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가꾸면 나를 돌보게 된다
복도에 놓인 작은 장식 테이블을 볼 때마다, 방치된 시간만큼 내 마음도 조금씩 우울해지는 걸 느꼈다. 지나칠 때마다 기분을 가라앉히는 공간이 있다면, 내 감정을 돌본다는 마음으로 정리하고 정돈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간을 돌본다는 건 곧 나를 돌보는 것과 같다.
테이블 위에 선반장을 하나 살까 하다가, 가격과 디자인을 고르는 것도 귀찮고 물건을 더 들이는 것도 내키지 않아 그냥 집에 있는 소품들로만 꾸미기로 했다.
먼저 먼지가 쌓인 테이블을 오랜만에 닦고, 벗겨진 표면에 새로 페인트칠을 해주었다. 하얗고 깔끔하게 마른 테이블을 보는 것만으로도 벌써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이 공간의 콘셉트로 정한 건 ‘어느 식물 러버의 사색 공간’이다. 거창한 이름에 비해 식물 종류는 몇 개 되지 않지만, 사실 이곳에 식물을 두면 꽤 잘 자란다. 작은 창문 덕분에 바람이 잘 통하고 햇빛이 세지 않아 실내 식물들이 자라기에 최적의 장소다.
초록 식물들에 둘러싸여 식물도감을 읽다 잠시 자리를 비운 어느 식물학자의 책상을 상상하며, 나는 혼자 바쁘게 1층과 2층을 오르내렸다. 고맙게도 쑥쑥 잘 자라 준 베고니아를 나누어 다시 심어 주고, 길게 자란 덩굴 식물도 나누어 물꽂이를 해주었다. 어머니가 나눔 해 주신 앞마당의 다육이도 두고 싶어 몇 개를 작은 화분에 심어 주었다. 어두운 색 화분들은 책 페이지로 감싸 주었다. 나는 미니멀한 걸 좋아하지만, 이 책상만큼은 식물들로 가득 차 있어도 참 예쁠 것 같았다. 또 누군가에게 식물을 선물하고 싶을 때, 여기에서 잘 자란 아이를 골라 소중하게 나눠 주는 상상도 해보았다.
집을 꾸미다 보면, 나는 책상과 책이 있는 공간을 특히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다. 따뜻한 조명과 책이 있는 공간에서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나의 공간은 나에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어야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불러올 수 있어야 한다. 스치듯 지나가는 집 안 작은 공간도 잘 정돈되어 있을 때, 나 자신을 방치하지 않았다는 안도감을 준다. 오늘은 함께 살아가는 작은 식물들의 공간을 정리하며, 내 마음 한구석도 비우고 가꿔 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집을 가꾼다는 것은 곧 우리의 생활을 돌본다는 것과 닮았다. 방치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어느 구석 하나도 대충 두지 않고 정성을 들여 돌보는 것, 그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삶의 태도이자 행복에 관한 이야기다.’
<최고요- 좋아하는곳에 살고있나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