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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하루를 살아낼수 있는 위안의 공간

by stay cozy

집 안 한구석에서 자고 있던 플러그온 램프에 쓰고 있는 램프갓을 살짝 얹어 커튼봉에 걸어 주었다.

원래는 유리갓으로 된 램프를 하나 살까 생각하다가 이미 있는 것들을 조합해 걸어놓는 조명을 만들었다.

덕분에 나름 북카페처럼 만든 이 공간이 한층 밝아져 책장을 넘기는 순간들이 더 따뜻하고 선명해져서 좋다.

오늘 새벽엔 강아지가 많이 먹었는지 토를 해서 잠을 설쳤다. 아침 러닝도 빼먹고 비몽사몽 하며 오전시간을 허비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뜨거운 물에 반신욕을 했다. 그리곤 이 자리에 앉아 영어 원서에 나오는 단어를 암기했다. 오늘 외우기로 한 분량의 단어들을 혼자 시험 보고 채점을 한다. 매일 영어 공부를 하는 건 조금 괴롭고도 힘든 일이지만 조금은 단련이 된듯하고 단어를 외우고 나면 하나라도 더 알게 됬다는 성취감이 좋아서 또 이 자리에 앉게 된다. 무너진 루틴을 다시 세우고 정신을 차릴수 있는 힘이 나의 이 작은 서재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내향형의 집순이여서 그럴수도 있지만 난 많은 곳을 돌아다니는 것보다 나의 공간에서 책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구경하고 다니는 게 더 흥미로울 때가 많다. 직접 돌아다니며 보고 느끼는 것도 좋지만 책을 통해서 더 많이 생각하고 재미를 느끼는 편이다. 심심할 때마다 어디론가 돈을 들여 떠나야 하고 무료함을 달래줄 누군가를 찾는 건 한계가 있다. 경제적인 면이나 인간관계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럴 땐 멀리 가지 않고도 나의 공간에서 책이라는 수많은 친구들을 만난다. 아주 나이가 많은 친구부터 요즘 트렌드를 알려주는 젊은 책까지 수없이 재밌고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꼭 책상 앞에 넓은 강이 내다보이는 뷰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반짝이는 고층 시티뷰가 펼쳐져야 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큰 공간일 필요도 없고 방한구석 작은책상, 편안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램프하나,소품들로 소소하게 꾸미는 것만으로도 좋다. 다른 사람들에게 맞춰 살았던 오늘의 나를 씻어내고 온전한 나로 돌아올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살아내는 위안이 되고 힘이 된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나만의 공간에 앉아 좋아하는 음료를 마시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으로도 힘든 하루를 보상받는 기분이 차오를 수 있다.


조용히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건 자신에게도 또 타인에게도 좋은 일이다. 자기만의 공간에서 누군가는 책을 읽으며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해 보는 시간을 가지고, 오늘 하루를 조용히 되돌아보고 사색할 수 있게 된다. 또 자신의 공간에서 써 내려간 수많은 이야기들이 다른 이들이 살아가는 자양분이 되어주게 된다.

자신에게 집중할 수 공간에 앉아 있을 때 어쩌면 우린 누구나 창조적인 아티스트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공간에서 우리는 어린아이 같이 유연해지고 말랑말랑한 상상력을 발휘할수 있다. 또 생각지 못하게 세상을 더 아름답게 빛내줄 아이디어가 떠오를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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