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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호 Aug 07. 2024

한 장의 사진을 남기며

오늘 의미 있는 사진 한 장을 남겼다.


내가 봐도 잘 찍거나 별 특별한 사진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좋은 사진, 이쁜 사진, 작품 사진이라고 하면 아름다운 꽃을 찍거나, 절세의 자연 풍광을 담거나, 특징적인 포인트를 줌인(Zoom in) 하거나, 찰나의 순간을 특이한 기법으로 담은 것을 얘기한다.

     

오늘 내가 담은 한 장의 사진은 위에 나열한 어느 항목에도 해당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나에게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 아들의 직장 때문이 아닐까?

     

4년 전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해 지금껏 말썽 없이 착실히 근무하는 아들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이러한 열차 사진을 찍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누구는 번듯한 명찰과 직장 이름이 갖는 네임밸류(Name value)에 좋은 직장이라고 말하겠지만 매번 바뀌는 근무 시간과 공휴일은 물론이고 설, 추석에도 출근해야 하는 정시성이 철저히 배제된 근무형태와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고들로 아들의 어깨는 늘 무겁게 느껴진다.

     

힘차게 아침을 가르며 달리는 열차 사진을 남기며 너의 미래도 저렇게 힘차게 달려 나갔으면 좋겠다.     

누구나 부모가 되면 나보다 자식 걱정이 앞서기는 마찬가지인가 보다. 내가 그러하듯 우리 부모님 또한 그랬을 것이고, 그것을 아는 순간 부모님은 너무 늙으셨다.

     

이렇게 바통을 물려주며 삶의 릴레이는 계속되고 우리 사회는 오늘도 사람 간의 관계 속을 질주하고 있다. 

    

내가 찍은 열차 사진 한 장은 오래도록 나의 디지털앨범을 채우고 깊은 의미와 기록의 가치를 담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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