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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민주 May 01. 2024

내 친구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고?

영화<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앨리스 증후군’

[한국심리학신문=노민주 ]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Eat me’이라는 쿠키를 먹고 엄청나게 몸이 커지는 모습을 본 적 있는가?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주인공 ‘앨리스’가 흰토끼를 따라 토끼 굴로 들어가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되는 영화이다.


앨리스는 흰토끼가 지나간 자그마한 문으로 들어가기 위해 ‘Drink me’이라고 적힌 약을 먹고 작아지고, 알고 보니 문을 여는 열쇠가 탁자 위에 있어 ‘Eat me’이라고 적힌 쿠키를 먹고 다시 커지고 또 약을 먹고 다시 작아지면서 우여곡절 끝에 문을 통과한다. 그 외에도 토끼집에서 쿠키를 먹고 엄청나게 커지게 되어 집 밖으로 팔과 다리가 삐져나오기도 하고, 버섯을 먹으면서 몸의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하기도 하면서 영화에서는 몸이 작아지고 커지는 현상이 꽤 많이 나온다.



커졌다 작아지는 ‘앨리스 증후군’


앨리스의 몸이 커지고 작아지는 모습은 우리에게 몹시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렇지만 이런 증상을 겪는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앨리스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이다. ‘앨리스 증후군’은 영국의 의사 토드(J. Todd)가 처음 사용해 ‘토드 증후군’이라고도 불리며, 편두통 등의 증상과 함께 자기 신체 일부나 다른 대상이 작게 보이거나 크게 보이는 증후군이다.


‘앨리스 증후군’은 영화 속 앨리스가 쿠키를 먹고 엄청나게 몸이 커지는 것처럼 자기 신체 일부가 커지거나 작아지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자기 몸이 방 전체를 차지할 정도로 점점 커지는 것을 반복적으로 느끼는 실제 사례와 자신의 키가 8피트(약 243cm)라고 느꼈지만 어떨 때는 고작 키가 3피트(약 91cm)로 줄어든 것처럼 느낀다는 또 다른 실제 사례가 있다.


자기 신체 외에도 다른 대상이 작거나 크게 보이는 증상을 겪기도 한다. 영화에서 꽃들이 앨리스와 같은 크기가 되어 노래하고 대화하는 것처럼 작은 물체가 크게 보이는 것이 그런 경우이다. 앞에서 말하는 사람이 멀어져 보이고, 휘어 보이는 등 지각적 왜곡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나가는 사람들의 목이 엄청나게 길어 보인다는 실제 사례가 있다.



너는 누구니-잘 모르겠어요


‘앨리스 증후군’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아동 동화에서 유래되었고, 주된 증상이 ‘자신이 커지는 것 같고, 주변 물체들이 작아지는 것처럼 보인다’이기에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영화에서 누구인지 묻는 말에 ‘저도 잘 모르겠어요. 지금의 전 제가 아니거든요. 저도 확실히 모르기 때문에 확실히 설명이 곤란해요.’라 앨리스가 답하는 것처럼 심할 경우 자신에 대한 혼란을 겪는 등 자기 인식을 적합하게 하지 못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이상한 것이 보이는 환각을 겪거나 누군가의 속삭이는 소리 등 환청을 겪기도 하고, 시간, 사건에 대해 왜곡된 주관적 느낌이 들기도 한다. 즉 ‘앨리스 증후군’으로 인해 현실감을 잃으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이러한 증상들과 더불어 편두통, 어지러움, 토할 것 같음, 발열 증상이 함께 일어나기도 한다.



‘앨리스 증후군’의 원인?


‘앨리스 증후군’은 뇌의 시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측두엽의 이상으로 발생한다고 추측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 18세 이하의 어린이에게 주로 나타나고, 증상을 유발하는 조건과 주변 환경이 영향을 준다고 유추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발 조건에는 뇌종양, 뇌졸중 등의 뇌 질환의 영향, 간질과 같은 발작성 질환과 같은 기저질환과 기분 전환용 약물 또는 환각제, 박테리아 또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영향(수두,라임병, 장티푸스,인플루엔자 등) 등이 있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정신분열증,우울증 장애와 같은 정신질환과 일상적인 스트레스, 수면 부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내 친구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내 친구도 ‘앨리스 증후군’을 겪고 있다. 사실 이 기사를 쓰게 된 계기도 친구가 나에게 자신에게 ‘앨리스 증후군’이 있다는 것을 밝히면서 자세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의 경우는 자신의 신체 일부가 커지고 작아지는 증상은 겪지 않고, 다른 대상이 작거나 크게 보이는 증상을 겪었다. 드라마를 보다가 편두통과 함께 어지럽고 눈이 아프다 보면, 주인공의 얼굴만 풍선처럼 엄청 크게 2배로 커지게 보인다는 것이다.


친구의 경우 고등학생 때 증상이 처음 나타난 이후 심할 때는 매주 한 번씩은 꼭 증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지금은 빈도가 심하진 않지만 스트레스받을 때 가끔 증상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친구의 경우는 뇌 질환 같은 기저질환도 없고, 정신건강도 매우 건강한 편이며, 약물은 하지 않기에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으로 인해 ‘앨리스 증후군’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한다.



‘앨리스 증후군’을 알고 있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고, 알더라도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기에 이번에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내 친구의 사례로 ‘앨리스 증후군’에 대해 기사에 다루게 되어 매우 좋은 경험이었고, 이 기사가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dward J. Fine. (2013). Chapter 8 - The Alice in Wonderland Syndrome. Elsevier, Volume 206, Pages 143-156.


http://www.psychology.or.kr/news/view.php?idx=8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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