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유지어터의 즐거움

by stay cozy

오늘 아침에도 4마일을 뛰고 왔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요즘 달리는 속도와 케이던스가 올랐다.

케이던스가 170을 넘겨야 부상위험이 덜하다는 말에 조금 발걸음을 빨리 해보아도 계속 170 밑을 맴돌았었는데 어느 날부턴가 170을 넘어섰다. 평균 페이스도 10마일에서 9마일대로 단축되었다.

꾸준히 달리다 보면 조금씩 더 체력이 좋아질 수 있겠단 묘한 자신감이 생겼다.

그렇지만 몸의 컨디션에 따라 또다시 기록은 오르고 내릴 수 있기에 기록에 집착해 스트레스를 받고 싶진 않다.

이 정도로 뛰면 이 정도 케이던스가 나오겠고 나란 걸 몸으로 느껴본 것에 재미를 느낀다.

달리기를 통해 얻는 이런 작은 성취감들이 일상에 활력을 주고 운동을 더 좋아할 수 있게 해 준다.



달리기를 할 때 음악은 부스터이자 진통제이다.

아직 날것의 상태로 내 숨소리와 발자국소리, 주변의 소리에만 집중하며 뛰는 걸 시도해보지 못했다.

좋아하는 노래들이 자주 바뀌는 편이긴 하지만

요즘 제일 자주 듣는 노래는 no na의 'shoot'과 xlov의 'one&only'라는 노래다.

노나라는 그룹은 인도네시아 그룹인데 미국 프로덕션에서 만들어서 인지 90년대 팝 같은 리듬이 내 스타일이다. 노래가 너무 좋아서 오늘은 내내 이 노래만 들으며 뛰었다. 인도네시아의 어느 열대우림 속 폭포에서 찍은듯한 뮤직비디오도 볼 때마다 청량하고 시원하다.

xlov라는 그룹은 한국 보이그룹인데 위구르, 대만, 일본, 한국인으로 구성돼 있다. 젠더리스그룹이란 타이틀로 짧은 릴스를 봤을 땐 '뭐지 이 콘셉트는..' 했는데 지금은 노래랑 안무 콘셉트 모든 것에 빠져들어 예전 오디션 영상들 까지 찾아보는 덕후가 되어가고 있다. 노래는 아프로풍 비트에 멤버 하나하나가 예전 천계영작가의 언플러그드 보이의 캐릭터들같이 너무 예쁘고 신비롭다. 케이팝 그룹에 큰 감흥이 없던 나인데 이 그룹은 발레리노 같기도, 패션쇼와 보깅댄스를 합친 듯 묘하고 아름답다. 앞으로 미국 무대에서도 더 자주 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눈살 찌푸려지는 뉴스들만 보다가 오랜만에 맘에 드는 노래들을 들으니 그야말로 영혼이 정화되는 기분이다. 아침마다 청량한 노래들을 들으며 뛸 땐 고구마 같이 답답한 현 정세를 잠시 탈출하는 느낌이다. 좋은 음악과 달리기로 매일 스트레스를 다스릴 수 있어 다행이다.

출처 kpopping.com


달리기를 마치고 샤워를 하고 팩을 하고 머리를 말리고 하다가 12시쯤 첫끼를 먹는다. 공복을 마치고 요즘 매일 같이 먹는 음식은 샐러드 같은 비빔밥이다. 현미밥에 찐 당근, 양배추, 치즈, 오이, 아보카도, 계란, 두부 등을 넣고 올리브오일과 간장으로 간을 해서 비벼 먹는다. 양배추는 가격도 저렴하고 칼로리가 낮으면서 포만감은 크고 속도 편하다. 쟁여놓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양배추는 자주 먹기에 항상 2-3개씩 냉장고에 쟁여놓는다. 이렇게 한 그릇 먹고 나면 포만감도 크고 속도 편하다. 간식으로는 85프로 다크초콜릿을 먹는다. 쌉쌀하면서도 살짝 달달한 맛이 좋다.

마차라테도 간식으로 마신다. 말차 가루를 녹이고 무지방 우유와 알룰로스 시럽을 살짝 넣는다. 말차의 쌉쌀함과 부드러운 우유, 달달한 알룰로스의 조합을 좋아한다. 간식은 배가 부르지 않게 적게 먹으려 한다. 과자와 라면, 국물 음식은 피하려고 한다. 먹어보니 국물요리랑 라면을 먹을 때 다음날 체중이 제일 많이 늘었다. 면이 먹고 싶을 땐 혈당이 비교적 덜 오르는 스파게티 면을 물에 삶아 먹는다.

저녁은 요구르트에 사과랑 블루베리 피넛버터 치아시드들을 넣어서 먹기도 한다. 요구르트는 아침에 먹는 게 좋지만 간단해서 저녁에 먹기에 편하다. 어떨 땐 밥과 오이, 삶은 수육이나 소고기를 먹기도 한다. 배가 부르기 전에 숟가락을 놓는 게 중요하다. 좀 부족한 느낌일 때 편안한 속으로 잘 수 있다.



다이어트 후 유지를 위해선 좋은 루틴을 의식적으로 반복해야 한다. 매일 4~6마일의 달리기는 부기를 빼주고 스트레스를 푸는 도구가 된다. 낮 12시까지 공복 후엔 어떤 채소든 맛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너무 힘들지 않게 꾸준히 좋은 루틴을 지키려고 할 때 일상이 좀 더 즐겁고 뿌듯해지는 걸 느낀다. 반복되는 좋은 루틴 속에서 나는 더 발전할 수 있고 안정된 일상을 지킬 수 있다.

오늘도 난 맘에 드는 음악을 발견한 것에 기뻐하며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케이던스가 살짝 늘어난 것에 속으로 감격해하고 공복을 견딘 후 먹는 밥에 감사해하고 찐 당근의 은은한 단맛을 즐기며 유지어터로 살아가고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