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주nice Jan 16. 2024

아바타 다이어트로 들어선 길

chapter2. 넌 또 어쩌다. 버리고 싶은 내 모습을 다시 마주하다.

한국나이로 열여덟은 고등학교 2학년!  그 때 만난 친구 8명이 숟가락이라는 모임(한 식구라는 뜻을 가지고 싶었나봄) 모임으로 30년째 묶여있다. 이제 우리는 열여덟이 아니라 마흔 여덟! 

오가는 소식이 없어도 누구하나 단톡 카톡방을 나가지 않으며 몇 개월씩 카톡방이 잠잠해도 신경쓰지 않고 자기들 삶을 살아간다. 

고등학교 때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비밀로 지켜주고, 친구의 지하방 창고에 몰래 숨어들어가 무릎까지 이불을 덮어쓰고는 한 아이가 감추고 싶은 비밀을 오픈하니 비엔나 소세지처럼 그날 밤 모두 오픈한 사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대학교로, 재수로, 취업으로 서로 다른 위치의 스무살이 되어서 만나도 우린 여전히 고등학교 그 때의 소녀 감성으로 만나 이제 술들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오줌도 스스로 못누이는 만취가 되어도 부끄럽지만 여기 있으면 부그럽지 않은 그런 사이다. 

철저하게 자신을 옥죄며 살아가는 친구도 있고 수많은 남자친구들과 잠자리를 바꾸어 가며 즐기는 친구, 어린나이 유부남을 사귀어 부모 몰래 방을 얻어 생활하던 친구, 친구들의 돈을 담보로 자기통장에 담보로 넣어 미국 입국 심사에 통과한 후 라스베가스로 떠나 2년만에 돌아온 친구도 있다. 그 때 그 친구의 고등학생 동생이 임신을 하여 우리가 그의 엄마와 뒷바라지를 했던 사연도 있으니 참으로 버라이어티하다. 


20대의 몇 명의 남자를 사귀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서로의 집안 밥숟가락까지 모두 알고 있는 우리들은 20대 중. 후반부터 결혼들을 하기 시작하여 뜸해지더니  30대 초반까지 결혼하지 않고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며 모임에 애를 들춰없고 나갔다가 '나같으면 집구석에 그냥 있는다'는 말한마디로 처녀와 유부녀 친구들이 머리채만 잡지 않았지 피비린내 나는 싸움도 한판했다. 

그런 나머지 친구들까지 모두 결혼한 30대! 이제 결혼의 시기는 달라도 본격적인 아줌마 모드의 삶을 살아간다. 


어쩌다 생긴 아이 때문에 결혼을 결심했는데 알고 보니 갑부인 집안이라는  남자가 본인은  별 볼일 없는 남편 

사랑하나 믿고 결혼해 시댁이 해 준 강남의 아파트를 팔고 서울 근교 아파트로 갈 수 밖에 없는 사연 

사랑하는 애인이 죽고 형부와 제일 친한 친구와 결혼한 친구

스무살부터 직장생활을해서 30년째 같은 회사를 다니는 친구

어쩜그렇게 사는 모습이 저마다인지 삶을 입체로 들여다보면 신기할 정도다. 


2021년 6월 태국에서 8년 살다가 완전 귀국을 한다는 소식을 접한 친구는 자기들끼리도 8년동안 잘 만나지 않았으면서 나 귀국 파티겸 한국 생활의 시작을 축하한다고 어렵사리  1박 2일의 여행을 감행했다. 

여덟명 중 한 명만 참가하지 못한 것은 두명내지 세명의 자녀가 있는 우리들에게는 대단한 출석률이다. 

열여덟의 감성은 30년의 세월이 지나도 편안한 말, 주고 받는 정다운 욕, 무엇이든 가능한 세월이다. 

용인 양지의 초록 정원 넓은 어느 팬션을 빌려  바베큐 파티를 하며 밀린 이야기 보따리나 풀자니 이토록 즐거울 수 있단 말인가? 


그 친구들 중  내 모습을 하고 있는 친구가 눈에 들어왔다. 

버리고 싶어 태국서 이 전 나를 버리고 왔는데 1년 전 내 모습을 한 친구가 내 앞에 지금 서있다. 

넌 또 어쩌다....


멀리서 보면 온 몸에 살집이 많으니 뒤뚱뒤뚱 데는 오리 걸음이다. 

이만큼 살이 있으면 평범한 사이즈는 어려워  빅사이즈 전문점에서 옷을 구입한지 오래란다. 

