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쇼츠에서 문득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영상을 봤다. 아기들은 어릴 때의 경험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그래서 결국 지금 부모가 하는 모든 일들은 크게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우리 딸과 함께 만들어온 소중한 순간들이 결국 딸의 기억 속에는 남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 왠지 모르게 서운하게 느껴졌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순간을 함께 만들어왔던가. 처음으로 신세계 백화점에 갔던 날, 모든 엄마들이 아기띠를 둘러맨 그곳에서 아빠로서 당당히 아기띠를 매고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던 그 시간. 낯선 공간이었지만 내 품에 안긴 딸은 평온했고, 나에게 나른하게 몸을 맡겼다. 그 고요한 행복의 순간이 지금도 생생한데, 우리 딸에겐 그 기억이 전혀 없을 것이라니, 괜스레 서운한 마음이 앞선다. 집 앞 카페에서 보낸 오후들도 그렇다. 창가 자리에 앉아 딸을 무릎에 앉히고 꽁냥꽁냥 말을 걸면, 딸은 알아듣지도 모를 소리를 내며 까르르 웃어댔다. 별것 아닌 장난에도 환하게 웃던 그 얼굴, 카페 안 사람들도 덩달아 미소 짓게 만들던 우리 딸의 웃음소리. 아빠 머릿속에서는 평생 잊히지 않을 그 모습이 딸의 머릿속에서는 결국 사라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상에는 반전이 있었다. 그 영상의 말미에는 경험을 완전히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그때의 감정은 사라지는 건 아니라고 했다. 비록 구체적인 장면으로 기억하지는 못해도, 행복했던 감정, 따뜻했던 느낌, 사랑받았던 경험은 아이의 마음 깊은 곳에 남는다. 그게 훗날 아이의 정서를 만들고,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조금 위안이 됐다. 아니, 위안을 넘어서 새로운 다짐이 생겼다.
딸이 이 순간을 기억하든 못하든, 중요한 건 '지금'이 아이가 행복한가 하는 것이다. 신세계 수유실에서 내 품에 안겨 평온하게 잠들던 그 순간, 딸은 분명 행복했고 따뜻했을 것이다. 카페에서 내 얼굴을 보며 웃던 그 순간, 딸은 분명 즐거웠고 사랑받는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 감각들이 쌓이고 쌓여서 딸의 마음속에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단단한 마음들을 키워낼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기에 나는 더 많은 행복한 순간들을 만들어주려 한다.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어도 좋다. 함께 걷는 동네 산책길, 집 앞 카페에서 나누는 웃음, 자기 전 읽어주는 그림책, 아침에 눈을 맞추며 오늘도 행복한 하루를 선물해 줘서 고맙다는 사랑의 말들. 이 모든 것들이 우리 아이에게는 하나씩 채워나갈 행복의 조각들이 될 테니까.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슬픈 게 아니라, 행복을 주지 못하는 게 슬픈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 아이가 훗날 어른이 되어서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세상이 따뜻한 곳이라고 믿어왔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아빠로서 충분하다. 그래서 오늘도, 내일도, 나는 딸에게 행복한 순간들을 몰래몰래 선물할 것이다.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다. 결국 우리 아이의 세상이 따뜻한 색깔로 물들어갈 테니까.