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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랜시ranc Feb 17. 2024

밥 이야기

 웃지 못할 식당 에피소드 - 보스턴의 삶

생활비에 보탬이 되고자 식당에서 일했던 적이 있다. 하루는 어떤 덩치 크신 남성분이 친구세명과 함께 식당에 들어왔다. 가만히 있어도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진 이 남성분은 나에게 관심을 보였다.

설렘이었던 것일까? 엿 같았던 것일까? 나는 "미국은 한국과 다른 식당 문화가 있다고 생각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그 남성분이 가까이 다가와 내 귓가에 속삭였다. "넌 일머리가 없어." 난 꿈인지 생시인지도 모를 만큼 어처구니가 없었다. 미친 사람이라고 해도 될 만큼 몰상식한 행동이었다. 그는 또한 음식이 맛없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밥 한 그릇을 순식간에 비우는 꼴이라니.... 난 그저 헛웃음만 나왔다. 어느 때부턴가 그 남성분은 일주일에 두어 번 식당을 방문했고 어김없이 찾아와 추태를 부리곤 했다.

한 어린 남자아이가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저 아저씨는 한국사람이 아닌 거 같아요." 난 웃음을 참지 못하고 폭소하고 말았다.

그 남성분의 일곱 여덟 번의 방문 끝자락에 난 그 사람의 얼굴을 또렷이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 그 남성분이 지나가는 길목에 서서 그 남성분과 동행한 친구 세명을 bar에 서서 응시했다. 그 남성분 일행은 나의 시선을 외면한 채 그저 밥을 먹을 뿐이었다.

나는 그 남자 일행에게 욕지거리를 하고 싶었지만 그동안 갈고닦은 나의 참된 소양과 인내심을 헛되이 하고 싶지 않아 그 남자에게 말했다.

"손님, 홀이 많이 시끄러우시죠?" 그러니 남자는 "저요?, 제가 너무 조용히 밥을 먹었나요?" 나는 경찰에 신고하고 싶은 마음을 뒤로한 채 "상 미친놈"이라고 작게 말하고 "아!, 저 남자는 정말 위험한 사람이구나." 위험을 감지했다.

세상일이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 사람이 바로 김피기라니...

이틀 후 같은 시간에  한 남성분이  친구 세명을 데리고 식당에 들어왔다. 그 사람의 이름은 바로 김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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