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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Jul 20. 2023

도시 아빠의 시골 반장체험기


시골 마을에 세컨드 하우스로 전원주택을 지어 생활한 지 어언 10년 ,

아빠가 드디어 시골 반장이 되셨다.


엄마에게서 아빠의 반장소식을 듣고,

나는 갸우뚱했다. 아빠는 도시에서 모범적인 공직생활을 오래 하시고 대통령 훈장까지 받고

퇴직을 하신 뒤라, 원리원칙의 직장생활을 하신 분이 시골 반장을 역할을 잘 수행하실지 확신이 없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나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서 동네일이라면 바로 달려 나가시는

동네의 문제해결사 반장이 되셨다.


사실 처음부터 우리가 많은 동네분들과 다 인사하고 지낸 것은 아니었다.

아직 낯선 동네라 집 주변의 분들만 친하게 지내며 왕래를 하였다.

그러다가 전원주택을 지으신 분들과 동네분들과 다 섞여서 모임을 하나 만들게 되었는데

거기에서 많은 분들과 서로 안면도 트고 연락처도 주고받으셨다.

그리고 마음이 맞는 분들과 동네 주변의 음식점과 카페투어를 하시며 소소한 친목의 시간을 다져갔다.


이제는 거의 모든 분들과 인사를 하며 친하게 지내는 사이이다.

우리는 항상 먼저 다가가서 시원한 음료수도 드리고,

집 마당에서 고기도 같이 구워 먹고, 맛있는 음식들이 있으면 어머니가 훌륭한 요리솜씨를 펼치셔서

즐거운 시간들을 보낸다.

처음에는 서먹서먹했던 분들과도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되어 서로가 필요한 일이 있으면 도와주기도 하고, 바쁜 농번기에는 부모님이 손을 거들어 주기도 한다.

주말에만 도시에서 오시는 분들과도 교류가 생겨,

우리가 도움이 필요할 때 에어컨에 가스도 넣어주시고, 비료도 같이 구입해 주시고, 달걀도 나눠주시고, 낚시를 해 잡은 갈치도 주시곤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레 동네분들의 사정이나 일들이 훤히 보이기 시작했고,

아버지는 마을회의가 열릴 때면 가서 일들을 해결하고 오시곤 했다.


그렇게 발이 점점 넓어갔고 동네의 일들이라면 모르는 것이 없을 즈음에

기존 마을 분들이 외지인인 아버지를 다 추천하셔서

동네분들의 만장일치로 반장으로 선발되셨다.


우선 시골에서의 반장의 업무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한 달에 한번 나오는 군정소식지 배부, 각종 마을 회의에 참석, 설 추석 전에 마을 대청소,

군행사에 동네별 참석인원 배정 시 참석, 공식 연례행사인 쓰레기 수집 행사 참석,

반주민의 길 흉사 챙기기, 매년 정월대보름날 마을 동제 참석 등이 있다.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반장으로 추천해 주어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마을의 행정적 민원처리와 함께

소소한 재능기부를 하면서 즐겁고 재미있게 반장역할을 수행하고 계신다








사실 친구들의 아버지들은 거의 다 퇴직을 하셔서 집에만 계신다고 했다.

어쩐지 아버지의 모습이 힘이 없으시고, 많이 약해진 모습을 보이셔서 친구들이 많이 안타깝다고 얘기를  하였다.

그러곤 '너희 아버지는 어떠셔?'라고 종종 묻는데

나는 '우리 아버지는 할 일이 너무너무 많으셔서 하루가 바쁘실 거야'

라고 말하곤 한다.


말 그대로 아버지의 일상은 정신없이 돌아간다.

전원주택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손이 정말 많이 가는 것이 전원주택이다.

도시에서의 오전은 시간이 엄청 많은 느낌이지만, 시골에서의 오전은 밖에 나와 몇 가지 일을 만지다 보면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버린다.

텃밭 가꾸기, 시설점검, 잔디 깎기, 각종 나무와 꽃들 관리, 강아지와 놀아주기, 동네의 작고 큰 일 해결, 동네회의 참가 등으로 아버지는 도시 생활과 맞먹을 정도로 바쁘시다.

