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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지만 매혹적인 장미의 향기

후각에세이

by 박화선

부천에 있는 백만송이 장미정원 축제에 갔다. 수많은 종류의 장미가 각각의 아름다움을 뽑내며 다양한 색깔로 피어있었다. 우리가 멋지거나 아름다운 것을 보면 ‘그림같다’라는 표현을 하지만 자연이 내는 색이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오묘했다. 하나의 꽃송이에 분홍, 노랑, 흰색의 세가지 색의 조합으로 피어있는 꽃잎도 있고, 파스텔톤의 꽃잎, 노랑, 빨강 단색으로 된 것은 그 나름대로 강렬하고 아름다웠다. 품종의 다양함과 꽃의 화려함과 넘치게 많은 꽃의 매력에 놀랐다. 정원의 꽃길을 따라 올라가면 위쪽에 정자가 있어 앉아 있었다. 꽃도 아름다웠지만 바람결에 묻어오는 장미향에 전율이 느껴졌다.


나는 냄새에 굉장히 민감한 편이다. 미세한 냄새에도 비위가 상해 저절로 인상을 쓰게 된다. 그래서 향이 나는 것을 싫어한다. 좋은 향이라도 인위적인 향은 그 냄새에 머리 아프고 심하면 토할 것 같기도 한다. 향수도 안 쓰고 집에 방향제도 거의 쓰지 않는다. 화장품도 향이 없는 걸 쓴다. 가끔 좁은 엘리베이터나 지하철 옆 죄석에 진한 향수 냄새를 풍기는 사람을 만나면 견디기 힘들다. 예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이 해외로 발령이 나서 근무하다 돌아오면서 쁘아종이라는 향수를 선물로 사왔는데 그 냄새가 어찌나 강렬한지 아직도 그 향수 이름을 기억한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프랑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 향수를 쓴다고 하면서 주었는데 냄새 한 번 맡아보고 그대로 어디 두었는지도 모르게 치웠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후각에 대한 나의 취향을 생각할때 나는 냄새에 민감하고 향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아로마 향이나 이런 것에도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얼마전 지인의 소개로 아로마체험을 하게 되었다. 체험 중에 눈 감고 향기만 맡고 고르는 것이었는데 내가 선택한 향이 숲바람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 향은 흙과 나무향이 나는 것이라고 했다. 매일 산을 산책하면서 맡는 나무향이 좋았나보다.


어제 장미향을 맡으며 내가 어렸을 때 좋아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집 마당에 장미꽃이 많이 있었고 엄마가 장미꽃이 피는철이 되면 방에 꼭 장미꽃을 꽂아 두셨던 기억이 떠올랐다. 제 철에 피는 꽃들을 꽂아 두셨지만 강렬한 빨간 장미와 장미꽃 향기를 좋아했다. 그러고보니 내 딸의 태몽도 너무 아름다운 장미꽃이었다. 꽃은 만개하기 전이 더 아름답지 않은가. 빨간 장미꽃 봉오리를 지인이 꺾어서 나에게 주길래 누가 빼앗아 갈까봐 품속에 감춰서 뛰어오는 꿈이었다.


가까운 곳에 두고도 알지 못하다가 우연히 들른 백만송이 장미정원에서 장미향기를 맡으며 내가 좋아하는 후각에 대한 취향을 알게 된 것이다. 옛날의 기억을 되살려보니 나는 오래전부터 장미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름답고 다양하고 정열적이지만 너무 흔해서 평범한 장미, 누구나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꽃이다. 자극적인 듯하지만 은은하게 유혹하는 듯한 그 향기가 ‘나는 향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선입견에서 향을 좋아하는 나를 일깨워준 귀한 향이다. 평범하지만 조금은 화려하고 정열적인 다양한 장미의 특성을 닮았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을 품을 수 있는 넓은 마음으로 사람을 끌어들여 매혹적인 향기를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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