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재밌다. 비싼 운동이 아니라도 러닝화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할 수 있는 러닝을 통해 체력을 길러 할머니가 되어서도 동네를 신나게 달리고 싶다. 매일 같이 뛰게 되니 워킹앱에 포인트가 쌓이고 다른 앱테크로 번돈들도 있어 한 번씩 읽고 싶은 중고책을 인터넷으로 사서 읽는다. 지금까지 포인트 만으로 대여섯 권을 구입한 거 같다. 운동을 하면 책도 살수 있는 선순환 구조인 셈이다.
오전엔 읽고 싶은 한국책을 읽는다면 오후엔 영어 원서 책을 펼친다.
난 책중에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시리즈를 좋아하는데 테마 별로 101가지 짧은 에세이들이 수록되 있다.
현재 글쓰기, 달리기, 미타임, 비움의 기쁨에 관한 책을 가지고 있다. 모두 내가 좋아하는 테마의 책들이다. 며칠 전에 다이어트에 관한 책이 읽고 싶어 한 권 더 구매했다. 물론 앱테크로 번 5달러를 사용했다.
혼자 영어를 공부해 통역사로 일했던 김민식 작가는 하루에 10개의 문장을 통으로 외웠다고 한다.
영어를 잘하는 방법은 통으로 문장을 외우는 것이라는 글귀를 본 후 나도 해봐야겠단 의지가 생겼다.
한 꼭지의 에세이를 읽고 그중 제일 맘에 남는 문장 10개만 골라 노트에 옮겨 적었다. 매일 간단하게 10 문장만 외우는 건데도 이게 쉬운 게 아니다. 유튜브와 스레드의 유혹이 심하다. 소파에 누워 쇼츠나 유튜브를 보며 멍하니 스크롤링을 하면 편하겠지만 그렇게 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 그럴 때면 책상에 앉아 재밌을 거 같은 에세이를 찾아본다. 빼앗긴 집중력을 다시 책상으로 끌어와서 한 문장이라도 외우면 뿌듯함이 남으니까. 힘이 드는 날엔 그냥 단어 10개만 옮겨 적기도 한다. 작가도 그렇게 암기하는 시간이 괴로웠지만 그 괴로움을 견뎌야만 즐거움을 느끼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말에 힘을 얻어 오늘도 난 다시 이 책상 앞에 앉는다.
말차라테와 쳇지피티는 나의 독서친구들이다.
난 말차를 아주 좋아한다. 요즘 밖에 나가면 말차라테가 8달러이다. 점점 가격이 무서워진다. 난 말차가루를 코스트코에서 산후 1%지방우유를 넣어 라테를 해서 마신다. 말차가루를 뜨거운 물과 함께 차선으로 잘 섞는다. 이때 말차를 꾸덕하게 녹여야 맛있다. 부드러운 우유에 살짝 크리머를 섞고 말차를 부어 마시면 파는 것 못지않게 맛있다. 말차라테와 함께 책을 보면 읽는 재미가 더 북돋는다.
영어 원서 볼 땐 챗지피티가 함께 한다. 예전엔 파파고나 구글 번역을 많이 썼는데 확실히 챗지피티는 더 빠르고 방대하고 자연스럽다. 영어 단어의 어원이나 예시들도 원하면 몇 번이고 다시 알려준다. 만약 사람인 선생님이었다면 미안해서 여러 번 물어보기 어려웠을 내용도 쳇지피티에겐 눈치 보는일 없이 마구 물어볼 수 있어서 정말 편하다. 혼자 공부하는 나에겐 친구 같은 영어 선생님이다.
찾아보니 우리 집에서 제일 가까운 카페는 걸어서 20분이 걸린다. 거리도 거리지만 요즘 물가에 사 먹는 말차라테는 나에겐 사치다. 그래서 난 집 코너에 몇몇 작은 홈카페 공간을 만들었다. 나가지 않고도 앉아서 책을 보고 공부를 할 수 있게 책상과 의자들을 놓았다.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으면 책을 펼치고 싶은 맘이 조금 더 생겨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가까운 곳에 서점이나 아기자기한 카페들이즐비하지 않으니 나만의 작은 일인 북카페를 만든 셈이다. 오늘도 난 애정하는 이 코너 책상에 앉아 무언갈 읽고 내 일상을 쓰고 영어문장을 외우며 보이지 않게 조금씩 성장하는 나를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