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과 교실에서의 오만

러닝과 교실이 주는 철학들

by 영복

지난 일요일, 이제 점점 늦어지는 일출 시간 덕에 어두운 새벽 아래에서 LSD 러닝을 뛰었다. 날은 좀 추워졌지만 주말 일요일 아침의 공기가 주는 살랑살랑한 바람은 항상 나의 페이스를 기분 좋게 올려준다. 하지만 이번 주는 좀 달랐다. 페이스가 안정적으로 잡혔다고 생각이 든 순간 뭔가 모를 불편함이 발 끝부터 올라오기 시작했다. 오버페이스였다면 보통 숨이 턱 막히고 가슴이 답답했을 텐데 그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폐와 심장은 나를 향해 "주인! 더 올려도 괜찮아~ 나 아직 여유 있어."라며 능글맞은 표정을 지었지만, 다리 쪽 근육은 더 이상 올리면 파업하겠다며 극구 손사래를 쳤다. 결국 난 다리 쪽의 손을 들어주었고 발걸음을 목표보다 더 일찍 멈췄다. 숨은 쉴 만한데, 다리가 따라주지 못하는 이상한 불균형이었다.


교생 실습 학교 3년 차 교사로서 매년 3명의 교생 지도를 맡고 있다. 행정적인 갑의 위치에서 나는 무의식 중에 나의 '잘난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쓴다. 완벽한 수업 지도안, 흐트러짐 없는 일사불란한 수업 시연, 수업이 끝난 뒤에도 선생님이 좋다며 달려드는 그림 같은 아이들을 꿈꾸고 몸소 보여주며 나의 교생은 나의 반만이라도 닮아야 한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갖고 지도했다. 했던 말을 또 반복하게 하는 교생을 보면 답답한 마음이 먼저 들었고, 듣기에 따라서는 종종 불쾌한 말들을 하였으며, 그들의 방향 모를 열정에 고개를 젓기도 했다. 하지만 교생이 떠난 교실을 보며 문득 지난주 러닝에서 겪은 일이 생각났다. 나도 교생도 결국은 일정 부분 부족한 사람이자 선생님들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으로 나름 단단한 심장을 갖고 내공 있는 수업을 보여준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나의 러닝과 나의 수업은 완벽하지 않았다. 완벽하다고 생각한 순간 겸손을 잃고 오만이 되었다. 결국 그 오만이 나의 다리를 풀리게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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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서 근무하며 15년째 밥 벌어먹고 살고 있는 예비아빠겸 애주가입니다.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만도 않은 저의 글이 독자분들의 자그마한 휴식이 되길 감히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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