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뉴질랜드 할로윈데이
한 달에 한편은 남겨야지 했는데 자꾸 미뤘다. 시월이 가기 전 오늘 할로윈 데이. 재작년 이태원 참사로 인해 한국에서는 어두운 날이기도 하지만, 이곳에서는 하나의 축제처럼 즐기는 날이다.
작년에는 따로 기념하진 않았지만 대형 마트 계산대 곳곳 거미줄 장식(?)과 초콜릿이 진열된 걸 보며 서양나라에 살고 있는 걸 실감했다. 올해는 할로윈에 진심인 이웃 덕분에 또 다른 문화를 경험하는 중이다.
지난 주말 장난감 칼을 들고 아이가 뛰어다니다 나를 발견하더니 사탕 항아리를 들고 다가왔다. 할로윈 선물이라며 마시멜로우를 준다. 나 혼자 있을 때라 남편이 있을 때 또 주러 오겠다고 했다.
엊그제 일찍 퇴근한 남편에게서 온 문자
“앞집 할로윈에 진심이다. 집에 들어올 때 놀라지 말 것”
집 앞마당에 해골장식과 접근금지 스티커, 피모양 경고문구까지 제대로 준비되어 있다. 집에 오는 길에 슈퍼마켓에 들러 이웃아이에게 줄 겸 내 스트레스를 달랠 초콜릿과 사탕을 사 와 “trick or treat"을 준비했다.
오늘 퇴근길에 보니 바닥에 분필로 “DANGER"과 할로윈을 즐기는 집인 걸 표시하는 스티커가 늘어있다. 남편과 동네 한 바퀴 산책을 하고 돌아오니 이웃집 아이와 엄마, 누나까지 할로윈 준비 완료, 옷과 화장까지 완벽하게 되어있다. 집에 오는 우릴 보고 아이가 사탕항아리를 가져와 인사를 하는데 멀리서 누나가 “trick or treat"을 외치는 이곳. 외국에 살고 있구나.
동네가 조용한 것 같아 Ponsonby로 즐기러 간다며 집 앞에 사탕 항아리를 채워두고 떠났다. 할로윈 표식을 잔뜩 해두어서인지 동네 아이들이 집 앞을 끊임없이 오갔다. 평소에 조용한 동네이기만 했는데 아이들이 많았구나. 늦게 온 애들은 사탕이 없다며 시무룩하게 돌아서는데, 이렇게 방문객이 많을 줄 알았으면 우리도 좀 더 채워놓을걸. 일찍 온 몇몇에게 사탕이랑 초콜릿을 주긴 했어도 뭔가 아쉽다.
이사 온 지 몇 달 안 된 이웃 덕분에 집에서 할로윈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