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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Jul 08. 2024

낭독의 부재 /naŋdoɡebuʒæ/

[난독증의 원인] 한국어와 영어의 읽기 유창성 보고

낭독은 팔 벌려 세상을 받아들이고 포용하지만, 묵독은 자신 안에 침잠하여 고독을 즐기는데 유용하다. 낭독은 사회적 자신감을 향상해 더 어울리게 하고, 묵독은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빼내어 추상화하는 과정을 즐기며 성장하도록 돕는다. 나는 묵독도 즐기지만 낭독의 가치와 아름다움에서 오래오래 머물고 싶다.


'성우의 언어' 매거진의 마지막 추가 주제로 '난독증의 원인으로써의 낭독의 부재'를 선택한 이유는 지난 봄학기 동안 부교재의 논의 사항 중 학생들의 질문과 반응이 가장 뜨거웠기 때문이다. 



목차

낭독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

한국어 읽기 유창성

영어 읽기 유창성

나의 영어 낭독 유창성 실험



낭독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


부교재인 '성우의 언어'에서 2016년 교육부 자료를 언급(p.65)하면서 초등학생 23,000여 명이 읽기 곤란, 난독증 의심, 추정 사례라는 부분을 인용했다. 많은 현대인들이 겪는 난독증은 읽기 부재가 그 원인일 수 있는데 그 읽기란 '소리 내어 읽기(p.66)'다라는 부분에서 몇몇 학생들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그럴 리 없다.

낭독은 시간 낭비다.

성인이 낭독하는 걸 본 적 없다.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활동이다.


나는 다소 감정적인 논의와 거센 반박에 당황했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반응이기도 하고, 소리 내 읽기를 문화적으로 부적절하다고 느끼는 학생들이 의외로 여럿이어서 이것이 교육과정 내의 정보 부족인지, 단순한 세대차이인지, 잘못된 부분이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다음 한국어 읽기 유창성 자료는 학기 중 학생들과 공유했던 것이다. 학생들이 잘못 알고 있던 부분을 깨닫는 시간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한국어 읽기 유창성


읽기 능력은 사고와 해독하는 두 가지 능력을 포함한다. 시각으로 지각한 문자를 소리로 옮겨 의미를 이해하고 그 이해한 것을 분석하고 비판하고 수용하여 삶에 적용하는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읽기 초기에는 문자를 소리로 바꾸는 과정, 이 이후는 읽은 후 의미를 파악하는 과정이 강조된다. 지속적인 읽기와 쓰기로 이어지는 활동은 아이들의 문제해결능력과도 관련되어 있다.


친숙한 책을 다양하게 읽으며 읽기의 발달이 심화되는데 초등학교 2~3학년 시기의 읽기 유창성은 성인까지 이어지며 각종 사고를 확장시키며 발달하게 된다.


읽기 유창성의 검사는 1분간 읽다가 틀린 글자에 사선(/)을 그어 빠뜨린 글자, 더 넣은 글자, 잘못 발음한 글자를 포함한 음절수를 뺀 맞게 읽은 음절수의 백분위로 평가한다. 3회 검사 점수의 원점수를 합산하고 1회 차와 3회 차의 읽기 자료가 같다.


95% 이상 맞는 음절(1단계)이면 매우 우수한 읽기 유창성, 3단계 15%~85% 이하는 정상, 4단계 5%~15% 이하의 경우 지도가 필요하고 5단계 5% 이하이면 전반적 지속적 읽기 지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난독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지능지수, 시력, 청력 이상일수도 있고, 말하기 자체가 잘 안 되는 조음장애일 수도 있으며 주의력결핍이나 과잉행동으로 읽기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시험 자체에 대한 불안일 수도 있다. 


빠른 인스턴트식 사회에서 제대로 집중하기 못하게 하는 산만한 환경을 자주 본다. 소리 내어 읽기는 주의 집중과 깊은 이해에 도움이 된다. 목적에 따라 스스로 속도를 조정하면서 여유 있게 이해를 깊게 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다.  


