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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현 Mar 04. 2024

[인터뷰] 평범한 회사원의 특별한 터닝포인트

1인 크리에이터 “훼사원”

얼핏 보면 평범한 자동차. 그러나 속을 들여다 보면 온갖 편의사양을 스스로 채워 넣은 특별한 과정이 담겨 있다.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깡통차’를 풀옵션으로 만들어낸 유튜버 ‘훼사원’을 만났다.


1인 크리에이터 입문

유튜브에는 매일 수만 개의 콘텐츠가 업로드된다. 그만큼 플랫폼을 즐기는 이들의 다양한 취향과 관심사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자동차와 관련된 채널도 그렇다. 시승기, 중고차, 정비 등 자동차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이 여러 채널들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그중 자동차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하는 것이

바로 ‘내차 꾸미기’일 것이다. 이런 DIY(Do It Yourself)를 콘텐츠로 삼은 이가 있다. 바로 평범한 회사원에서 1인 크리에이터로 거듭난 ‘훼사원’이다.



“문득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이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주제를 다룰까 고민하다가, 세 가지로 방향을 잡았었어요. 사회초년생 꿀팁 같은 직장생활 관련 브이로그랑 엑셀, 그리고 운전이었죠. 그렇게 2018년 12월 30일, 첫 영상을 업로드하면서 유튜브에 입문했습니다.”


유튜브를 시작한 2018년, 당시 업로드된 영상들의 평균 조회수는 4,000~5,000뷰에 불과했다. 지금이야 구독자수 약 40만 명을 보유한 대형 채널로 성장했지만, 시작할 당시에는 지금처럼 큰 성공을 바라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고.


“처음부터 수익을 내길 바라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나중에 혹시라도 잘 되면 좋고, 딱 영상 100개까지만 올려보자고 마음먹었죠. ‘해보다가 재미없고, 수익도 안 되고 그러면 이제 접자’란 생각이었는데, 이게 하다 보니 영상 만드는 것 자체가 정말 재밌더라고요.”


그의 채널이 급성장한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수동 변속기도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쓸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그 시작이었다. 동호회 등지를 돌며 정보를 찾아보니 버튼 하나만 바꾸면 기능을 쓸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직접 옵션을 추가하는 영상을 업로드했고, 평균조회수가 수만 단위로 상승하며 구독자를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그저 운이 따라주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의 영상엔 다른 채널에선 찾아볼 수 없는 ‘자연스러움’이 녹아 있다. 직접 부품을 설치하는 과정, 작동이 되지 않아 해결방법을 찾는 모습들까지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자연스러움이 구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불러올 수 있었다. BGM 선정에 큰 신경을 쓴 것도 성공 요소 중 하나다. 지금도 꾸준히 시간을 투자하며 음원을 확보하는 데 힘쓴다.


“처음엔 ‘이 영상을 왜 좋아하시지’란 생각이 먼저 들었었어요. 나중에 든 생각이지만, 보통 DIY 영상은 대부분 부품을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지, 즉 ‘How To’를 다룬 게 대부분이잖아요? 그런데 제 영상은 그렇지 않아요. 설치 과정과 설치 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모습까지 있는 그대로 다 보여주다 보니, 그런 부분이 구독자분들에게 공감을 살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시행착오로 완성해간 DIY

본격적인 깡통차 풀옵션 만들기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됐다. 이후 풀오토 에어컨, 등화류는 물론 난이도가 높았던 순정 버튼시동 옵션 설치를 최초로 시도하는 등 갖은 고생이 뒤따랐다. 


“작업 정보를 어디서 얻느냔 질문을 많이 받아요. 그럼 저는 관련 동호회에서 얻어 보라고 말씀드리거든요. 시행착오를 먼저 겪어보신 분들이 정리된 정보를 올려주시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사실 이것도 어느 정도 일반인이 할 만한 것들이고, 버튼시동 같은 옵션은 어디에도 자료가 없더라고요. 그렇게 제조사 정비지침서 사이트를 뒤지면서 한참 고생한 끝에 성공했죠. 촬영·편집하는 시간 외에는 계속 거기에 매달려 있었어요. 이게 도대체 어떻게 작동되는 건가 고민했는데, 그럼에도 100% 이해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작했거든요.”


