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스웨덴영화제] 영화 <우리의 마지막 여행> 후기
작가이자 텔레비전 진행자, 저널리스트인 필립과 프레드릭 듀오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의 마지막 여행>은 제97회 아카데미 장편국제영화상 스웨덴 출품작이자, 스웨덴 다큐멘터리 역사상 최대 흥행작이다. 영화는 은퇴 후 삶에 흥미를 잃고 소파에 앉아 하루하루를 보내는 아버지를 위해, 필립과 아버지 그리고 프레드릭이 프랑스로 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한평생 학생들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매년 여름마다 행복의 도시 니스로 향한 아버지에게 프랑스는 삶의 전부였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필립이 아버지를 향해 보여준 깊은 사랑이었다. 스웨덴에서 프랑스로 향하는 로드트립을 직접 계획하는 과정에서 그는 아버지가 예전에 탔던 것과 똑같은 오렌지색 차를 구매하고, 같은 프랑스 아파트에 머무는 등 세심한 디테일까지 재현한다.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그의 세밀한 준비 속에는 이 여행과 아버지를 향한 진심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또한 아버지가 생전에 자주 이야기하던 프랑스 택시 일화를 배우를 고용해 짧은 상황극으로 재연하고, 병원에 계신 아버지께 자크 브렐의 노래를 들려주는 장면들은 아버지를 향한 아들의 진심 어린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순간들이었다.
대본이 없는 다큐멘터리인 만큼, 영화 속 여정은 결코 계획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숙소에서 넘어져 여행을 시작하자마자 병원에 입원하고, 프랑스 여행의 마지막 날마다 만들어 먹던 라따뚜이의 재료조차 제대로 자르지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세월의 무게와 늙음의 한계를 실감하게 하며 두 부자를 울린다. 그 와중에도 필립과 아버지,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관객 모두에게 웃음을 전하는 두 사람 특유의 유쾌함은 관객들까지 울고 웃게 만들며, 유쾌함과 슬픔이 공존하는 단 한 편의 여정을 선물한다.
여행이 끝난 후, 필립은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에게 빨대를 선물한다. 여행 중 아버지가 이제는 손에 힘이 없어 술잔조차 제대로 들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슬퍼하기보다는, 이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아버지를 돕는 선택을 한 것이다. 필립의 선물은 비록 이번 여행이 <우리의 마지막 여행>이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아버지에게는 새로운 시작이라 말하는 듯하다. 이제 아버지와 필립은 과거에 비해 늙어버린 모습을 슬퍼하기보다, 세월이 흘러 변한 모습을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것들이 곁에 남아 있음을 깨닫고 다른 행복을 찾아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필립의 남은 여정에 행복만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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