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브루타 이야기 1
하브루타 모임이 있는 날이다. 오늘의 주제는 세답족백(洗踏足白)이다. 상전의 빨래를 발로 밟아서 해주다 보니 종의 발꿈치가 희게 되었다'는 고사성어로 '남을 위하여 한 일이 자신에게도 얼마간의 이득이 된다'는 의미이다. 세답족백의 의미와 더불어 남을 돕는 것에 대한 이야기, 서번트 리더십 등에 대해 함께 나누었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늘 2시간이 짧다.
하브루타의 진행은 주어진 텍스트를 읽고 질문을 만들고 토론을 한다. 하브루타의 진행 순서에 따라 경청하기(읽기)-질문하기-해석하기-반사하기-지지하기-도전하기-촉진하기를 배우고 연습한다. 느낀 점과 실천할 점을 정리하며 마무리한다.
먼저 준비해 온 텍스트를 읽고 사실 확인 질문을 하며 내용 이해를 먼저 한다. 다음에는 열린 질문으로 심화 상상질문, 적용 실천 질문을 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생각한 해석이나 교훈을 패들렛에 글로 표현하고 토론을 한다. 해석에 대해 반사하기와 지지하기 도전하기를 하고 더 나아가 촉진하기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모임은 공식적인 수업이라기보다는 친교적 모임의 성격이 커서 대화 속에 다 녹아있기는 하지만 자유로운 형태로 진행된다.
가져온 글의 내용에는 서번트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한동안 서번트리더십이 관심을 끌었다. 보통 리더라고 하면 앞서서 이끄는 의미였다면 서번트리더십은 상사가 구성원들을 섬기며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의미한다. 섬기는 대상은 자신을 둘러싼 모두가 될 수 있다. 국가, 사회, 가족, 친구 등. 구성원들에게 보상이나 도움을 줄 때도 그들이 원하는 것을 살펴서 주어야 한다. 주는 사람 마음이 아니라 받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해서 정신적인 보상을 원할 수도 있고 물질적인 도움을 원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들의 필요에 따라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점에 유익한 것을 제공하는 것이 타인을 도울 때 고려해야 할 점이라는 것이다.
Q. 상대방에게 도움을 줄 때는 가져야 할 태도는?
=> 도움을 줄 때는 대가를 바라서는 안되고 아무 조건 없이 주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도움을 주면 고마워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사람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상대의 입장을 잘 헤아려서 신중하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움을 받는 당사자에게 그 도움은 무의미할 뿐 아니라 마음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
Q. 각자하고 있는 봉사활동은 어떤 것이 있는지 그것을 통해 알게 된 세답족백의 경험은?
=> A는 치매를 앓고 계신 시어머니를 모시고 틈틈이 손주들을 돌보고, 텃밭을 가꾸어 수확한 채소를 이웃들에게 나누어주는 활동을 한다. 외국에는 깻잎이 귀한 채소인데 밭에 많이 나서 주위분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너무 고마워하셔서 굉장히 기쁘고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아파트 주변의 생태를 관찰하고 특성에 대해 알려주고, 하브루타를 주변에 전파하는 일을 하는 B는, 아파트에 소문이 나서 관리사무소에서 처리할 일이 있었는데 얼굴이 알려져 쉽게 할 수 있었던 경험을 나누어 주었다. 제대로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 사람들을 대신해 아파트 분리수거를 솔선해서 하는 C는 분리수거장에서 상자에 테이프를 뜯어낸다든지 하는 것을 보고 딸아이가 더러운데 하지 말라고 하다가 지금은 같이 하게 되어 자녀 교육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좋았다는 경험을 나누어 주었다.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좋은 일들을 하고 있었다. 나의 경우에는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우리말에 대해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되고 특히 한국어 문법에 대해 잘 모르던 것들을 알게 되었다. 한국어의 뛰어남과 편리함 모국어가 있음에 대한 고마움을 깨닫게 되었다. 느린 학습자를 도와주면서 보람을 느꼈고, 영어 필사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영어에서 손을 놓지 않게 되어 다행이고, 여행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즐거움과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어 유익했던 경험들을 나누었다.
해석하기-남을 돕는 일이 결국 자신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남을 위한 봉사나 도움이 결국 자신에게 이익이 되어 돌아옴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나에게 큰 만족과 행복을 가져다주었다든지, 공부 잘 못하는 친구를 가르쳐 주는 것이 자기 공부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거나 봉사하면서 소중한 인맥을 쌓게 되어 큰 행운을 가져다주었다거나, 직장동료를 돕다가 자기 업무능력이 향상되었다든지 세답족백의 예는 많다. 나아가 남을 도우며 자기 성장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배려의 실천, 성장 지향, 겸손한 태도 등을 통해 스스로도 치유되고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늘의 세답족백의 고사성어에서 알 수 있듯이 세상을 살아가며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행해야 하는 책무이기도 하고,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사회를 아름답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그 외에도 우리가 일상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공감하고 지지하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오늘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하베르가 있어서 감사하고, 이렇게 줌으로라도 모여 서로에게 위안을 주는 대화들 또한 서로에 대한 봉사이며 여기서 느끼는 기쁨 또한 세답족백이 아닐까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