영어 읽기 유창성


영어에서는 Oral Reading Fluency (ORF)가 가장 널리 사용되는 낭독 읽기 유창성이다. 측정 방법은, 한 번도 연습해 본 적이 없는 단락을 1분간 소리 내어 읽게 하여 몇 단어를 '제대로' 읽는지 측정하는 것이다.


다음은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초등학교 아이들의 낭독 훈련 향상 기록으로 1~6학년(Grade) 아이들은 읽기 훈련을 받으며 가을(Fall), 겨울(Winter), 봄(Spring)에 낭독 읽기 유창성(ORF) 검사를 받았다.


평균의 아이들이 향상되는 수치를 회색으로 표시했는데 6학년 아이들의 향상된 수치인 분당 146 단어는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인 원어민의 자연스러운 낭독 속도인 분당 150 단어와 거의 같다.

https://www.readnaturally.com/article/hasbrouck-tindal-oral-reading-fluency-chart


영어 낭독 훈련을 하는데 교육 현장에서 이용되는 방법은 간단하다. 꾸준히 소리 내어 읽는 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훈련을 통해 읽기 속도와 정확성을 높여 텍스트의 이해도를 향상할 수 있다.

It improves reading rate — one aspect of fluency.
It improves reading accuracy — a second aspect of fluency
Better fluency leads to improved comprehension.
-- https://www.readingrockets.org/strategies/timed_repeated_readings


나의 영어 낭독 유창성 실험


얼마 전에 클래식 원서 읽기 클럽에서 제인에어를 읽으며 나의 낭독 수치가 궁금해서 측정해 본 적이 있다.


Jane Eyre Chapter XX:  

108 words/m with feelings


감정을 넣어 낭독하니 분당 108 단어, 즉 낭독 훈련을 받지 않은 영어가 모국어인 초등학교 4학년 아이의

중간값(94~120 단어)과 비슷하다.


An unfamiliar article reading:

120 words/m


익숙하지 않은 논문 낭독은 분당 120 단어, 초등학교 5학년 수준이다.


Speed reading of novel pages:

160 words/m


쉬운 소설의 빠른 낭독은 분당 160 단어, 낭독 훈련을 받지 않은 초등학교 6학년의 상위 25%에 가깝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일반 원어민의 자연스러운 낭독 속도는 분당 150 단어인데, 이는 낭독 훈련을 따로 받지 않아도 교육과정 내에서 이루어지며, 영어의 네 가지 영역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속도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원어민이든 비원어민이든 의미를 담은 낭독 훈련을 함으로써 영어를 언어로써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읽기는 학령기에 들어가기 훨씬 전부터 소리에 대한 인지와 함께 발달하기 시작한다.


아기 때 동화책을 읽을 줄 몰라도 책을 펴 들고 글자를 손으로 가리키는 것, 그것이 문자와 소리를 일치시켜 가는 경이로운 낭독의 시작인 것이다. 그러한 소리 인지과정, 소리 발화 과정이 없다면 실제 텍스트의 읽기와 그 이해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유전적인 문제가 있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양육 환경이 아니라면, 낭독으로 시작하는 읽기로 난독증을 피할 수 있다. 한국어든 외국어든 언어를 교육하는 과정에는 낭독이 필수 과정인 곳이 많다. 성인이 되어서도 낭독은 텍스트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며, 사회적으로도 말하기 자신감을 얻는데 효과가 크다.



참고자료

교육과정 내 낭독 훈련 - https://www.readingrockets.org/strategies/timed_repeated_readings

Jan H. & Gerald T. (2017). An update to compiled ORF norms. University of Oregon.

김동일. (2008). 기초학습기능 수행평가체제: 읽기 검사. 학지사 심리검사연구소.

김동일. (2008). BASA(Basic Academic Skills Assessment) 읽기 검사 (기초학습기능 수행평가체제 전문가 지침서 2판) 기초평가, 형성평가 및 결과 기록지. 학지사 심리검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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