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요즘 내가 제일 즐겨 찾는 공간이다.
오후에 이 자리에 앉아 한 챕터의 영어 에세이를 읽고, 모르는 단어들과 마음에 남는 문장 10개를 노트에 기록한 후 외우고 스스로 시험을 본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지만,
요즘은 자유롭게 혼자서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참 행복하게 느껴진다.
처음엔 문장을 통째로 외우라는 김민식 작가의 글을 보며 시도해 보기로 했었는데, 막상 시작하려니 어렵게 느껴졌다.
어떨 땐 단어 몇 개를 붙잡고 이틀에 걸쳐 외우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외로 하루에 문장 10개씩 외우고 쓰게 되는 성취감에, 어제보다 아주 조금씩 나아지는 걸 느낀다.
내일이면 오늘 외운 것 중 겨우 단어 하나만 기억에 남아 있을 수도 있지만,
이 작은 결과를 얻는 재미에 오늘도 이 자리에 앉게 된다.
한 잔 분량의 디카페인 커피를 내리고, 공부 의욕을 더해주는 간식도 하나 챙겨서
내 서재 겸 손님방인 이곳으로 온다.
예쁜 카페들을 탐방하는 대신, 집 안 몇 곳을 나만의 홈카페처럼 꾸며 놓으니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 대신 이곳에 앉아 뭐라도 읽고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하정우는 걷는 걸 좋아해서 하루에 10만 보를 걷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를 ‘걷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걷는 사람이라니!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나타내는 담백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명사로 자신을 정의하는 것보다, 동사로 자신을 표현하니 더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그렇다면 요즘의 나는, 읽고 쓰고 외우는 사람이라 정의하고 싶다.
“안녕하세요? 전 조용한 공간에서 읽고 쓰고 외우며, 작은 성취감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