자신감이 없으니 화장은 일체하지 않는다. 머리띠하나 두루고 곱슬머리는 펴지 않은지 오래 되어 보인 부슬부슬한 머릿결에 온 몸을 편하게 감싸는 몸보다 더 큰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걸치고는 덥다하며 야외 테라스에서 자기쪽으로 선풍기를 끼고 대화를 한다. 대화를 할 때 마다 사이 사이 들려오는 숨찬소리 ! 


안쪽에서 놓고 온 짐을 가지고 다시 나오겠다며 들어간 친구가 다시 나올 때는 한 쪽 팔로만 몸을 지탱하며 신발을 신는다. 한쪽 팔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사연은이렇다. 

 고3, 중2, 초4의 아들 딸, 딸을 가진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친구는 스물 셋이 되던 어느날  택시 드라이버와 연애를 했다. 매사 당당한 나의 친구는 술이 취해 밤에 집에 가는  택시를 타는데 기사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와 사랑에 빠졌다는 것이다. 핸섬하고 젊은 청년 택시  드라이버, 손에서 담배 냄새나고 운전하면서 반말이나 찍찍해대는 늙은 아저씨들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잘 생긴 택시 드라이버에게 반해  내 친구가 전화번호를 먼저 건네고 내렸다.  만나고 싶으니 연락 부탁한다고. 당돌하게 그지 없는 내 친구는 혹시 연락이 오지 않을까 내리기 전 직접 전화를 걸어 신호음까지 확인하였던 것이다. 


남들은 조건을 보며 시집을 결정하여 문제라는데 나의 친구는 오로지 잘생긴 외모만 보고 운명같은 사랑을 시작한 것이다. 

지금의 그의 남편은 중학교 졸업을 겨우했는데 친구는 대학 요즘 안나온게 흠이냐 싶었는데 고등학교가 아니라 중졸이라 조금 망설이기는했다. 

중졸과 대졸의 이 결혼을 찬성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며 맘껏 환영받는 결혼은 되지 못했다. (30년 전 사회적 분위기다.)


결혼까지는 사랑이야기다. 

문제는 현실이다. 결혼과 동시에 사는 문제! 

지입차를 가지고 학원 버스를 운행하는 기사부터 대형 트럭을 운전하는 기사, 지금의 대리 기사를 하기까지 

세월은 사랑만으로 아름답게 현실을 치장해주지 못했다. 


술 담배도 전혀 안하는 택시 드라이버와 술 담배를 즐기는 나의 친구의 사랑 전선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으나 

그들의 사랑의 씨앗들은 계속 자라며 돈이 필요했고, 이제 입에 풀칠이라도 해야하면 벌어야했다. 

자격지심에 결혼 후 내 친구가 일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던 그의 남편은 밀려드는 경제위기로 한 푼이라도 더 벌고자 대리 운전을 같이 하다가 귀가 하는 길 겨울철 빙판에 차가 돌아  조수석에 타고 있는  아내의 사고  가해자가 되었다. 

조수석의 유리가 깨지고 팔은 대 수술을 거쳐 그 날 수술받고 3개월만에 첫 외출이 고등학교 동창과의 1박 2일행이었다. 


밤이 깊을 동안 고등학교 추억 얘기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하다가 조금씩 야외에서 즐기던 우리들의 담소는 방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어쩌다 발견한 자신의 공황장애를 인정하고 치료중이라는 또 다른 친구 이야기  

명품에 미쳐 명품 된장녀라는 남편의 시선을 피해 자신이 일하고 번 돈으로 명품사는 일에 푹 빠져 산다는 친구!

20년 직장생활을 휴직하고 새로운 직장을 찾기 전까지 두 달의 휴식기를 맛보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끝으로 우리는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 


20여년 전 그 날의 사랑을 지금까지 책임지며 살고 있는 내 마지막 친구가 밤새 끙끙 앓는 소리가 윗층 방에서 아래로 들린다. 

수술한 팔이 아물지 않아 끙끙거리며 소리를 내고 자는데 그 친구를 제외한 우리 모두는 그 소리에 가슴이 아파 숨죽여 울며 서로 자는 척을 한다. 


피곤하고 지쳐 술 한잔!

잘나가던 옛 생각에 술 한잔!

비교되는 친구들과의 삶에 술 한잔!

한잔 한잔 밤마다 마신 술들은 살이 되고 이제 열여덟의 나이에서 세월만 30년이 아니라 몸무게도 30kg가 쪄서 나타난것이다. 

한쪽팔은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고 혈압과 당뇨약은 비만환자의 필수품이 되어... 

매거진의 이전글 이대로 괜찮지 않은 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