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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속에서 찾는 조화의 길

by 이정호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연약하면서도 복잡하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쉽게 흔들리고, 누군가의 따뜻한 눈빛 하나에 다시 피어오른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자신과 다른 생각이나 가치관을 마주할 때 불편함부터 느낀다. 그 불편함은 서서히 벽이 되고, 벽은 다시 편견이 되어 우리를 갈라놓는다.


편견은 크고 명확한 소리로 찾아오지 않는다. 그것은 아주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스며들며 마음의 방향을 바꿔놓는다.


편견은 ‘다름’을 ‘틀림’으로 바꾸는 순간 시작된다.

다름은 원래 자연스러운 것이었는데, 어느새 그것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만다.


학력의 차이, 재산의 차이, 성별의 차이, 그리고 종교와 이념의 차이. 이 모든 차이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얼굴이지만, 그 차이를 인정하지 못할 때, 세상은 서로에게서 점점 멀어진다.


한국 사회의 갈등은 어쩌면 이러한 마음의 불안이 모여 만든 그림일지도 모른다.


학력의 벽은 사람을 스펙으로 구분하고, 빈부의 격차는 서로를 경쟁자로 만든다. 성별의 차이는 여전히 균형을 찾지 못하고, 종교와 정치의 갈등은 서로의 언어를 닫아버린다.


그러나 그 모든 갈등의 저편에는, 사실은 같은 인간의 마음이 있다. 이해받고 싶고, 존중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너무나도 단순한 마음 말이다.


세상은 그 다름 덕분에 풍요롭다. 같은 색만으로는 무지개가 될 수 없듯, 서로 다른 빛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세상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다름은 조화를 방해하는 존재가 아니라, 조화를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이다.


붉은 장미가 화려함을 말한다면, 흰 백합은 고요함을 이야기한다. 그 둘이 함께 있을 때, 우리는 ‘아름다움’이라는 단어의 깊이를 비로소 이해한다.


편견을 넘어 조화를 찾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그 길은 타인을 이해하기 이전에, 먼저 자신 안의 두려움과 마주해야 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내가 틀릴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용기, 다른 이의 삶을 내 잣대로 재지 않으려는 겸손, 그리고 다름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는 열린 마음. 이 세 가지가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이해의 문턱에 선다.


갈등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이념이 아니다. 그저 한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인내, 다른 생각을 가졌더라도 미소로 답할 수 있는 여유, 그것이 곧 조화의 첫걸음이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큰 목소리가 아니라, 작은 마음의 떨림이다. 그 떨림이 모여 하나의 파동이 되고, 그 파동이 다시 세상을 부드럽게 흔들어 놓는다.


살다 보면 우리는 누구나 편견에 상처받는다. 그 상처는 때로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깊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사람을 믿는다. 누군가의 따뜻한 시선, 우연히 건네진 위로의 말 한마디가 닫힌 마음을 천천히 열어준다.


그런 순간이 쌓여, 세상은 조금씩 따뜻해진다. 겨울이 아무리 길어도 봄은 반드시 찾아오듯이, 사람의 마음도 결국 이해를 향해 나아간다.


편견을 넘어선 자리에는 희미하지만 분명한 빛이 있다. 그 빛은 말없이 세상을 밝혀준다. 그곳에서는 옳고 그름보다 이해가 먼저이고, 논리보다 마음이 앞선다.


다름이 서로를 해치지 않고, 오히려 품어주는 공간. 그곳이 바로, 우리가 찾아야 할 조화의 길이다.


마지막으로, 세상에 조금 지쳐 마음을 다친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은 틀리지 않았다. 당신의 다름은 세상을 채우는 또 하나의 색이며, 그 색이 있기에 세상은 완전해진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려는 그 마음이야말로, 세상을 가장 아름답게 바꾸는 힘이다.


우리는 완벽하게 하나가 될 수 없지만,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며 조화롭게 살아갈 수는 있다.


인생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서로 다른 빛들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그 미묘한 어울림 속에 있다. 그 어울림 속에서 우리는 사랑을 배우고, 용서를 배우며, 비로소 사람다운 온도로 살아간다.


그 온도가 바로, 조화의 길이 우리에게 남겨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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