그러나 몸을 많이 쓰는 만큼 잡생각이 없으셔서 다른 친구네 아버지처럼 힘없이 가만히 앉아계신다거나, 할 일이 없어 심심해하시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마침 공직 생활을 하신 터라 퇴직 후에도 가만히 있다기보다 동네 민원 해결과 같은

여러 업무들을 하시는 게 몸에 잘 맞으신 듯했다.

보통 주변의 여러 부모님들을 보면 퇴직 후에 긴장을 풀려 아프시는 경우가 많다.

아버지도 암에 걸리셨지만, 다행히 느리고 순한 암에 해당되었고 지금은 완치가 다 되신 상황이다.

아버지는 늘 건강관리과 운동을 철저하게 하셨고, 몸에 안 좋은 음식들은 입에도 안 대셔서

청천벽력 같은 암 소식은 굉장히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마 직장생활을 하시면서 받은 스트레스가 크게 작용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아버지는 마무리까지 완벽하게 하셨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짊어지는 무게가 참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고 아버지는 참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어 눈물을 많이 흘렸었다.






젊은 시절부터 아버지는 도시의 삶보단 시골의 삶을 더 즐거워하셨던 것 같다.

여름방학이 되면 시골 외할머니댁으로 일주일 씩 놀러 갔었는데 그때의 아버지는 많이 웃으시고,

굉장히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셨다. 스트레스 없는 시골의 진풍경을 가운데서 우리 모두가 행복했었다.

아마 같이 놀러 온 도시의 여러 친척들도 그러하였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한 여름 낮 냇가에서 튜브타며 물장구치고 놀고, 다슬기 잡아 국 끓여 먹고,

올챙이 잡기 놀이하고, 잠자리 잡으러 다니고, 폭포 구경하고,

친척들과 평상에 앉아 옥수수와 감자를 먹고,

냇가에서 피라미도 잡고,

장날이 되면 아이스크림을 잔뜩 사와 수영 후 친척 동생과 나눠먹고 잔잔한 바람을 맞으며 쉬던 기억,

밤이 되면 돗자리에 앉아 외할머니의 무시무시한 공포이야기를 들으며 모기에 잔뜩 물리고,

먼지라고는 없던 청정지역에서의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와 수많은 별빛들은

나와 가족들에게 크나큰 추억이 되었다.


아마 이때의 꿈을 꾸는 듯이 아련하고 행복했던 추억들로 인해 지금도 시골 자연에 가면

어린 시절의 향수가 느껴지고 그리 행복감을 느끼는 것 같다.





다행히 시골의 전원주택에서 아버지는 마음껏 자연을 만끽 중이시다.

아파트에서는 갑갑해하시는 반면 전원주택에 도착하시면 바로 여러 일들을 하시면서 땀을 쫙 흘리신다.

그 뒤에 오는 기분 좋은 상쾌함을 좋아하시는 것 같다.

나도 언제든지 가서 자연을 느끼면서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건강까지 챙기게 되니 이것이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닌가!

굳이 펜션에 머무르지 않아도 되고, 깨끗하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전원주택의 매력이 너무나 큰 것 같다.


동네에는 갑자기 몸이 안 좋으셔서 급하게 자연으로 힐링하러 들어오시는 분들이 많다.

강아지 산책을 시키면서 알게 된 분도 암에 걸리셔서 자연에서 치유를 하고자 급하게 집을 매매하여 들어오셨다고 한다.

모든 분들이 직장생활을 하시고 퇴직한 뒤에 많은 시간 속에서 즐거운 제2의 인생을 실컷 누리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가득하지만, 몸이 아프시는 경우는 보면 많이 안타까운 생각이 들곤 한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자연 속에서 치유를 하며 긍정적으로 행복하게 생활하고 계시니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도 도시 생활 속에서 바쁜 생활에만 지쳐있으시다가 자연 속에서 많이 느긋해지시고 여유가 생기시고 청룡, 다온이를 보면서 많이 웃으시고 스트레스 없이 지내는 모습을 보니 내가 다 마음이 편하다.

자연은 마음을 긍정하게 하는 힘이 있다.

조금이라도 일찍 이 아름다운 자연을 누리시고 늘 건강하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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