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에 투자 300억 받았다면 망했을거다-퓨리오사AI

by 고병수


01 경쟁사가 엔비디아


긴머리가 매력적인 퓨리오사 대표님

부산 기술창업투자원 행사장에서 퓨리오사AI 백준호 대표님의 강연을 듣고 왔다. 내 옆자리에 앉아 계시던, 퓨리오사를 잘 모르시던 한 대표님이 검색을 좀 해보시더니 내게 조용히 물으셨다. "저 대표님 회사는 그럼 경쟁사가 엔비디아인 겁니까?"

물론 AI 반도체를 발명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하신 분이라 생각했지만,

이 질문을 듣고 나니 내 생각은 더 확고해졌다. 이 회사는 진짜다. 진짜야.


02 엔비디아를 통해 본 혁신의 정의

강연 장소가 기술창업가들이 모인 곳이라는 걸 아셨는지, 백 대표님은 GPU와 CUDA(쿠다) 이야기를 꺼내셨다. 원래 GPU는 게임 렌더링에나 쓰던 물건이었다. 그런데 이걸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해보자고 했던 발상의 전환, 그리고 그 엄청난 난이도의 매핑을 가능하게 만든 혁신적인 인터페이스가 바로 '쿠다'였다는 것이다. GPU 기술 자체도 충분히 어렵지만, 그것을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인터페이스를 구축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고통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한 마디 해주신 말이 있다.

기본의 규격을 극복하고, 관성을 극복한 고도화된 조직이 바로 스타트업이다.


안 되는 이유는 60가지도 넘는다. 너무 많아서 집중할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혁신은 남들이 의심하고 피하는 영역에서 그 관성을 뛰어넘어,

'되는 이유 1가지'에 집중할 때 나온다.


03 초반 300억 투자 받았으면 아마 망했을거다??

백 대표님은 처음부터 "반도체 회사를 차리자!" 하고 나온 게 아니라고 한다. AI 산업에 뛰어들기 위해 일단 퇴사부터 했고, 점차 "설계에 DNA가 있는 회사"로 방향을 잡으며 발전하다 보니 인하우스로 기술을 개발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누적 투자액 1,670억이 넘는 거대 기업이 되었지만, 여느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과정은 험난했다.


2017년에 시작해 13억 투자를 받았지만, 2019년엔 월급이 밀리고 오피스에 물이 끊기기도 했다. 머리를 자를 시간도 없어 장발로 다니다 목욕탕에서 오해를 사기도 했다는 일화에선 웃픔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고난 끝에 시리즈 A 80억 투자로 실리콘 칩 개발에 성공했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다음에 하신 말씀.


"만약 초반부터 300억을 투자받았다면, 아마 우리는 망했을거에요."

이유인 즉슨, 돈이 300억이나 있었다면, 돈이 덜 드는 '설계'에 집중하기보다 당장 눈에 보이는 '시공'에 돈을 썼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랬다면 지금의 실리콘 칩 혁신은 불가능했을 거라고 말씀하셨다.

모든 사람이 동의하기엔 어려운 말일 수 있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렇다. 배가 부르고 길이 여러 갈래로 보이면 집중할 수 없다.

특히 한 가지에 미친 듯한 몰입이 요구되는 '기술'에서는 '결핍'이 오히려 본질을 보게 한다.

또 한번 엔지니어링에 디테일이 나오는거다.


04 대학생의 시선, 그리고 산학협력

기업이 인하우스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개발할 수록, 역설적으로 학교의 혁신성과 산학협력은 더 중요해진다고 강조하셨다. 대학교 4학년인 나도 이 말에 깊이 동감한다.

2년 전 ChatGPT가 나오기 전의 프로젝트와 지금의 프로젝트를 비교해보면 수준 차이가 크게 안 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졸업작품만 붙들고 있었던 게 아니라, 다른 연구 활동도 병행할 수 있었던 건 분명 기술 덕분이었다. 나는 올해에만 4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앞으로 학교,학생,기업의 연결고리가 강화될 수록 혁신이 더 많이 일어날 것이다.


05 People, Passion, Politics 이 중요하다.

제품이 나오기 전까지 스타트업은 People(사람), Passion(열정), Politics(정치)를 거친다고 한다.


나에게 하는 질문:

어떻게 사람들을 조직화해서, 열정적으로 공통된 목표를 향해 뛰게 만들 것인가.


그런데 마지막 '정치(Politics)'는 무슨 의미였을까?..

여기서 정치는 권력 다툼이 아니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과 충돌하지 않고 하나의 목표로 흘러가게 만드는

'조율과 체계'를 뜻한게 아닐까.


단체사진.jpeg 그래, 될 때 까지 해보는게 창업이다. 사실 뭐 죽기전까지 할 거 같긴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