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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가 내게 던진 질문들

귀한 해외 북토크 -정여울 작가

by stay cozy

최근 정여울 작가의 책을 흥미롭게 읽다 보니

한국에서만 누릴 수 있는 북토크 같은 문화생활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인스타그램을 스크롤링하다 신기하게도 꿈공방이란 미국 최대 북클럽을 알게 됐고 정여울 작가의 온라인 무료 북토크가 열린다는 공지를 보게 되었다. 지금 제일 관심 있던 작가의 북토크 소식이라니! 소셜미디어가 내 기록을 염탐하는 건 찜찜한 일이지만 이런 건 쓸만하다.

11월 20일 서부시간 오전 8시, 한국시간 새벽 1시에 북토크가 시작되었다.

정여울 작가는 ' 여울지다'란 이름의 북클럽이 꿈공방에서 진행되고 정여울 작가의 수많은 책을 읽은 리더가 북클럽 이름을 지었다는 걸 알고 맘이 움직여 새벽시간에 그것도 무료로 해외 독자들을 위한 북토크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작가는 에고와 셀프에 대해 대미안에 나오는 인물들을 예를 들어 설명해 주었다.

어떤 이들은 결코 인간이 되지 못하고 개구리나 도마뱀, 개미로 남아있다. 어떤 이들은 상체는 인간인데 하체는 물고기다. 하지만 누구나 인간이 되라는 자연의 내던져짐이 있었다. -데미안-


에고는 쉽게 말해 사회가 바라는 나의 모습, 셀프는 진정한 나를 말한다.

우린 어릴 적 셀프와 에고가 섞인 모습으로 살다가 나이가 들수록 대부분 셀프를 잃고 에고의 모습만을 한채 살아간다.

마치 영화 메트릭스 속의 영혼을 잃은 듯 몸뚱이만 움직이는 수많은 사람들처럼.

나 또한 그들 중 한 명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허무하고 슬퍼진다.

난 '셀프'란 끊임없이 이게 옳은 것인지 생각하고 힘들지만 스스로 성찰하려는 의지와 노력이란 생각이 들었다.

인공지능의 시대가 점점 다가오고 짧고 쉬운 콘텐츠들로 가벼운 즐거움들이 늘어나고 있다. 머리를 싸매는 창작의 고통을 느끼지 않아도 AI가 곧바로 글도 써주고 그림도 그려준다. 내가 기억할걸 대신 기억해 주고 며칠을 고민해 볼일도 몇 초 만에 대신 결론지어준다.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보고 듣고 알게 되는 정보는 전 세계적으로 넘쳐나고 있다.

지금까지의 '에고'도 내 가족이나 친구들이 바라는 나의 모습이었다면 소셜미디어와 AI 시대에는 사회나 국가를 넘어 세계가 바라는 이상형이 나의 '에고'가 될 수 있다. 글로벌하게 나의 에고를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먼저 '셀프'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힘과 시간을 갖지 못한 채 세상이 추구하는 방대한 가치들만을 무분별하게 보고 듣고 따라 한다면 그야말로 속이 텅 빈 좀비가 되어 자신의 고유한 개성을 알아차릴 새도 없이 끌려다니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정보들을 쉽게 얻을 수 있어 편한데 너무 많은 정보들은 정서를 더 불안하고 피곤하게 만든다.

책은 끝까지 집중하고 읽는데 많은 인내와 끈기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또다시 쉬운 콘텐츠로 돌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참고 읽다 보면 진짜 휴식을 맛볼 수가 있게 된다. 상상이라는 휴식. 그 휴식이 우릴 느리게 호흡하게 도와주고 머리와 가슴에 빈 공간을 만들어 준다.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책은 우리가 잃어버린 느림과 비움의 시간을 선물해 준다.


물가는 오르고 증시는 불안하고 세상이 나에게 더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 같은 오늘, 인문학 강의 같은 북토크를 통해 세상과 동떨어져 그저 폰은 내려놓고 내가 진짜 추구하는 삶은 어떤 건지

내 맘이 하는 얘기를 가만히 들어보고, 비록 어설프지만 근본적인 나의 '셀프'는 무엇일지 스스로 질문해 보고 싶던 시간이었다.


용기와 개성을 갖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 눈에는 언제나 섬뜩하게 보이는 법이거든.

내 안에 '카인'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개운하게 사랑받지 못하는 운명.

말갛게 이해받지 못하는 운명. 항상 뭔가 복잡한 설명이 필요한 나의 정체성이 싫을 때가 있다.

나는 데미안의 이문장을 떠올린다. '용기와 개성을 지닌 사람은 언제나 미움받기 마련'이란 이야기..

-정여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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