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의 기쁨

고생했어 여보, 그리고 우리 딸 예온아.

by 영복

우리 반 아이들은 '올백'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매 단원이 끝날 때마다 단원 평가를 보는데, 한 학기 단원평가에서 모두 100점을 맞으면 자기네들끼리 난 올백이라면서 우쭐거리는 모습이 귀여워 보이기도 한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 100은 실수가 없는 완벽한 숫자이다. 교육에서도 한창 '교육의 백년지대계'를 외쳐대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는데, 이때 쓰이는 100이라는 숫자도 그 수만이 가지는 단단함과 묵직함이 있다. 이렇듯 우리 삶에서 100이라는 숫자가 주는 느낌은 참 특별 하지만 그 느낌은 사뭇 다르다. 시험에서의 100점은 내 노력과 끈기, 그리고 완벽의 의미이지만 백년지대계의 100은 길고도 중요하다는 뜻을 갖는다.


우리 가족에게도 얼마 전 새로운 100의 의미가 선물처럼 주어졌다. 100일의 기적이라고 했던가? 아이가 100일을 지나면 통잠을 자고, 부모의 육아가 그나마 쉬워진다는 그 시기가 드디어 온 것이다. 이웃 분들과 백일떡을 나눠먹으면 아이가 잘 큰다는 말을 듣고 우리 부부는 앞 집, 윗 집, 아랫집, 그리고 아파트 경비분들까지 우리의 백일을 같이 축하해 주십사 떡을 돌렸다. 떡을 돌리는 것까지는 알았지만, 백일떡을 받으면 답례를 해야 한다는 건 이웃분들의 용돈이나 양말 등의 답례품을 통해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런 초보 부모에게 아이가 선물해 준 100일이 주는 벅참을 다 표현하기가 어렵다. 아기가 100일을 맞이했다는 건, 이 작고 소중한 생명이 세상에 잘 적응했다는 가장 확실한 표시다. 그리고 서툴기만 했던 초보 부모인 우리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이 버텨냈다는 증명서이기도 하다. 잠 못 이루던 수많은 밤, 이유 없이 우는 순간들에 어찌할지 몰라 발버둥 치던 시간들, 언제 아플지 몰라 불안했던 마음까지도 그 모든 어려움을 아기와 함께 이겨낸 시간들인 것이다.


이런 생각들에 이제 갓 100일 넘은 아기를 품에 안고 있으면, 예전에 100점을 받았을 때와는 또 다른 감격이 몰려온다. 시험 때 받던 100점이 노력과 끈기, 그리고 나 혼자만의 완벽한 순간이었다면, 우리 부부가 같이 해낸 이 100일은 우리 세 가족의 사랑이 충만한 숫자다. 새벽에 비몽사몽 하면서도 아기 트림을 시키려 등을 두드렸던 그 간절한 노력들이 이 100일이라는 시간 속에서 모두 모여 우리가 결국 해냈다는 깊은 성취로 바뀐다. 아기가 지어 주던 수많은 웃음과 잠든 모습의 고요와 평화, 그 순간마다 우리 부부가 느낀 벅차고도 행복한 순간들이 고스란히 100이라는 숫자에 녹아져 있는 것이다. 이 100일이 100점처럼 완벽할 수는 없다. 수유 텀을 놓치기도 했고, 알아듣지 못하는 아기에게 힘듦을 티 내며 칭얼거리기도 했으며, 지쳐서 쓰러지는 힘든 날도 많았다. 하지만 그 서툴고 부족했던 모든 순간들이 쌓여서, 오히려 더 의미 있는 우리 가족만의 진정한 100점의 100일을 만들어냈을 것이라 믿는다.


이제 100일의 문턱을 넘은 아기를 바라본다. 아기는 훌쩍 자랐고, 눈빛에는 똘망똘망 힘이 생겼다. 이 100일은 단순히 날짜가 아닌, 우리 세 가족의 존재 덕분에 얻게 된 조건 없는 사랑이 만들어낸 기적의 두께이다. 앞으로도 육아의 여정에서 수많은 힘든 날이 있겠지만, 이 첫 100일이 우리에게 선물해 준 평생의 의미는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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