부품을 구하느라 몇 개월씩 기다려야 했고, 정비지침서를 3~4일씩 들여다보며 공부해야 했다. 온종일 작업하다 보니 촬영된 영상 분량이 12~14시간씩 나온 적도 부지기수다. 사양에 따라 달라지는 배선을 바꾸다 시동이 걸리지 않아 한참 동안 차를 세워두기만 해야 했던 적도 있었다. 그렇게 풀옵션이 된 깡통차는 출고 당시 부품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로 새롭게 바뀌어 갔다.



그의 첫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3년. 작업실도 여러 곳을 거쳤다. 지금이야 한 구독자의 도움으로 구한 작업실에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지만, 한때는 야외주차장과 지하주차장을 오가며 촬영을 이어나갔던 적도 있었다.


“첫 작업 장소는 야외 공영주차장이었어요. 아무래도 지금처럼 개인 작업실이 아니어서 고생했던 기억이 많죠. 바로 옆이 인도에다 버스 회차지여서 소음 때문에 촬영이 생각보다 더 걸린 적도 있고, 제일 힘든 건 화장실이었어요. 작업하다 보면 차를 잠글 수 없는 상황이 많거든요. 정말 급할 땐 카메라고 공구고 그대로 두고 뛰어갔다 오기도 하고 그랬죠.”


“문제가 생겼어!” 그의 영상에 등장하는 단골 멘트다. 여기저기 부품들을 뜯고, 다시 연결하다 보면 작동하지 않는 일이 태반이다. 그럼에도 그가 DIY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내 차를 내가 만지는 재미가 있기 때문.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가는 것도 재밌고, 그렇게 하다 보면 뭔가 자동차랑 유대감도 쌓이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 과정을 거쳐서 끝내 DIY를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이 정말 좋아서 계속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DIY,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다

얼마 전 그는 자동차정비기능사에 도전했다. 필기는 무사히 통과하고 실기만을 남겨둔 상태. 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두 번째 콘텐츠인 ‘프로젝트 Dream카’를 시작하고서였다.


“아반떼 작업이 끝나고 시작한 두 번째 프로젝트가 ‘프로젝트 Dream카’였어요. 미국의 ‘God’s Garage’라는 업체가 오래된 자동차를 수리해서 자동차가 필요한 분들에게 기증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이걸 보고 우리나라에도 이런 게 좀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시작한 거예요. 그런데 저는 아무래도 일반인의 입장에서 작업하다 보니, 몇몇 작업에는 제약이 있어요. 전조등 같은 부품들은 전문 자격을 갖추지 않은 사람이 손대면 불법이에요. 그런 법적 규제에 좀 더 여유를 두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시작한 두 번째 콘텐츠는 하체 부품, 내비게이션, 내장재 등을 정비한 뒤, 지난 2023년 7월 자동차가 꼭 필요한 이에게 기증을 마친 상태다. 요즘은 자차인 렉스턴 스포츠의 DIY를 주요 콘텐츠로 다루고 있다. 그에게 앞으로 계획에 대해 물었다.


“아직 실기를 못 치렀는데, 자동차정비기능사도 취득해야죠. 언제가 될진 잘 모르지만, 렉스턴 작업이 끝나면 ‘프로젝트 Dream카’ 시즌2도 시작해야 하고요. 준비해야 할 게 많습니다. 또 저는 평범한 회사원에서 1인 크리에이터로 살고 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을 때가 많아요. 제가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데는 자동차도 물론 좋아하지만, 영상 하나하나 만드는 게 재밌었기 때문이에요. 앞으로도 구독자분들께서 저와 함께 유대감을 가지면서, 콘텐츠를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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