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회전익기가 탄생시킨 차세대 VTOL
UAM이 미래 모빌리티로 본격적인 주목을 받던 2010년대 초.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 듯 최신 기술로 무장한 미래 모빌리티가 눈에 띈다.
바로 영화 <오블리비언> 속의 차세대 VTOL, '버블쉽'의 이야기다.
최신 기술이 집약된 미래 모빌리티, 버블쉽
<탑건: 매버릭>으로 유명한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두 번째 작품 <오블리비언>. 코신스키 특유의 빼어난 영상미를 만나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에 사용된 다양한 소품과 CG는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마치 실제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담아낸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2077년, 외계인의 침공은 무사히 막아냈지만, 그 여파로 황폐해진 지구는 더 이상 인간이 살 수 없는 땅이 되었다. 폐허가 된 문명의 잔해와 자연을 자유롭게 누비며, 무언가에 홀린듯 스크린에 푹 빠져들게 한 요소가 있다. 바로 주인공 '잭'의 개인항공기 '버블쉽'이다.
부드럽고 우아한 느낌으로 설계된, 오늘날 상용화된 항공기와 비교해도 손색 없는 익스테리어 디자인. 실제 조종석을 떼다 붙인 듯한 실내 인테리어는 최신 헬리콥터의 모습과 유사해보이지만 좀 더 미래적인 탈것의 모습을 보인다. 영화 초반부에 등장한 버블쉽의 이륙 장면은 순식간에 영화 속으로 푹 빠져들게 만든다.
작중 버블쉽은 미래 모빌리티답게 각종 최신기술이 집약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기권은 물론 우주 비행도 가능한 제트엔진, 버블 캐노피를 장착해 탑승자에게 개방감을 선사하고, 좌우 180도 회전이 가능해 사각지대를 최소화한 조종석, 수직이착륙, 제자리비행, 360도 회전비행 등이 그것이다. 내부 기술력도 만만치 않다. 음성인식을 통한 신원확인, 조종 편의성을 더하고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HUD 인터페이스 등 최신기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여기에 주인공이 위험에 처해 항공기까지 직접 갈 수 없는 상황에는 원격으로 조작이 가능한 점은 덤.
조종석 뒤편에는 지상에서 이용할 수 있는 바이크가 수납돼 있다. 작중 '잭'은 이를 통해 버블쉽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으로의 이동한다. 또한, 드론 수리에 필요한 물품들 역시 함께 보관되어 있어 주인공이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게 해준다.
내구성도 우수하다. 지형과 충돌해도, 격렬한 공중전 속에서 기관포에 피격당해도 즉시 비행 기능을 상실하지는 않는다. 추락 후에도, 탑승자의 심각한 중상이 우려될 법 하지만 금세 털고 일어날 정도로 단단하게 설계됐다.
베스트셀러 상업용 헬리콥터, Bell 47
버블쉽은 헬리콥터 시장을 연 것으로 평가되는 Bell 47 헬리콥터와 제트기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했다. 시제기인 Bell 30을 토대로 개발된 상용모델 Bell 47. 초기형의 경우 160마력의 헬리콥터 치고 빈약한 출력으로 승무원 2인 외의 화물을 추가 수송하기엔 무리가 있었다고 한다. 이후 점차 개량을 통해 화물을 로프에 매달아 운반하는, 슬링형 화물 운반 능력을 갖추었고, 최대 4명까지 탑승할 수 있도록 캐노피 역시 대형화됐다.
1945년 12월 초도비행 성공 이후, 약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널리 운용 중인 Bell 47. 이 기종은 개발사인 Bell Aircraft에서만 5,600대 이상 직접 생산되며 회전익기의 시장 가능성을 보여준 원조 헬리콥터이기도 하다. 버블쉽에는 Bell 47의 상징과도 같은 버블캐노피가 씌워진 병렬형 좌석, 경량화를 위해 외피를 입히지 않은 기다란 지느머리 같은 외형적 특징이 감독의 상상력과 더해졌다.
UAM이 주목받기 시작한 2010년대 초, 어쩌면 버블쉽은 UAM이 갖춰야 할 기술적 이정표를 제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미래 모빌리티 관련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이 공개하는 시제기, 콘셉트 모델에 갖춰진 핵심적인 기술이 버블쉽 속에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2025년 상용화를 앞둔, UAM의 실제 모습을 영화 <오블리비언>을 통해 미리 만나본 것일지도 모른다.
항공안전기술원 소식지 <K-UAM 매거진>에 게재한 필자의 글을 재구성해 업로드합니다.
https://kiast.or.kr/kr/sub02_05_01.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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